이용수 할머니 "윤 당선인 후보 시절에 위안부 문제 해결 약속"
이용수 할머니의 목소리는 떨리지만 단호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여가부 폐지를 철회하는 것이 할머니들 소원”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1944년 16살 어린 나이에, 대만으로 끌려갔던 위안부 피해 생존자입니다. 2007년에는 미 의회에서 처음 열린 위안부 피해 관련 청문회에서 일본군의 만행을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살아오면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올키(옳게) 대우해 준 게 여가부였다”라고 합니다. 이어 “서러움을 많이 당했는데 지원을 못 받거나 어려운 부분을 여가부가 나서서 찾아줬고 말 한마디도 따뜻했다”라며 “하늘나라에 먼저 간 할머니들도 알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윤 당선인에게 이런 생각을 편지로 쓸까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이 할머니는 대구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당선인을 직접 만나고 싶지만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직접 만날 수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고 합니다. ”세월이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할머니는 마음이 어느 때보다 급하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9월 윤석열 당선인이 대구 중구 희움 일본군 '위안부' 기념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이자 인권 활동가인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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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이 할머니는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경선 후보였던 윤 당선인을 만났습니다. 대구에 있는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입니다. 이 할머니는 “그때 대통령이 안 되더라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제가 (기뻐서) 다른 할머니들한테 전했던 것 같아요”라고 기억했습니다. 윤 당선인은 “일본의 사과를 반드시 끌어내고 할머니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것들을 다 해드리겠다”라고 약속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지난 2월에는 국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여성가족부 폐지하는 거 하지 마세요. 그거 없었으면 우리 죽었다”라고 직접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그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부처를 둬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노동과 인권에 대한 부처를 강화하려고 하고 있어서 꼭 여성가족부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강화하겠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새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여가부 폐지를 사실상 공식화했습니다.
지난 2월 이용수 할머니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얀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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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배상과교육을위한 위안부행동 대표는 “여가부가 사라지고 기능이 흩어지면 위안부 문제에 대한 대응도 일관성 없이 흘러갈 것”이라며 여가부 같은 전담 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대표는 “집요한 일본에 대응하려면 전담 부처에서 여성 인권 문제와 함께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전문적인 인력을 키워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성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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