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모습. 중앙포토. |
북한이 유사시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언급한 서욱 국방부 장관의 최근 발언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 역할을 해 온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군서열 1위 박정천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비서는 3일 북한 주요매체를 통해 담화를 내고 서 장관의 지난 1일 관련 발언을 맹비난했다. 스스로를 '핵보유국'으로 칭하면서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지난 1일 남조선 국방부 장관은 우리 국가에 대한 선제타격 망발을 내뱉으며 반공화국대결광기를 드러냈다"며 "핵보유국을 상대로 선제타격을 함부로 운운하며 저들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을 망솔한 객기를 부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조선 군부가 우리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도발적인 자극과 대결의지를 드러낸 이상 나도 위임에 따라 엄중히 경고하겠다"며 "우리는 남조선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서욱 장관은 지난 1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와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의개편식을 주관하며 훈시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에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사전 원점 정밀타격 개념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의 '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체계'를 구성하는 '전략적 타격체계'의 일환이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지난해 9월 25일 이후 190일 만이다. 특히 김 부부장은 "위임에 따라"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김 위원장의 의중이 담긴 발언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김 부부장은 서 장관을 향해 "미친놈", "쓰레기", "대결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거칠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참변을 피하려거든 자숙해야 한다"며 "나는 이자의 객기를 다시 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군 및 군수공업부문을 총괄하는 박정천 비서도 이날 별도의 담화를 통해 서울과 남측 군을 괴멸시키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박 비서는 "남조선국방부 장관이 선제타격을 거론하며 우리를 걸고든 이상 나도 우리 군대를 대표해 한 가지만 명백히 경고하겠다"며 "만약 남조선군이 그 어떤 오판으로든 우리 국가를 상대로 선제타격과 같은 위험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대는 가차 없이 군사적 강력을 서울의 주요 표적들과 남조선군을 괴멸시키는 데 총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비서도 서욱 장관을 향해 "미친놈", "천치 바보", "미친자"라는 표현을 쓰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금 조선반도는 정전상태에 있다"며 "남조선군부는 대결적 망동으로 정세를 더욱 긴장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지난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핵실험까지 예상되는 시점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들 담화는) 남측의 강경한 발언들에 대한 경고성 대남 메시지로 해석된다"며 "과거 패턴대로 선전매체 차원의 비난을 넘어 책임있는 당국자 차원에서 '말대말' 차원의 '강대강' 대결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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