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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슈 로봇이 온다

치킨 튀기는 '아르테', 커피 내리는 '라운지랩'...생활속 스며든 로보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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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고객 접점의 새로운 기회 영역으로 생각하고 전담 조직을 강화해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인수합병(M&A)도 고려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 16일 주주총회에서 한 말이다. LG, 두산에 이어 삼성, 한진 등 대기업도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며 로봇 시장이 들썩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건비 상승과 비대면 소비 확산이 겹치며 로봇이 미래 산업의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산업용 로봇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서비스 로봇 분야가 약진하고 있다. 그간 서비스 로봇의 80%는 로봇청소기였다. 요즘은 외식, 의료, 교육, 자율주행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로봇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K스타트업은 어떤 곳들이 있을까.

매경이코노미

라운지랩은 자동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타 로봇, 바리스X를 선보인다. 바리스X가 커피를 내려주는 라운지엑스 카페도 운영한다. (라운지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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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서빙·배달

▷치킨 로봇 1.5억서 3천만원으로↓

외식업에서는 최근 푸드테크 로봇이 최고 화두로 떠올랐다. 인건비, 식재료비 인상은 물론, 구인난으로 직원 자체를 구하기 어렵다는 절박감에서다. 조리, 서빙 분야를 중심으로 로봇 상용화가 한창이다.

푸드테크 로봇은 특히 조리 과정이 단순 반복적인 치킨, 커피 분야에서 활약이 눈에 띈다.

2019년 창업한 ‘로보아르테’는 로봇이 치킨을 튀기는 ‘롸버트치킨’ 직영점을 현재 6개 운영 중이다. 2년 전 1호점 오픈 당시 대당 1억5000만원에 달했던 로봇 가격을 3000만원 이하로 낮추고 성능은 더 개선했다. 뼈 치킨은 8분 30초, 순살 치킨은 6분 만에 로봇이 자동으로 튀긴다. 로봇의 경제성이 크게 높아지며 기존 로봇 제조판매업은 물론, 프랜차이즈 사업도 연내 진출할 계획이다. 로보아르떼는 누적 약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퓨처키친’도 자사 브랜드인 ‘치킨드셰프’ 앱으로 주문부터 조리, 배달까지 로봇이 담당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배달은 로봇 배달 스타트업 ‘뉴빌리티’와 협업해 자율주행 로봇으로 진행한다.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에 선정돼, 지난해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치킨드셰프’ 팝업 스토어를 열고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서빙 로봇 개발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베어로보틱스가 앞서간다. 구글, 우아한형제들, KT 등 주요 기업과 손잡고 국내외 식당과 상점에 서빙 로봇 ‘서비’를 보급 중이다. 최근 서비스 로봇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유망주로 떠올랐다.

알지티도 100% 국내 기술로 다기능 모듈형 서빙 로봇 ‘세로모’를 제조, 유통하고 있다. 키오스크, 테이블 오더, 포스(POS) 등과 서빙 로봇이 연동되는 ‘스마트 레스토랑 시스템’도 제공한다.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로봇은 ‘라운지랩’과 ‘비트코퍼레이션’이 두각을 나타낸다. 각각 무인 로봇 카페 ‘라운지엑스’ ‘비트’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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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로보틱스의 서빙용 로봇은 외식업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다. (베어로보틱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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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웨어러블

▷FRT, ‘아이언맨 로봇 슈트’ 현실화

비교적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서빙·배달 로봇 시장과 달리 산업용 로봇은 오랫동안 ‘대기업’의 영역으로 취급받았다. 대규모 투자가 필수인 데다, 주요 고객인 제조 업체들이 신뢰도 높은 대기업을 선호하는 때문이다. 따라서 생산 설비 규모가 작은 신생 스타트업이 뛰어들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영역이었다. 그러나 로봇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옛말이 됐다. 스타트업 불모지로 여겨졌던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도 다수 스타트업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다임리서치는 AI를 기반으로 한 군집 로봇 제어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다. 이미 만들어진 로봇을 ‘업그레이드’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공급한다. 대표 제품은 ‘협업지능 솔루션’이다. 제조 공장에서 공정(물건을 생산하는 과정) 간 물류 이동을 자동화하는 기능이다. AI 강화학습 기술을 토대로 물류 로봇이 공정·환경 변화를 스스로 인지하고 대응하도록 돕는다. 해당 기술을 적용하면 단순 작업용 로봇도 협업이 가능해진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끌어내는 덕분에 산업 현장에서 인기가 많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 전지 등을 생산하는 공장에 납품하고 있다. 곧 미국과 유럽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물류 자동화 스타트업 ‘씨메스’는 로봇에 ‘눈’을 달아주는 ‘3D 비전’이 주력이다. 씨메스의 3차원 비전 센서를 설치해 기존 로봇과 소프트웨어로 연동하면 로봇이 사물을 인식해 대응한다. 기아·나이키 등 제조 업체와 다양한 물류 회사들이 씨메스 로봇 제품을 사용한다. 최근 GS리테일이 40억원, SK텔레콤이 100억원을 투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에프알티(FRT)’는 근로자의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웨어러블 로봇’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웨어러블 로봇은 말 그대로 입는 로봇.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로봇 슈트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사용자 근력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켜준다. 중량물을 다루는 건설·제조·물류 등의 각종 산업 현장과 소방·군사 등의 특수한 환경에 유용하다. 에프알티는 웨어러블 로봇 분야의 핵심 원천 기술과 특허를 다수 보유한 스타트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로봇 구성품을 모듈화해 작업 현장별로 특화된 맞춤형 제품을 단기간에 제공하는 솔루션으로 각광을 받는다. 지난 2월 웨어러블 로봇 시장 진출을 노리는 대한전선과 업무 협약을 맺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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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아르테가 운영하는 치킨 로봇 ‘롸버트치킨(위)’. 뉴빌리티가 운영하는 자율주행 배달 로봇 ‘뉴비(아래)’.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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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도구공간, 실외 순찰 로봇 ‘코르소’

자율주행 로봇 시장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급속도로 성장했다. 고객 안내 업무부터 순찰 그리고 방역까지 로봇을 도입하는 분야가 급증했다. 시장이 커진 만큼 관련 스타트업 성장세도 가파르다.

‘클로봇’은 로봇 관제·자율주행 시스템 분야에서 촉망받는 기업이다. 롯데백화점 쇼핑 도우미 로봇, 롯데타워 안내 로봇 ‘로타’,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팅봇 ‘큐아이’를 비롯해 기아 안내로봇, 판교 어린이도서관 안내 로봇 등 기업·지자체의 각종 서비스 로봇 개발에 참여해왔다. 올해는 국립암센터에 의료진 업무 보조를 위한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를 제공하며 의료 분야에도 진출했다.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현대자동차그룹 스타트업 투자사 제로원으로부터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클로봇이 실내 자율주행 기술을 주력으로 한다면 ‘도구공간’은 실외 자율주행 로봇에 집중한다. 경찰과 경비원 역할을 대신하는 순찰 로봇 ‘코르소’가 대표 제품이다. 도구공간은 현재 광주광역시, 전주시 등 지자체들과 협업해 코르소 시범 도입에 나서고 있다. 이외에도 방역, 공간 탐사 등에 사용 가능한 ‘로브젝트(RObject)’, 로봇 원격제어 시스템 ‘SOS’ 등을 만든다.

▶교육·의료·자원순환까지

▷재활 로봇 ‘리블레스’·코딩 ‘에이럭스’

외국 기업 점유율이 높은 교육·의료 현장에 뛰어드는 로봇 스타트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산 교육용 교보재, 의료용 로봇으로 해외 기업이 주류인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기업이 속속 등장한다.

로봇 교육 시장은 ‘코딩’의 인기 상승으로 주목받는 분야다. 코딩 교육에 가장 효과적인 게 로봇인 덕분이다. 더불어 국내 로봇 회사가 힘을 쓰지 못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방과 후 로봇 코딩 교육 시장은 레고, 유비테크, 오조봇 등 외국 기업의 점유율이 50%에 달한다.

에이럭스는 외국 기업 ‘일색’인 로봇 코딩 교육 시장에서 ‘대항마’로 꼽히는 스타트업이다. 제품 ‘프로보’를 앞세워 교육 시장을 천천히 공략 중이다. 현재 국내 6000여개 초등학교 중 2000여개 학교가 프로보 로봇 코딩 교구로 학생들의 코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조립형 로봇 교구재를 개발한 ‘럭스로보’도 눈여겨볼 만하다. ‘모디’ ‘모디 플러스’ 등 교보재를 활용한 코딩 교육·인공지능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1년 하반기에 중국을 포함한 10여개국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185억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 유치를 받으며 기업가치는 2000억원을 돌파했다.

의료용 로봇 산업에서는 ‘에이치로보틱스’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 재활을 보조하는 재활 로봇 ‘리블레스’가 주력이다. 리블레스는 로봇의 힘을 활용해 팔·다리 근력이 약해진 환자의 재활을 돕는다. 미국 FDA(식품의약국)와 한국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 인증을 획득했다. 리블레스의 성과에 힘입어 에이치로보틱스는 현재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까지 유치했다. 올해 말까지 상장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수퍼빈’은 지능형 순환자원 회수 로봇 ‘네프론’을 개발했다. 코스틸 대표를 지낸 김정빈 대표가 지난 2015년 설립한 소셜벤처다. 네프론은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순환 가능한 페트병과 알루미늄캔을 선별해 분류·압축·저장한다. 수퍼빈은 이후 이를 수거, 세척해 R-PET(폐플라스틱) 원료인 플라스틱플레이크를 만들거나 재활용 업체에 판매한다. 2016년 11월 첫 설치를 시작해 지난해 말 기준 40여개 지자체에 400여대의 네프론을 운영 중이다. 향후 네프론을 1000대 이상 설치하고 해외로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뷰 |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

커피 넘어 빵·초콜릿 다루는 로봇 선보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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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른 바리스타 로봇과 차별화되는 라운지엑스의 강점은.

A 타 로봇 카페는 주로 인건비 절감을 목표로 자판기 형태 무인 매장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은 로봇의 콘텐츠적 요소에 크게 반응한다. 실제 고객이 원하는 경험은 단순히 ‘로봇이 커피를 만든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로봇과 감정적으로 교감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고객을 알아보고 인사를 하거나 춤을 추는 모션을 개발했다.

Q 바리스타 로봇 시세는 얼마인가.

A 라운지랩은 로봇 판매 대신 렌털만 진행한다. 아이스크림 로봇의 경우, 월 렌털료는 90만원(1년 기준)이다. 현재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저비용으로 아이스크림 메뉴를 추가해 부가 매출을 내고 싶은 업주에게 적합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바리스타 로봇은 대당 1000만원 이하로 가격이 낮아지면 보급이 가속화될 것으로 믿는다.

Q 바리스타 로봇이 만들 수 있는 메뉴는.

A 라운지엑스 마포점의 로봇 ‘바리스 브루’는 다양한 원재료를 혼합해 여러 음료를 만든다. 현재 버전에서는 커피 원액과 물, 우유, 꿀 등을 조합해 콜드브루, 카페오레, 허니밀크콜드브루 등 6가지 음료를 제조할 수 있다.

Q 향후 기술력이 향상되면 로봇 바리스타가 어떤 수준까지 도달할까.

A F&B 시장에서 자동화 로봇 기술 적용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그동안은 주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로봇을 선보였지만, 카페 영역에서 활용할 만한 다양한 서비스 로봇을 개발 중이다. 음료와 함께하는 디저트인 베이커리, 초콜릿 등을 다루는 로봇도 곧 선보일 수 있겠다.

Q 경영 계획은.

A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다양한 로봇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베이커리, 초콜릿 로봇을 개발 중이고, 라운지엑스의 강화된 브랜드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플래그십 매장도 준비 중이다. 올 상반기에 완전 무인 카페 ‘엑스 익스프레스’ 오픈이 예정돼 있다. 무인으로 운영하면서도 유인 매장만큼의 사용자 경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테스트해본 후, 운영에 무리가 없다면 무인 매장 확장을 고려해볼 것이다.

인터뷰 |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

월 렌털료 100만원에 ‘로봇 치킨’ 프랜차이즈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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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치킨 로봇의 기능이 어디까지 개발됐나.

A 치킨은 물론, 치즈볼, 감자튀김 등 모든 튀김 메뉴를 다 만들 수 있다. 올해 GS25에 로봇을 납품하게 된 것도 이런 성능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현재 치킨 로봇은 반죽과 튀김이 주기능인데, 차세대 모델은 양념과 포장까지 할 수 있다. 또한 냉동 제품을 끓는 기름에 넣었을 때 온도가 5도 정도 내려가 조리 상태가 미세하게 달라지는 문제도 개선될 것이다.

Q 로봇 가격이 생각보다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A 현재 국내 제조사로부터 로봇 팔을 납품받는 원가가 2000만원대 중반이다. 중국산을 쓰면 가격이 더 내려가겠지만 AS 등 관리 때문에 국산을 선호한다. 조만간 프랜차이즈 사업이 진행되면 대량 보급 효과로 가격을 더욱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월 100만원에 렌털하는 요금제를 준비 중이다(3년 기준).

Q 경영 계획은.

A 앞으로 푸드테크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중장기적으로 치킨뿐 아니라 로봇으로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은 모두 도전해볼 생각이다. F&B를 로봇으로 가장 잘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노승욱 기자,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2호 (2022.03.30~2022.04.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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