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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슈 로봇이 온다

"단숨에 살균·공기청정"…KT, 로봇사업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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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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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대학병원 내 치과 진료 대기공간. 의료진부터 환자까지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로 높이 95㎝, 무게 35㎏의 방역로봇이 평균 초속 0.8m로 병원 곳곳을 누빈다. 치과병원은 환자들이 마스크를 벗고 진료를 받는 공간인 만큼 1인 1기구를 사용할 정도로 방역에 대한 수요가 특히 높다. 기존에는 방호복을 입은 직원이 진료시간 전후 공간 이용자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유해성 소지가 생길 수 있는 소독액을 직접 분사했다면, 자율주행 방역로봇은 일반 공기청정기처럼 최신 플라스마 살균 방식을 기반으로 알아서 24시간 공기 방역을 진행한다.

통신 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KT가 그리는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시대 방역로봇을 이용한 다중이용시설의 미래 모습이다. KT는 30일 온라인으로 출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공지능(AI) 방역로봇 2종(중소형·대형)을 공개했다. 제품은 4월 중 정식 출시할 예정으로, 현재는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실증(PoC)을 진행하는 단계다. 이용요금은 36개월 약정 기준 중소형·대형 모델이 각각 75만원, 79만원(부가가치세 별도)이다.

KT AI 방역로봇은 인체에 무해한 플라스마 방식을 활용해 사람이 활동을 중단하지 않고도 상시 방역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라이다와 카메라 센서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 로봇이 스스로 이동하며 방역을 진행한다. 기기 아래쪽에 탑재한 자외선 파장(UVC) LED를 통해 비말 형태로 바닥에 떨어진 바이러스에 대한 방역도 이뤄진다. 미세먼지와 생활 유해가스에 대한 공기 청정 기능도 갖췄다. 5세대 이동통신(5G)과 LTE 네트워크 환경을 모두 지원한다.

지금까지 배송이나 돌봄과 같은 영역에서 다양한 로봇이 출시됐지만, 자율주행 기반 플라스마 방역로봇을 월 구독 형태로 상용화하는 건 KT가 국내에서 처음이다. 2020년 'AI로봇사업단'이라는 전담조직을 신설해 취임 초부터 로봇 사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강화해온 구현모 대표의 전략이 구체적인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2025년까지 비통신 사업 매출 비중을 전체의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KT의 야심 찬 목표 달성에 이번 방역로봇 흥행이 주효한 역할을 할 것으로 풀이된다.

인정수 KT AI로봇사업담당은 "새롭게 출시하는 AI 방역로봇은 올해 3000~4000대 판매를 목표로 잡고 있다"며 "병원, 호텔,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유아 교육기관을 주요 타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관건은 저가 제품을 앞세운 중국 로봇 제조사들과의 경쟁이다. 제조사가 아닌 KT는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차별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로봇을 호출·이동하고, 로봇 상태를 데이터로 실시간 분석하며 방역 이력·결과 보고서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전국 네트워크 사업자로서 강점을 활용해 24시간 선제적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자사·협력사 서비스와 결합한 제휴상품 출시가 가능하다는 점도 KT의 경쟁력이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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