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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나눔의집, 누구의 재산 아냐… 위안부 피해자 위한 시설로 거듭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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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직무대행서 물러난 이찬진 변호사>
"조계종 측이 정상화 방해" 임시이사 동반 퇴진
"나눔의집 운영 방식 일반 복지시설과 달라야"
피해자 주체적 삶 지원, 전쟁 성폭력 역사화 주문
한국일보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에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흉상과 소녀상이 세워져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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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로 2년 전 후원금 유용 논란에 휩싸였던 '나눔의집'이 다시 한번 기로에 섰다. 조계종 승려 이사들이 해임된 자리에 임시 이사들이 대거 투입돼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 가운데 5명이 "조계종 방해로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며 이달 14일 집단 사퇴한 것이다. 국민적 기대와 달리 종단 측이 나눔의 집을 피해자 보호시설이 아닌 일반 사회복지시설처럼 운영하려 한다는 것이 이들의 퇴진 이유였다.

이찬진(58) 변호사는 사임한 이사진의 일원으로 나눔의집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아왔다. 23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이 변호사는 "사태 수습을 위한 원포인트 임시 이사로 들어왔다가 늪에 빠진 형국이었다"며 "개혁다운 개혁을 하지 못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곁을 지켜온 공익제보자들에게도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나눔의집은 후원금 유용 사태 여파로 2020년 12월 승려 이사 5명이 해임 처분을 받았고, 지난해 1월부터 임시 이사 8명과 기존 승려 이사 3명 체제로 운영돼 왔다.

시설 용도 변경이 최대 쟁점 중 하나였다. 나눔의집은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머무는 무료 양로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임시 이사들은 이사회에서 정관을 고쳐 위안부 피해 보호시설로 용도를 변경하려 했지만 조계종 측 반발에 가로막혔다. 이 변호사는 "나눔의집은 할머니를 위한 시설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인식부터 (조계종 측과) 차이가 있었다"며 "기존 운영진이 할머니들을 자신들이 자비를 베푸는 수용자로 대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시 이사들은 나눔의집 정상화를 마무리짓지 못한 데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변호사는 "지자체가 교계 눈치를 보느라 시설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을 다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할머니들을 위한 지원 시설이 조계종의 핵심 수익자산처럼 여겨질 정도"라고 꼬집었다. 재작년 경기도 조사 결과 나눔의집이 5년간 받은 후원금 88억 원 가운데 위안부 피해자에게 쓰인 금액은 800만 원에 불과했다. 시설 운영 법인이 60억 원대 부동산과 70억 원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익제보도 있었다.

이 변호사는 나눔의집에 거주하는 할머니 네 분의 상황에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들은 외출이나 운동을 할 때도 원장 허락을 받아야 할 정도로 통제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함께 나들이 갔을 때 활짝 웃던 할머니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해방이 되고서도 불행한 삶의 굴레를 벗을 수 없었던 할머니들이 남은 생을 여한 없이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나눔의 집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았던 이찬진 변호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나눔의 집 정상화 추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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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호사는 나눔의집이 특정 기관의 자산이 아니라 위안부 피해자들의 공간이란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나눔의집에 국민 후원이 줄 이은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 한일 위안부 합의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후원자들은 피해 할머니 지원과 함께 전쟁 성폭력 피해자 관련 연구와 추모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나눔의집 정상화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시혜적 접근'이 아니라 그들의 삶 자체에 집중하는 '생애사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곳의 할머니들이 이용수 할머니처럼 주체적으로 여생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많은 세월을 종속적으로 살아온 할머니들을 더 이상 불행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할머니 개개인의 삶을 복원하고 정리해 전쟁 성폭력이 피해자의 삶을 어떻게 왜곡하고 좌절시키는지 밝히는 것이 나눔의집 소임이라고 강조했다.

[반론보도] <"나눔의집, 위안부 피해자 위한 시설로 거듭나야"> 관련

본 신문은 지난 3월 30일에 <"나눔의집, 누구의 재산 아냐… 위안부 피해자 위한 시설로 거듭나길">이라는 제목으로 전 나눔의집 대표이사 직무대행이었던 이찬진 변호사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현재 나눔의집에 시설 용도 변경 문제, 후원금 유용 의혹, 할머니들에 대한 강압적 통제 등의 논란이 있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나눔의집은 시설 용도 변경과 관련해, 현재 나눔의집은 사회복지사업법과 노인복지법에 근거하여 적법하게 설립 운영되고 있으며 관련한 논의가 조계종 측 반발에 가로막혔다는 내용 또한 사실이 아니라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후원금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총 10억 원 이상이 할머니 지원과 시설 운영에 사용되었으며, 할머니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했다는 부분도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추가로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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