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교과서서 강제동원·종군위안부 사라지고 독도영유권 주장 강화…교육부 “역사 왜곡 교과서 검정 통과 유감”

[경향신문]

김상민

내년 일본 고등학생 2학년부터 배우는 역사·지리 교과서에 독도 영토 주권 침해와 강제동원 표기 회피, 일본군 위안부 표기 축소 등 역사 왜곡이 한층 강화된 표현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일본 정부가 역사를 왜곡한 고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심사에서 통과시킨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즉각 시정을 요구했다.

29일 교육부가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고등학교 사회과목 교과서 31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일본사탐구(7종), 지리총합(1종), 지리탐구(3종), 정치·경제(6종), 공공(1종) 전부와 세계사 교과서 2종 등 총 20개의 교과서에서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은 이날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를 열고 고교 2학년 이상 학생이 사용하게 될 교과서 239종의 검정 심사를 통과시켰다.

지난해 4월 일본 각의는 일제강점기 일제의 강제동원과 관련해서는 중국인의 경우에는 ‘강제연행’ 표현을 인정하나 조선인의 경우는 ‘강제연행’ ‘연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이번 교과서 검정에서도 ‘강제연행’ ‘연행’ 표현은 전부 수정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치·경제 6종 중 4종에서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을 기술하고 있는데, 시미즈 서원은 “2018년 한국의 최고재판소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려, 일한관계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썼다. 또 1965년 한일협정으로 청구권 문제는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 입장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본군과 위안부의 관계를 직접 드러내거나 강제성을 드러낸 기술을 한 부분도 대거 수정됐다. ‘일본군 위안부 제도’라는 표현은 ‘위안부’로 수정됐고, ‘강제성’을 직접 드러낸 표현들은 삭제됐다. 정치·경제 교과서 6종 중 4종에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양국이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하는 데 합의했다고 기술했다.

이밖에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민비 살해’ 등으로 표기하거나 삭제하는가 하면 러·일전쟁 개전 당시 침략성에 대한 언급을 빼놓기도 했다.

교육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지난 3·1절 기념사를 통해 ‘한·일 양국 협력은 미래세대를 위한 책무이며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 겸허해야 한다’라고 제안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역사 왜곡이 그대로 드러난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항의했다. 이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과 조선인 강제동원, 일본군 ‘위안부’ 등 전쟁 범죄를 축소·은폐한 고등학교 교과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육부는 “역사적 사실이 왜곡된 교과서로 배운 일본의 초·중·고등학생들은 그릇된 역사 가치관을 갖고 성장하게 될 것이고, 이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화합을 저해하고 향후 일본의 고립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을 위해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통해 이웃나라 국민의 상처에 공감하고, 그 첫걸음으로 미래 사회가 배우는 왜곡 교과서를 수정함으로써 국제 사회에서 신뢰받는 일원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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