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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슈 로봇이 온다

화재 현장·원전까지…사람 대신 재난 현장 가는 로봇들 [임주형의 테크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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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뉴욕소방청, 로봇 소방견 2대 배치

현대차 산하 보스턴 다이내믹스 개발

사족보행으로 계단 등 장애물 극복

화재, 원전 사고 지역 등 재난 현장서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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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지형을 이동하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사 로봇 '스팟' / 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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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로봇 개발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미국 뉴욕 소방청에 탐색용 로봇을 판매하면서, 로봇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유독 가스가 가득한 화재 현장, 언제 방사능이 유출될지 모르는 원자력 발전소 내부 등, 위험한 재난 현장에서 인간 대신 로봇이 활약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겁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소방견' 로봇 구매한 뉴욕소방청

미 매체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소방청(FDNY)은 보스턴 사로부터 2대의 '스팟(spot)' 로봇을 구입했습니다.

스팟은 네 개의 유연한 다리를 제어해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사족보행 로봇입니다. FDNY는 이 로봇 위에 센서를 얹어 데이터 수집, 인명 수색 및 구조 업무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사실 스팟이 뉴욕시 정부기관에 판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세계 최초로 스팟을 도입한 곳은 뉴욕 경찰로, 지난 2020년 사건 현장에 투입할 목적으로 구매했습니다. 그러나 프라이버시 침해, 로봇을 이용한 지나친 강경 진압 등 시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면서 결국 도입 1년 만에 임대 계약을 종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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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경찰과 함께 사건 현장에 투입됐던 스팟. 부정적인 여론으로 인해 경찰당국은 당시 스팟 임대 계약을 철회했다. / 사진=美 폭스 뉴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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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소방당국은 '로봇 경찰견'에 생긴 부정적 여론을 '로봇 소방견'이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압용, 범인 검거용 등으로 쓰이는 경찰견과 달리 소방견은 인명을 구조하는 등 공공 안전 작업에 쓰이기 때문입니다.

소방견 스팟은 붕괴된 건물 내부에 진입해 건물 구조 안전성을 진단하거나, 일산화탄소 같은 유독성·인화성 가스의 농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소방관들이 현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미리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겁니다.

마이클 레오 FDNY 팀장은 NYT와 인터뷰에서 "스팟은 실제로 생명을 구할 것"이라며 "휴머노이드나 동물 모양 기계가 종종 피해를 주거나 두려움을 유발하는 영화의 묘사와 스팟은 다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화재 현장부터 원전까지…재난 탐사용 로봇 시대 열릴까

보스턴 사가 정부 기관과 계약을 성사하면서, 위험 현장 진입용 로봇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스팟이 화재 현장에서 유용성을 입증하면, 산불·화산 폭발·홍수 등 자연 재해 현장이나 원자력 발전소 사고 지역 등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곳에 로봇을 투입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원전에 진입할 수 있는 로봇은 원전 사고 대응, 원전 해체 작업 등에서 '게임 체인저'로 활약할 수 있습니다. 통상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수 있어 인체에 극히 위험합니다. 이 때문에 실제 원전 사고가 벌어질 경우 대응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는 지난 2011년 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가 도호쿠 지방 해역을 덮치면서,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원자로 1~4호기에서 방사능이 누출된 사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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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 원전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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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출 사고 이후 원전 내부에서는 최대 530시버트(Sv)의 방사능 수치가 감지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체는 단 1Sv에만 노출돼도 방사선 병에 걸리거나 메스꺼움 등을 느낄 수 있으며, 5Sv에 노출되면 한달 내에 숨질 수 있습니다. 사람은 아예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셈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원전 해체 담당팀은 탐색 로봇을 개발해 이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총 7대의 로봇이 투입됐습니다.

잔해 극복·카메라 기술 발전이 관건

로봇이 인간보다 재난 현장에서 더 오래 버티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적인 상용화까지는 아직 난관이 남아 있습니다.

가장 큰 난제는 험난한 지형을 극복할 수 있는 유연한 로봇을 설계하는 겁니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로봇은 바퀴가 달린 차륜형으로 개발됐는데, 이런 로봇은 재난 현장의 잔해 등을 극복하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앞서 일본이 지난 2017년 사고 원전 현장에 투입한 스콜피온 로봇 또한 잔해를 넘지 못해 수색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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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일본 원전 해체 담당팀이 투입한 로봇 '스콜피온' / 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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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인식능력과 조작 성능을 강화하는 것도 도전과제입니다. 재난 현장에 투입되는 로봇은 작은 카메라에 의존해 주변을 탐색하기 때문에 시야가 한정적이고, 숙련된 조종사가 아니면 제어도 쉽지 않은 편입니다.

전문가는 로봇의 자율성을 강화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유럽연합의 재난 현장 탐사용 로봇 개발 사업인 'NIFTi 프로젝트'를 이끄는 이바나 크라위프-코르바요바 박사는 한 현지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로봇을 단순히 움직이는 카메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재난 구호팀의 한 멤버로 기능하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비전문가들도 재난 현장에서 로봇을 조종할 수 있을 만큼 자율성 기술이 발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 상용화까지는 몇 가지 허들이 남아있지만, 극복할 수 없는 난관인 것은 아니다"라며 "모든 지형을 넘을 수 있는 주행 기술과 진보한 영상 처리 기술 등은 결국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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