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당에서는 삼성한신이 포함된 시범단지와 상록마을 우성 등 27개 단지가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분당재건축연합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3월 26일 서현동 어린이공원에서 정비계획 수립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연합회 측은 “올해 안에 분당 아파트 20%의 정비예정구역 지정과 지구단위계획 재수립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서현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분당 아파트들은 용적률이 높아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는 단지가 많았다”면서 “만약 특별법 제정 등으로 허용 용적률이 오르면 굳이 리모델링을 할 필요가 없는 만큼 재건축으로 눈을 돌리는 단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 이후 특별법을 만들어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적극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분당에서도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윤 당선인은 평균 용적률이 169~ 226%에 불과한 1기 신도시에 토지 용도 변경이나 종상향을 통해 10만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1기 신도시에 속한 분당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준공 30년을 넘어섰거나 임박한 상황이다. 1991년 9월 시범단지가 처음으로 입주를 시작한 분당에는 총 136개 단지, 9만4600가구가 들어섰다. 용적률 상향 조정과 안전진단 면제 등의 공약이 실현되면 분당 역시 재건축이 활발히 진행될 수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삼성한신아파트. 최근 삼성한신이 포함된 시범단지와 상록마을 우성 등 27개 단지가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분당재건축연합회’를 구성했다. (윤관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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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30년 차 맞이한 분당
▷‘1기 신도시 특별법’ 기대감 솔솔
용적률과 대지지분.
재건축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다. 용적률은 넓이 대비 건물의 ‘연면적(바닥)’ 비율을 말한다. 현재 용적률 대비 허용 용적률이 높으면 그만큼 사업성이 좋아진다. 즉, 지금 당장은 용적률이 낮은 단지가 재건축에 유리하다.
현재 분당에서 용적률만 따졌을 때 재건축이 유망한 단지는 여럿 있다. 이 중 용적률이 낮은 곳은 정자동 한솔마을, 분당동 샛별마을, 금곡동 청솔마을, 서현동 그린타운 등이다. 이들 단지는 대체로 용적률이 150% 내외다. 특히 야탑동에 위치한 매화마을 주공3·4단지의 경우 용적률이 각각 101%, 133%에 불과하다. 당장 재건축을 추진하더라도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는 평가다.
다만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때 용적률만 따져서는 곤란하다. 대지지분 역시 재건축 사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대지지분은 단지 내 1가구가 소유하고 있는 땅의 면적이다. 가구당 대지지분이 넓으면 재건축 시 추가 가구를 많이 만들어 일반분양 물량을 늘릴 수 있다. 통상적으로 전용면적 대비 대지지분이 60~70% 이상, 혹은 가구당 대지지분이 평균 50㎡(약 15평) 이상일 경우, 사업성이 높은 단지로 분류할 수 있다.
지금까지 분당 여러 아파트에서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 얘기가 거론된 이유는 바로 용적률이 높거나 단지 내 가구당 대지지분이 낮았기 때문이다. 분당 아파트 평균 용적률은 184%로 현재로서는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업이 쉽지 않은 구조다.
하지만 정권 교체에 성공한 국민의힘이 내건 정책 공약에는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이 포함돼 있다.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 1기 신도시 내 양질의 주택 10만호 공급 기반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을 통해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용적률 상향으로 1기 신도시의 재구성뿐 아니라 수도권 주택 공급 종합 대책의 하나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미 3월 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석준(경기 이천) 국민의힘 의원은 1·2기 신도시를 대상으로 한 ‘노후신도시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안(특별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용적률 상향 조절, 규제 완화, 자금 능력 부족한 가구·세입자 이주 대책 지원, 추가 부담금 지원 방안 등이 담겨 있다.
▶분당 재건축 기대감 크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찮아
이미 분당 여러 단지는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분당구 서현동 시범단지 4곳은 지난해 10월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를 꾸렸다. 1기 신도시 중 처음이다. 시범단지는 앞서 언급한 삼성한신(1781가구), 우성(1874가구), 한양(2419가구), 현대(1695가구) 등 총 7769가구 규모다.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도 최근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모델링 착공을 앞둔 단지도 있다.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는 오는 6월 이주를 시작하고 이르면 연내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분당 ‘무지개마을4단지’도 착공 시기를 연말 혹은 내년 초로 저울질하고 있다.
지금까지 분당재건축연합회는 그동안 분당이 단 한 곳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것이 없었던 만큼 안전진단,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용적률 상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1기 신도시 특별법’이 제정되면 분당 재건축 사업은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은 모든 법에 우선한다. 다른 법과 모순되거나 중첩되면 특별법을 먼저 적용할 수 있다. 기존 도시·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만으로 분당과 같은 1기 신도시 아파트를 재건축하기에 한계가 있다. 각종 인허가 문제 등을 해결함과 동시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유연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용적률 상향 조정을 위해서라도 특별법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분당을 포함한 1기 신도시 여러 단지들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용적률 상향 조정 등 특별법 신설이 1기 신도시 정비의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신도시 정비 문제는 수도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즉흥적인 해법보다 심도 있는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용적률이 500%로 증가하면 45~50층 내외 초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용적률이 늘어나 가구 수가 2배 이상 증가하면 교통, 상하수도, 학교, 병원 등 기반시설 부족 문제도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일반주거지역 내에서 높은 용적률을 적용하면 동간 거리가 좁아져 답답하고 일조권, 사생활 침해 등도 우려스럽다.
도시계획 측면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현재 ‘국토계획·이용에 관한 법률상’ 일반주거지역은 1~3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새로운 용도지역을 만들려면 4종 일반주거지역(가칭)을 신설하는 등 법 제·개정이 필요하다. 그럼 기존 도시계획법의 근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다.
당장 1~2기 신도시에 500% 용적률을 부여해 재건축을 하면 나중에 해당 주택이 다시 노후화될 경우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도시 공간 구조로 볼 때 분당 같은 신도시의 경우 밀도를 높였을 때 교통 악화, 기반시설 부족 등 여러 면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1호 (2022.03.23~2022.03.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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