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자리싸움이 고소전 비화… 악화일로 수요시위 갈등, 해법 없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위안부사기청산연대, 수요시위 측 경찰 고소
"극단 행동한 적 없는데 '극우단체'라고 모욕"
수요시위 측 보수단체 무더기 고소에 맞불
한국일보

2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제1,536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지몽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수요시위)'를 둘러싼 진영 갈등이 악화일로다. 보수단체의 수요시위 장소 선점으로 촉발된 마찰은 수요시위 훼방과 이에 대한 반발로 확대되더니 급기야 고소·고발전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위안부사기청산연대는 23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경희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무총장과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여장연) 등을 모욕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종로경찰서에 고소한다"고 밝혔다. 위안부사기청산연대는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등 수요시위 반대 단체들의 연합체다.

집회방해·명예훼손 맞고소전


고소전의 시작은 자리싸움에서 비롯했다.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는 이달 4일 종로경찰서에 수요시위 주관 단체 중 한 곳인 평화나비네트워크(평화나비) 회원 20여 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자신들이 먼저 집회 신고한 장소를 평화나비에서 무단 점거해 집회를 방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수요시위 단체들도 맞고소했다. 수요시위장 인근에서 일부 보수단체들이 줄곧 위안부 피해자를 폄훼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는데, 이는 피해자와 수요시위 참가자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집회 방해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정의연, 여장연 등이 제출한 고소장에는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김병헌 대표,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 등 10여 명이 피고소인으로 적시됐다.
한국일보

2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제1,536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와 수요시위 반대 집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위안부사기청산연대의 이날 회견은 반(反)수요시위 진영의 재반격인 셈이다. 이들은 수요시위 측이 반대 단체들을 '극우 역사부정 단체'로 규정하며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김병헌 대표는 "극우는 통상 극단적·혐오적 인물로 인식되는데 우리는 수요시위 중단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폭력이나 극단적 행동을 한 적 없다"며 "우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폄훼하고자 극우로 몰아간 만큼 명백한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대응으론 한계" 지적도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1월 수요시위가 방해받지 않고 진행되도록 경찰이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고 긴급구제조치를 권고했지만 갈등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의연 등은 인권위 권고 이후에도 수요시위를 둘러싼 역사 부정과 피해자 모욕이 난무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비판해왔다.

다만 이런 종류의 갈등은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인권위가 경찰의 역할을 주문하긴 했지만, 집회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라 수요시위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보수단체 집회를 통제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공권력이 한쪽에 편향되면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찰이 평화 집회를 하도록 지도할 수는 있겠지만 중립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단체에 자정 노력을 호소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집회·시위 간 명분을 따져서 우월을 달리 판단할 수는 없다"며 "상대방을 불필요하게 비하하거나 자극하는 언행을 자제하는 범주 내에서 집회를 열고 메시지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