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제지 권고'에도 계속되는 수요집회 옆 맞불집회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2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제1533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주변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피켓 시위을 펼치고 있다. 2022.3.2/뉴스1

"근거를 알고 지껄여라 위안부는 거짓말."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종로경찰서장에게 일본의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수요집회'를 방해하는 '맞불집회' 제지를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극우단체의 맞불집회는 여전히 계속 되고있다.

23일로 1536회를 기록한 정기 수요집회는 평화의 소녀상에서 약 50m 떨어진 서울 종로구 중학동 한 카페 앞 차로에서 열렸다. 한 차선을 건너뛴 인도에서는 국민혁명당 엄마부대 시위대 10여명이 '위안부(매춘부)가 자랑이냐' '위안부 동상 철거' '김복동의 국민훈장 모란장을 즉각 취소하라'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맞불 시위에 나섰다. 엄마부대 측 시위대의 스피커는 수요집회 참가자를 향해 있었다.

이번 수요집회를 주관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참가자가 정기수요시위 성명서를 낭독하자 바로 옆에있던 엄마부대 측 시위대는 "근거를 알고 지껄여라 거짓말이다" "스님 말씀은 다 틀렸다 종교인이 나서서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 등 마이크를 이용해 수요집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엄마부대의 맞불집회는 2020년 5월부터 이날까지 약 1년 10개월 가량 지속돼 왔다. 이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지난 1월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하고 긴급구제를 신청했고 인권위는 "수요시위는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든 운동"이라며 종로경찰서장에게 긴급구제조치를 권고하고 진정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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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권고 '강제력' 없어…텅 빈 집회 신고 장소, 플래카드만 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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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소녀상 앞. 이날 한 단체는 '위안부' 사기 중단 촉구 집회에 99명의 인원을 신고했지만 해당 장소에는 플래카드만 놓여있다./ 사진 = 하수민 기자

하지만 인권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극우단체의 맞불집회는 지속됐다. 보수단체들은 오히려송두환 인권위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집시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소녀상 주변으로 집회 신고를 확대했다.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종로경찰서는 인권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어느 한쪽 시위를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수요집회와 엄마부대 시위 둘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집회를 신고한 만큼 경찰이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의 집회를 중단하거나 제지할 강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권위 권고는 강제성이 없고 순수하게 '권고적 효력'만 지닌다. 따라서 인권위의 권고를 받은 서울 종로경찰서에는 인권위의 권고 사항을 이행할 의무가 없다.

경찰이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등 정의기억연대 '반대 집회' 주최 측에 시간과 장소 변경을 권유한다고 하더라도 '일본군 위안부' 동상 앞에서의 집회 개최 선순위를 점하고 있는 '반대 집회' 주최 측이 수용하지 않으면 달리 강제력을 행사할 권한이 없다.

이나연 정의연 이사장은 "인권을 지향하는 목소리가 혐오와 차별의 목소리를 덮을 때 이 문제가 궁극적으로 해결되는 것이고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서도 "하지만 옆에서 스피커를 우리 쪽으로 대는 것은 명백히 집회방해다. 그쪽(시위대)은 집회신고를 30명으로 해놓고 2~3명 나와 있는데 그 자리를 다 차지하고있다. 허위 신고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 우리가 이때까지 확인한 거에 의하면 집회신고를 해놓고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경찰이 집회 현장을 살펴 보고 허위신고가 반복 된다싶으면 집회 신청에 제한을 두어야하는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인권위 제지 권고가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인권위의 권고가 가지는 의미는 역사에 남기때문에 긴급 구제 신청을 한 것이다.이 혐오의 현장도 역사에 남길 의무가 있다. 소녀상 자리는 역사적이고 사회적으로 상징적인 자리다. 정부가 나서서 보호해야 된다"고 밝혔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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