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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슈 로봇이 온다

삼성이 점찍은 로봇… 먼저 뛰어든 LG는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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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가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로봇을 낙점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국내 대기업 중 로봇 산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LG(003550)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산업현장의 로봇 도입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적 개선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22일 LG그룹의 감사보고서와 로봇 업계 등에 따르면 LG전자(066570)의 로봇 자회사인 로보스타(090360)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로보스타는 지난해 매출 1424억원, 영업이익 2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다만 이는 판매관리비 감소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자회사의 청산 등이 반영된 결과다. 2020년에는 매출 1338억원에 113억원의 순손실을 보였다.

지난해 로보스타의 판매관리비는 임직원 감소 영향으로 전년 대비 20억원 줄었다. 또 매해 10억~15억원 가량의 적자를 내던 자회사 로보메디도 지난해 청산하면서 적자 폭을 줄였다. 전동휠체어 등을 생산하던 로보메디는 적자 누적으로 2020년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이런 일회성 요인을 감안하면 로보스타가 적자의 늪에서 탈출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로보스타의 매출은 LG에 인수되던 첫 해인 2018년 1932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 소폭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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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로봇 자회사 로보스타의 양팔형 로봇 작업 모습./로보스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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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2017년 투자한 웨어러블 로봇 전문기업 SG로보틱스(현 엔젤로보틱스)는 2020년 18억9000만원에서 지난해 45억5000만원으로 적자 폭이 늘었다. 자율주행로봇 전문기업 로보티즈(108490)의 경우 2020년 17억원, 지난해 9억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해외투자 성과도 미흡하다. LG가 2018년 300만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던 미국 로봇 스타트업 ‘보사노바 로보틱스(Bossa Nova Robotics)’의 경우 3년만에 투자금을 모두 잃었다. 이 회사는 마트나 재고 창고 등에 상품을 스캐닝하는 로봇을 개발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 미국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와 로봇 계약 공급을 체결하면서 LG도 지분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2020년 월마트가 돌연 계약을 종료하면서 사업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회사는 유럽 사업부를 폐쇄하고 직원의 50%가량을 해고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회사는 현재 로봇 비중을 대폭 줄이고 인공지능(AI) 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결국 지난해 3월 기준 LG전자 보유 지분 가치가 ‘0′원이 됐고, 투자금 전액을 손실처리했다.

LG의 로봇 투자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예상을 하회하는 로봇 시장의 성장세에 있다. 4차산업혁명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제 로봇산업 단체인 국제로봇협회는 한때 2020년 세계 로봇시장 규모를 자동차 산업을 능가하는 5000억달러(약 600조원)로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277억달러(약 33조원)에 그쳤다.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전기차 시장이 지난해 2089억달러(254조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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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2017년 300만달러를 투자한 미국의 로봇개발업체 ‘보사노바 로보틱스(BossaNova Robotics)’의 매장관리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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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봇 전문 매체들은 월마트와 보사노바 로보틱스의 협업 결렬을 두고 “아직 현장에서 로봇 도입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히 이뤄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제조업의 경우 이미 자동화 로봇 공급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 성장세가 둔화됐다. 2019년에는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이 2013년 이후 처음 역성장하기도 했다. 국내 산업용 로봇 판매 실적도 2016년 4만1000대에서 2020년 3만1000대로 24%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로봇시장의 성장세가 기대되는 만큼 기업들이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로봇사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2025년 이후에는 서비스 로봇 시장이 산업 로봇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국내 로봇기업의 단기 성과만 두고 투자 실패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는데,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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