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생존자들 "위안부 문제 ICJ에 회부" 촉구 서한 유엔에 보내

[경향신문]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각국 ‘위안부 생존자 및 단체의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 공개서한 발송 발표 기자회견’에서 청원서에 적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서명을 보여주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한국·필리핀·중국·인도네시아·동티모르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이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나 고문방지협약(CAT) 절차에 회부할 것을 한·일 양국 정부에 촉구해 달라는 서한을 유엔에 보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는 1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들과 여성차별 문제 실무 그룹에게 이같은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청원에는 국내 위안부 생존자 12명 중 강일출·박옥선·이옥선(94)·이옥선(92)·이용수·박필근 할머니 등 6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용수 할머니는 국내에 있는 할머니들에게 청원 취지를 설명하고 찬성을 지지한다는 서명을 받았다. 중국의 펑주잉 할머니를 비롯해 필리핀·인도네시아·동티모르 피해자 및 가족들도 동참했다.

청원서에서는 위안부 문제의 ‘피해자 중심’ 해결을 위해 한·일 양국 정부가 합의해 위안부 문제를 ICJ나 CAT 절차에 회부하도록 유엔 측이 촉구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피해 생존자들은 일본 정부가 지난 30년간 위안부 피해자들이 요구해 온 전쟁범죄 인정, 진상 규명, 공식 사죄, 법적 배상, 책임자 처벌, 역사교과서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등 7가지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역사를 왜곡한 것은 유엔 고문방지협약상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고문방지협약에 규정된 국가 간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이게 마지막이다. (피해 생존자) 할머니들에게 서명을 받으러 갔는데 모두 떨면서 자기 자필로 썼다. ‘용수야, 이거는 먼저 하늘나라 간 할머니들한테도 알려야 한다’면서 땅을 치며 울었다. ‘언니, 이거 서명받아서 꼭 우리 문제 해결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해 2월16일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이 ‘주권 면제 위반’이라며 ICJ에 제소할 뜻을 시사하자 ‘위안부 문제를 ICJ에 회부해 국제법에 따른 판단을 받자’고 제안했다. 지난 10월26일에는 일본이 ICJ 회부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규정된 조정 절차나 ICJ 회부 절차를 밟자고 주장했다.

신희석 연세대 국제대학원 법학박사는 “제안 후 몇 달이 지났지만 한국과 일본 정부의 답변은 없었다”며 “특별보고관들의 권고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권위 있는 인권 전문가들로서 이들의 권고가 있다면 우리 정부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유엔 인권단체들이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유엔 절차들도 추진해보려 한다”고 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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