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열린 제1535차 정기 수요시위는 다른 때와 다르게 시작됐다. 이날 집회에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단체들과 이용수 할머니의 법률대리인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단순히 방해한다는 차원을 넘어선 혐오와 부정이 1년 넘게 난무하도록 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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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못한 위안부 피해자 단체…고소·고발로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앞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방해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참가자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극우 역사부정 단체 고소 고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발장을 경찰에 접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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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1시,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집해방해죄)·명예훼손·모욕 혐의로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 12명을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고발했다. 이용수 할머니 법률대리인은 명예훼손·모욕 혐의로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 등 5명에 대해서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해자는 이용수 할머니와 정의기억연대·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소속 수녀님 등 수요집회 참가자들이다.
피해 단체 법률대리를 맡은 함승용 변호사는 “일부 단체들이 폭탄이 발사되는 소리, 비명 소리 등을 송출했고 집회 참가자들에게 성적으로 모욕적인 발언과 원색적인 욕설을 지속해서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앞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방해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참가자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극우 역사부정 단체 고소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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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 법률대리인인 박경찬 변호사는 “이용수 할머니께서 지난해부터 계속 모욕과 거짓말을 들으면서 불안해하셨다”며 “누가 찾아올 것 같고 위해를 가할 것 같다는 공포감에 힘들어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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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장 제출 후 수요집회…여전한 극우 집회
16일 오후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이 수요시위 현장 바로 옆에서 '소녀상 철거'를 외치고 있다. 최서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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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고발 기자회견 후 위안부 피해자 단체는 곧바로 소녀상 옆인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 앞으로 이동해 제1535차 정기 수요시위를 이어갔다. 이날도 ‘자유연대’와 ‘엄마부대’ 등 극우 단체들의 집회가 있었다.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는 고소·고발 소식에 대해 “바라던 바”라며 “고소·고발 아주 잘했다. 이제 싸워보자”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역사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법정에서라도 싸워야 한다면 물러서지 않겠다”며 “한미일 자유 보수 우파들이 이번 기회에 역사 전쟁을 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군인이 민간인을 납치해 간다는 건 삼류소설조차 안 된다. 무슨 군인이 골골이 쫓아다니면서 여자들을 끌고 다니냐”며 “위안부는 사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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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시위 진행되도록 경찰권 행사해야”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서머셋팰리스 앞 인도에서 정의기억연대와 평화나비네트워크 주최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535차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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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단체의 ‘맞불 집회’와 관련해 수요집회 측은 경찰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월 종로경찰서장에게 “수요시위는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든 운동”이라며 긴급구제 조치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한경희 사무총장은 “경찰에서 충돌을 막기 위한 보호 장치들을 해주고 있지만, 집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경찰권 행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위 권고의 취지는 단순히 같은 시간에 2개의 집회가 있다고 기계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수요시위가 본래의 목적으로 진행되도록 경찰권을 행사하라는 것이었다고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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