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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슈 로봇이 온다

배달비·미술품부터 로봇까지...공구, 어디까지 해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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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대찌개 공동구매하실 분 계신가요? 평소 테이크아웃하러 자주 가는데 사장님께서 10명 정도 되면 배달비 없이 문고리 배송해주신다고 하네요.”

최근 당근마켓 커뮤니티 ‘동네생활’에 올라온 글이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배달 음식 합배송시키실 분 계실까요? 음식 1인분 시키면 만원 정도인데 배달비가 3000원에서 4000원이라…”라는 글도 올라왔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동네생활 커뮤니티에 올해 1월 한 달간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 배달을 같이 시킬 사람을 구하는, 이른바 ‘공구(공동구매)’ 관련 글이 지난해 동월 대비 2배 늘었다. 바로 직전 월인 12월과 비교해도 15%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 미트박스. 육가공 업체·도매상 등 200여개 축산물 판매 회사가 식당, 정육점 등 25만 자영업자에게 직거래를 하게 해주는 모바일 플랫폼이다. 지난해 축산물 거래액 3200억원, 누적 거래액은 1조원을 돌파했다. 미트박스 경영진은 최근 거래액을 분석해보다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트박스는 B2B(회사 대 회사) 플랫폼이라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곳만 등록, 축산물 거래가 가능하다. 가장 많은 구매처는 식당이다. 그런데 이색 사업장이 꽤 있었던 것. 미용실, 병원, 부동산, 학원 등으로 축산물 거래와는 일견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곳이다. 김기봉 미트박스 대표는 “미용실, 병원, 부동산, 학원 등에서 큰 비중은 아니지만 꾸준히 구매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신기해서 한번은 직접 해당 사업장을 방문해 구매 이유를 물어봤다. 사업자로 등록해 고기를 사면 싸니까 동네 주민끼리 십시일반 돈을 모아 미용실 원장이 대표로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과연 ‘공구의 민족’답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개했다.

공동구매.

말 그대로 한 제품을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할인받아 사는 개념이다. 예전에는 마을 단위로 지인들끼리 알음알음 해왔던 구매 방식이다. 2000년대 들어 온라인 카페 등 커뮤니티가 발달하면서 꼭 이웃 주민이 아니더라도 취미나 마음 맞는 동호회 회원끼리 이런 방식으로 물건을 싸게 구매했다. 물건 파는 업체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대량으로 제품을 팔 수 있으니 그만큼 할인을 해줄 여력이 생기는 ‘상부상조’ 모델이다.

최근에는 보다 전문화, 산업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공구 시장’ 쑥쑥 크는 이유는

▷SNS·라이브커머스 등 플랫폼 발달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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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구매가 쑥쑥 크는 이유가 뭘까.

소셜미디어(SNS) 발달이 첫 번째로 꼽힌다.

‘#공구’ ‘#공동구매’.

인스타그램에서 두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3월 초 기준 각각 273만개, 92만7000개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이미 공구가 일상화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0년 SNS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SNS를 이용하고 그중 50%가 공구와 같은 SNS 마켓을 통해 쇼핑한다고 밝혔다.

특히 SNS 마켓을 성장시키고 있는 핵심 키는 ‘인플루언서’다. 사전적으로는 영향력 있는 사람을 뜻한다. 경영학에서는 유명 인사, 연예인 외 SNS를 중심으로 수많은 팬(폴로어)을 보유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이를 지칭한다. 이들은 남다른 취향과 안목을 SNS상에서 스스럼없이 과시하며 영향력을 늘려나간다. 일부 인플루언서는 본인이 소비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을 ‘공구’하면서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관련해서 학계에서는 I2C(Influencer to customer)라는 신(新)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김석집 네모파트너즈POC 대표는 “나이키가 아마존을 빠져나와 직접 자사몰 중심으로 판매하는 D2C 방식을 택했다면, 이어서 제조사와 소비자를 잇는 M2C(Manufacture to Consumer)가 등장했다. 최근에는 인플루언서가 직접 기획,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I2C로 e커머스 트렌드가 진화하고 있다. 또 인플루언서를 발굴하고 상품 소싱, 배송, CS(소비자 불만 처리) 등을 지원해주는 I2C 전문 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관련 업체로 더에스엠씨컴퍼니, 스노우볼커머스 등이 있는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SNS도 자체 커머스 기능을 적극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인스타그램은 계정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숍’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인스타그램 앱 내 카메라를 켜서 제품을 시연할 수 있도록 AR 효과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예컨대 식기세척기를 판매하는 ‘인스타그램 숍’이라면, 폴로어가 카메라로 집 안을 비추고 해당 AR 효과를 적용해 식기세척기가 집에 배치됐을 때 어떤 모습일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성장도 공구 일상화에 한몫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는 실시간 라이브 방송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상품을 소개하는 판매 방식이다. 누구나 ‘셀러’가 될 수 있는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판매자가 되기 위한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지역 기반 하이퍼 로컬(동네 생활권) 플랫폼 성장도 공구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당근마켓이 대표적이다. 예전만큼 이웃과 알고 지내기 어렵고 ‘동네’의 소속감이 약해진 현대사회에서, 당근마켓과 같은 플랫폼은 동네 주민을 한데 묶는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앞서 언급한 ‘배달 공동구매’ ‘택배 공동구매’가 가능해졌다.

[박수호 기자, 윤은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9호 (2022.03.09~2022.03.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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