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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일 극우, ‘베를린 소녀상’ 왜곡 메일폭탄?… 독 구의원들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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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우 추정 세력 독 미테구에 대량메일 발송

미테구선 “다른 민생문제들도 있는데” 곤혹해해

코리아협의회 ‘여성연대’로 소녀상 지켜내기 노력


한겨레

지난 1일 코리아협의회 산하 일본군위안부행동(AG Trostfrauen)이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개최한 ‘페미니스트 반식민지 저항 집회’에서 한정화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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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미테 구청, 의회 의원들, 심지어 시민단체들까지 가짜로 추정되는 수백통의 항의 메일을 받고 있어요.”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12일 소녀상의 운명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기의 원인’은 일본 극우세력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미테구 관계자들을 표적 삼아 보내오는 ‘대량 메일’이다.

한 대표는 “이 메일들이 발신인이 독일인이나 한국인인 것처럼 위장해서 소녀상의 본질을 왜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부들은 자발적 매춘을 한 여성들이다’ ‘한국인들도 베트남 전쟁 때 현지 여성들을 강간한 역사를 해결하지 않는다’ ‘역사를 잘 모르면 손을 떼라’는 내용이다. 그 때문에 베를린 미테구 의원들은 “그동안 이 문제에 힘을 쏟았는데 지금은 힘들다. 노숙자, 아파트 부족 등 해결해야 할 다른 민생문제가 쌓여 있다”며 난처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한 대표는 베를린 내 소수민족, 여성단체 등과 연대와 지지 집회를 여는 등 많은 사람과 만나는 중이다. 3·1절을 맞은 지난 1일 코리아협의회 산하 일본군위안부행동(AG Trostfrauen)이 소녀상 앞에서 개최한 ‘페미니스트 반식민지 저항 집회’에도 5도 남짓 추운 날씨에도 70여명 정도가 모였다. 미투 아시안스 등 한인 여성단체는 물론 아프리카·중동·라틴아메리카·아시아 등 소수민족 여성단체 회원들도 함께 나와 목소리를 냈다. 한 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소녀상은 성폭력과 식민주의 권력에 반대하는 상징”이라며 “일본 정부는 역사를 숨기려 한다. 주독 일본대사관이 이 역사적 사실을 은폐하고 우리를 비방하는 걸 보며 어이가 없고 슬프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소녀상의 이름이 ‘평화의 소녀상’이라고 정해졌다. 그런데 이 목소리를 듣지 않고 소녀상을 철거하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일에서 소녀상을 둘러싼 움직임은 ‘전시 성폭력’을 넘어 ‘식민지 역사 청산’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개관한 훔볼트 포룸 박물관에 전시되는 아프리카 문화유산의 출처가 도마에 올랐다. 그 덕에 독일에서도 지난 식민지 역사에 대해 학교에서 교육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다. 한 대표는 “소녀상 문제에 대해 진짜 이해하고 아픔을 나누는 이들은 아프리카 커뮤니티”라며 “식민지배와 인종차별을 겪어본 사람들이 같은 아픔을 이해하는 것 같다. 이들에겐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이 바로 이해해주니까 큰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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