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에 따르면 군 당국은 이날 오후 2시쯤 북한 선박 1척과 탑승자 7명 전원을 NLL 일대에서 북측에 인계했다. 7명 중 6명은 군복 차림이었는데, 관계기관이 조사한 결과 이들은 군인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 선박은 항로 착오 및 기계적 결함으로 월선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섬과 섬 사이에 이삿짐을 선박으로 옮기기 위해 이동하던 중 해무로 인해 방향을 상실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실제 조사 과정에서 배 안에 이삿짐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일부 남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군 당국은 이들이 어느 부대 소속인지 등 구체적인 신원에 대해선 함구했다.
백령도 인근 NLL 침범 북한 선박 나포.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군 관계자는 즉각 송환 배경과 관련, “승선자 모두 귀환할 때까지 식사를 거부하겠다고 주장하는 등 북한 복귀를 강력히 희망했다”며 “귀순 의사만 고려한 것이 아니라 매뉴얼과 절차에 따라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충분히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북한 군인의 월선 사건인데 조사도, 송환도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과거 민간 어선 등이 기관 고장이나 연료가 떨어져 표류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해주고 해상에서 돌려보낸 일이 있다”면서도 “북한 군인의 경우 얘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 만에 뭘 조사하겠나. 진술에만 의존했을 것”이라며 “예민한 대선 시기라 빨리 송환해버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날 이들을 뒤쫓아 NLL을 침범해 7분간 우리 측 해상에 머물렀던 북한군 경비정의 행태도 수상한 대목이다. 그간 북한군이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외부와의 접촉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는 점에서다.
북한군은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표류하던 남측 공무원을 사살한 뒤 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아예 시신을 불태워버렸다. 또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북한 함정의 NLL 침범이 발각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군이 대선을 틈타 남측의 대응 태세를 확인해 보려 한 것일 수 있다”며 “송환 문제를 빌미로 도발까지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