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래와 나라의 운명이 달려있다. 위대한 국민의 현명한 결단을 믿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위기극복, 국민통합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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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하루 앞둔 8일 아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는 인적이 끊긴 밤거리에서 이 후보 지지 팻말을 들고 서 있는 청년 사진과 함께 “절박하고 간절한 모습에 목이 멘다. 저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이날 이 후보는 오전 8시 45분쯤 서울 여의도 숙소를 나섰다. 검은색 코트와 양복을 입고, 문재인 대통령이 선물한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맸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이 후보와의 단일화 직후 ‘국민 눈높이 소통’을 당부하며 건넨 파란색 운동화도 신었다. 이 후보는 숙소 입구에서 기다리던 기자를 향해 가볍게 손을 들었으나, 결연한 표정으로 묵묵히 차에 올랐다. 방송연설 녹화를 위해 도착한 서울 여의도 KBS에선 “건강은 괜찮냐”는 질문에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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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키워드는 ‘통합’·‘민생’…“갈등 깨끗이 치유하겠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엔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선거운동 기간 마지막 기자회견을 했다. 일부 의원들이 마스크를 벗으라고 권했지만, “실내에서는 2m 떨어져도 마스크를 벗는 게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그만큼 이날 언행 하나하나에 꼼꼼히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8일 오후 경기 파주 야당동 경의중앙선 야댱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고양 일산역에서 파주 야당역까지 경의중앙선을 타고 이동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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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키워드는 ‘통합’과 ‘민생’이었다. 이 후보는 “국민통합, 반드시 완수하겠다”며 “‘이재명 정부’라는 표현은 ‘국민통합정부’보다 앞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대통령직 인수위 산하 ‘공통공약 추진위원회’를 통해 각 후보 공통공약을 비중 있게 추진하겠다”며 “(선거 과정의 갈등을) 통합된 국민의 정부가 돼서 깨끗이 치유하겠다. 이것이 바로 시대정신”이라고 말했다.
다만 판세를 묻는 질문엔 말을 아꼈다. 그는 “어떤 분석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수백 표로도 결판 날 수 있는 박빙의 선거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언제나 ‘세 표 부족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위대한 국민들의 현명한 결단을 언제나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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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화력 집중…‘텃밭’ 경기도에선 전철 타고 이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송영길 대표가 8일 인천 계양구 계산역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인천 계양은 송 대표의 지역구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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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광역단체장을 지낸 경기도에선 ‘유능함’을 앞세웠다. 그는 경기 고양 일산시장 유세에선 “경기도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성과를 내고, 국민들이 기대를 갖게 돼서 저를 이 자리까지 불러주신 것”이라며 “위기도 극복하고, 경제도 살려야 한다. 제가 확실히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북한 접경지대인 경기 파주 유세에선 “어떤 경우에도 안보를 정략에 이용하면 안 된다”, “휴전선에 군사 충돌의 위기가 생기거나 남북관계가 나빠지면 파주 경제에 직격탄이다”고 외치면서 ‘선제타격론’을 꺼내 들었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직격했다. “국정을 모르고, 무능·무책임에 불성실하기까지 하면 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겠냐”는 발언 역시 윤 후보에 대한 견제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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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곳→9곳 빽빽이 유세…“한 명이라도 더 만나고 싶다”
전날 오후 6시쯤 민주당 선대위가 공지한 일정은 수도권 6곳 유세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 후보가 “마지막 날인데, 단 한 분이라도 더 만나고 싶다”며 경기 고양, 인천 계양, 서울 신도림역 유세를 추가했다. 이 후보는 이날 식사도 이동하는 차 안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이 후보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 메시지도 직접 다듬었다. 숙소에서 새벽 1시 30분까지 마지막 기자회견문과 방송 연설 원고를 수정한 뒤 눈을 붙였다. 선대위 메시지팀 관계자는 “후보가 마지막까지 무게를 둔 건 통합정부, 정치개혁 메시지였다”고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0대 대선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유세에서 "국민의 높은 시민의식과 집단지성을 믿는다. 위대한 국민과 함께 세계에 내새울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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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 후보는 이날 거듭 ‘정치개혁’을 강조했다. “상대가 실패하고 국민의 고통이 커지면 나에게 기회가 온다는 식의 ‘발목잡기 정치’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두 정당이 미우면 얼마든지 다른 선택을 가능하게 하겠다”(경기 광명), “민주당이 부족한 것도 많았고 잘못한 것도 많았다. 기득권 다 내려놓고 선진적 정치체제 만들기 위한 당론을 결정했다. 이젠 못 무른다”(서울 신도림) 등이다.
청계광장서 집중 유세…盧 언급하며 “어게인 2002”
민주당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집중유세를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개최했다. “우리는 이기고 있다. 우리가 앞서고 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2년 대선 유세 영상으로 시작한 무대엔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차례로 올랐다. 광장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지지자가 모여들었다.
2016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위 당시 정치인 최초로 청계광장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이 후보는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유세에서 “저 이재명에게는 꿈이 있다”며 “억강부약(抑强扶弱·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 대동세상, 강자의 부당한 횡포를 억제하고 약자를 보듬는 함께 사는 나라, 생활고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단 한 사람도 없는 나라가 이재명의 꿈”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8일 서울시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 광장무대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젊은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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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이어 “국민 여러분께서 주권자의 유용한 도구로 이재명을 선택해 주시면, 김구 선생이 못다 이룬 자주독립의 꿈, 김대중 대통령이 못다 이룬 평화·통일의 꿈, 노무현 대통령이 못다 이룬 반칙·특권 없는 꿈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라고도 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의 운명과 우리 국민들의 미래가 달린 이 역사적인 대회전의 장에서 마지막 단 한 사람까지 참여해 ‘어게인(again) 2002’, 승리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 주시겠습니까”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청계광장 유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애창곡 상록수를 제창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 후보는 상록수의 마지막 가사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를 따라부르며 눈물도 흘렸다. 이 후보는 주변에 “국민의 절절한 염원과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 때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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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홍대 유세…“청년 남녀 갈등은 구조적 불평등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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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후보의 마지막 유세는 젊은이들이 많은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거리에서 자정까지 이뤄졌다. 캐주얼한 파란색 재킷과 니트로 옷을 갈아입고 나타난 이 후보는 “윤 후보보다 더 많은 열정을 다했을 윤 후보 지지자들, 그리고 다수의후보 지지자 여러분 정말 고생하셨고 위로 말씀드린다, 애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서로 흔쾌히 인정하고, 그때부터 새로 당선되는 이 나라의 리더와 함께 서로 차이 넘어서서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란 생각 가지고 합심 통합해서 미래로 나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앞선 유세들과 달리 군중들과 즉석에서 대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말을 이어갔다. “평소 생각했던 것인데, 성남시청 개방했듯 청와대도 꼭 보안 필요한 영역 말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즉석 공약도 내놓았다. “청와대에도 CCTV를 설치할 것이냐”는 남성 시민의 질문에 “보안 문제 때문에 (CCTV 설치는) 불가능하겠지만”이라면서 답변한 내용이었다.
이날 유세 현장에 함께 한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 디지털성범죄 특별위원장을 응원하는 시민의 목소리엔, 이 후보는 박 위원장을 연단에 올려세웠다. 그러면서 윤 후보를 겨냥해 “표 생각하면 거칠고 힘센 쪽 건드는 게 표가 되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청년들 사이에서 남녀 편 갈라 다투게 된 원인은 오래전부터 이어진 구조적 성 불평등 격차가 너무 고착화돼 지금도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기성세대들과 달리 청년들은 기회가 적은 저성장 사회에 살아서 경쟁이 더 격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현석·윤지원·남수현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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