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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차기 대선 경쟁

미움으로 가득찬 대선…당선인, 국민 상처난 마음 치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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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바란다 ① 정치



■ [전문가 12인의 제언] 새 정부에 바란다

중앙일보

새 정부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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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이 선출됩니다. 새 대통령은 한국 사회의 당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중앙일보는 각 분야 전문가 12명의 제언을 담은 ‘새 정부에 바란다’ 인터뷰를 3회에 걸쳐 싣습니다. 6일 정치 분야를 시작으로 경제·사회 분야 순으로 이어집니다.

중앙일보

정치분야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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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후보 단일화로 3·9 대선은 양대 진영이 맞붙는 구도가 됐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윤석열(국민의힘) 후보 중 누가 집권하든 양강의 대결·갈등 구도가 다시 불을 뿜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차기 정부에서 ‘협치’는 가능할까. 김경률 회계사, 김성회 씽크와이 정치연구소장, 김수민 시사평론가, 장강명 소설가, 전원책 변호사 등 5인에게 물었다. 여야 후보들이 주장하는 ‘협치·통합론’에 대해 “현실성 없는 정치적 제스처”라는 비관, “2년 뒤 총선을 염두에 둔다면 통합은 필수”라는 희망 섞인 관측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Q :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반복될까

▶장강명=신임 대통령에겐 ‘복수의 청구서’가 날아들 것 같다. ‘저 사람을 수사해 교도소 앞까지 밀어넣어라’ ‘표 준 걸 배신하지 말라’는 지지자들의 ‘청구서’다. 이게 당선인의 첫 시련이 아닐까 싶다. 당선인은 이 ‘청구서’에 의연해져야 한다. ‘내가 지지자들의 이런 감정 덕분에 당선됐으니 ‘청구서’에 화끈하게 결재해야겠다’고 느끼는 순간, 임기는 매우 복잡하게 꼬일 것이다. 두 후보 모두 “법대로 하겠다”며 마치 재량이 없는 것처럼 말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재량이 많은 걸 국민이 안다.

▶김수민=누가 당선돼도 문재인 정부 초기보다 훨씬 큰 갈등이 예상된다. 윤석열 후보는 최근 인터뷰에서 ‘예약 타이머’ 걸듯 “(적폐수사) 해야죠. 해야죠. 돼야죠”라고 직접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최근 ‘통합’을 말하는데, 캐릭터 자체가 적폐청산주의자다.

▶김성회=만약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다고 치자. 그가 ‘적폐청산’하겠다고 나서면 180여 석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이 가만히 있을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고 본다. 또 중도층 입장에서 냉정하게 보자. 지난 5년간 ‘적폐청산을 했더니 내 월급이 올랐네? 승진 기회가 더 많아졌네?’라고 생각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런데 또 적폐청산을 꺼내들면 ‘저 사람 지금 제정신인가’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김경률=‘정치보복’ ‘적폐청산’ 범주에 넣고 이를 정치적 논란으로 가져갈 이유가 없다. 시민사회·의회 등이 검찰 수사를 검증할 수 있게 많은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

Q : 우리는 왜 비호감 대선을 치를까

▶전원책=비호감 평가를 받는 건 본인 리스크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거꾸로 알고 있는 게 너무 많고 추궁당하면 말을 돌리거나 바꾼다. 윤석열 후보의 경우 대다수 지지자가 그를 좋아해 지지하는 게 아니라 정권교체를 바라기 때문에 지지했다.

▶장강명=제일 걱정스러운 건 우리가 두 후보를 모른다는 점이다. 대선을 너무 ‘벼락치기’로 치렀다. 이번에 목도했다. 의원내각제든, 다른 형태의 대통령제든 ‘대선을 이런 식으로 한 번 더 치르면 안 되겠다’는 인식, 결국 ‘87년’ 헌법의 귀결이 아닌가 싶다.

▶김수민=비호감 대선이 된 건 개혁 요구에 대한 힌트다. 역대 대통령과 주변은 늘 불행한 건 기본이었다. 두 번 연속한 정당이 집권했음에도 추진했던 정책들이 쉽게 뒤집히거나, 어렵게 합의돼도 지속하지 않았다. ‘더는 (선거가) 이렇게는 안 된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던져주고 있다.

Q : 협치는 불가능한 걸까

▶김성회=100% 모두를 인정하고 끌고 가는 게 협치가 아니다. 60%가 동의하면 되고, 그 사람들과 협치를 위한 내용을 합의하는 게 먼저 필요하다. 민주당은 180석을 갖고 2년 동안 시끄럽기만 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한 긴장감이 있다. 만약 대선 승리에 도취된다면 결국 심판의 기운은 2024년 총선으로 몰려들 거다.

▶김경률=공약이 비슷해지며 국민이 무감각해지고 있다. 실체 없는 진영·이념화를 그만둬야 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이념으로 결코 구분할 수 없다. 기득권 재생산 꼼수를 위한 자칭 진보·보수만 있다.

▶김수민=선거기간 동안 점점 두 후보 공약이 비슷해졌다. 불분명한 언사로 모든 사람을 대변할 것처럼 정책을 끌어모았다. 사람들을 ‘표밭’으로 보며 버릇처럼 50대50 구도로 만든다. 내가 크려면 적도 키워야 하므로, 적을 키워주는 한이 있더라도 1대1로 끌고 가자는 생각을 한다. 협치가 불가능하다.

▶전원책=협치 명분을 내걸고 정계개편이 시도될 수 있다. 한국 정당들은 이념과 정책으로 뭉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 이합집산할 준비가 돼 있다.

▶김수민=제도·문화적으로 연립·연합이 안 된 채 다른 진영 사람을 데려온다고 통합의 정치가 될까. 공작정치에 불과하다.

Q : 권력구조 개편과 책임총리제 가능할까

▶전원책=이미 헌법은 ‘책임총리제’를 명시하고 있다. 총리가 ‘국무위원 제청권’ ‘해임건의권’을 제대로 행사하면 된다. 헌법대로만 하면 제왕적 대통령은 있을 수 없다. 헌법대로만 하면 된다.

▶김수민=‘싸움’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민주당 대 국민의힘’이 아닌 국회와 대통령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을 신경 써야 한다. 민주당은 이번에 정권을 잡든 못 잡든 절제를 해서 심판 여론을 비껴가야 한다. 국민의힘도 어차피 2년간 국회 의석 구성이 바뀌지 않는다면, 국회를 존중하는 태도를 먼저 취해야 다음 총선이 희망적이다. 책임총리제 이야기도 나온다. 이건 대통령이 ‘권한을 많이 줄게’ 해서 될 게 아니다. 구조적으로 명확하게 ‘국회에서 추천한 총리’여야 한다. 당장 시행할 수도 없다. 지금 국회는 유권자들이 ‘총리 추천’을 전제로 뽑아준 게 아니기 때문이다.

Q : ‘586 정치’ 세대교체 가능할까

▶김경률=586세대로서 강하게 말하자면 ‘강제적인 청산작업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빨리 퇴출해야 한다.

▶김성회=일전에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하며 세대교체를 언급했는데, 아무도 안 따라온다. 아직 ‘그들이 힘이 세고 할 게 더 남았다’는 뜻이다. 앞으로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 짐작할 수 없지만 국민은 그 틈을 메꿀 다른 정치인이 필요하다. 이재명 후보가 공언한 ‘제3의 정치세력’ ‘위성정당 철폐’ ‘비례대표제 확대’가 실천된다면 새로운 정치세력을 위한 공간이 열릴 거로 본다.

▶전원책=적절한 세대교체는 필요한데, 586이라고 전부 ‘도매금’으로 취급할 수 없다. 그중엔 아직 소명의식과 열정을 갖고 공부하며 일할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일수록 ‘떠날 때가 됐다’고 하면 정치판을 기웃거리지 않고 편히 떠났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남아서 목소리 크게 내고 버티려고 노력하지.

▶김수민=70년대생 정치인들이 ‘포스트 86’으로 자리매김할 기대를 갖는데, 미안하지만 ‘87학번에서 87년생으로’ 뛰어넘을 거라 본다. 다음 정부에서 3개월 뒤 지방선거부터 ‘청년 공천’을 늘릴 텐데, 이 자체로 청년층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기성세대가 간택하듯 ‘픽업’하는 공천으론 신뢰를 얻기 힘들다.

Q : 다음 대통령에게 어떤 걸 바라는지

▶전원책=문민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했던 건 자질 문제다. 대통령은 미래를 설계하는 지식과 지혜가 필요한데, 문민 대통령 모두 실패했다. 자질 부족 때문이다. 그리고 일의 경중을 따질 줄 아는 균형감각과 공사 구분, 정의와 부정의를 구분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 또 용인술이 필요하다.

▶김성회=현실적으로 보자면 인수위원장에 누굴 앉히느냐가 시험대다. 이재명의 ‘7인회’나 윤석열의 ‘윤핵관’이 인수위원장을 맡는다면 더 볼 그림이 없다. 만약 누구도 생각할 수 없었던 파격 인사가 가능하다면, 새로운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이제 국민은 지쳤다. 10년 넘게 이어진 전 정권에 대한 ‘복수’가 빚은 여러 부작용으로 국민은 아프다. 이들을 치유하는 쪽이 이긴다.

▶장강명=인수위에서 욕심이 앞서서 설익은 정책을 내기도 하는데, 차라리 당선자가 ‘정책 연구 부족’을 인정하고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국정 비전을 고민하는 게 어떨까 싶다. 또 이번 대선처럼 ‘미움’으로 치러진 선거가 끝나면, 전임자 정책을 다 폐기하려는 기조를 잡는데 그래야 할까 싶다. 마지막으로 누가 당선되더라도 ‘내가 대통령이고, 앞으로 5년은 나와 내 정당의 세상이다’라는 생각을 안 했으면 한다. ‘대선에서 나를 안 뽑은 사람이 더 많고, 뽑아준 사람만큼 자신을 싫어할 국민이 많다’ ‘나의 실패를 바라는 국민도 상당하다’ ‘칼날이 내 머리 위에 있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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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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