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유세에서 전날 단일화에 합의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와 함께 인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성사된 야권 단일화를 “이익에 따른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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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조 시대에도 (왕이) 백성을 두려워했거늘, 1인 1표의 국민주권 국가에서 감히 정치인 몇몇이 나라의 운명을 맘대로 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위해서 우리 국민들은 결단할 것이라 믿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3일 서울 영등포구 유세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저는 지금까지도 국민과 역사를 믿고 이 자리에 왔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민생과 경제, 평화, 그리고 통합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국민의 손을 잡고 꿋꿋하게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현재 판세에 대해 “초박빙이라고 한다. 10표 차이로 결정 날지도 모른다고 한다”고 말한 뒤,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우리가 조직해서 행동하자. 한명이라도 더 설득해달라”고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전날 이 후보와 단일화한 뒤 이날 처음으로 유세에 함께 나선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는 보다 직설적 비판을 내놨다. 그는 이 후보와 자신의 단일화에 대해 “우리는 가치를 공유하며 힘을 합쳤기 때문에 국민들이 ‘두 사람이 만들 대한민국의 비전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서 “(야권 단일화에는) 국민들이 ‘어떤 자리를 나눠 가질 것이냐’고 묻는다. 왜냐하면 이익에 따른 야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중을 향해 “우리 청년과 대한민국을 위해 비전을 따르시겠나, 아니면 야합을 따르시겠느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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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성차별 없다는 이상한 소리, 난 안 해”
갑작스런 尹-安 단일화 발표에 앞서 이 후보가 이날 집중하려던 건 서울의 2030 여성들의 마음을 사는 일이었다. 이날 점심시간대에 종로구 보신각에서 여성 유권자들 상대로 대상 집중 유세를 벌였다.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상징하는 장미를 들고 무대에 등장한 이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했던 윤 후보를 겨냥해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이상한 소리를 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는 여성의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현실로 분명하게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폄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내건 윤 후보를 “갈등유발자”라고 비판하며 “정치는 갈등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해결해야 한다. 저 이재명은 갈등 조정자, 해소자가 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유세에서 '세계 여성의 날' 상징인 장미를 들고 인사하고 있다. 그는 여성의 날의 의미를 설명한 뒤 ″여성들의 한 표에는 많은 희생과 역사의 무게가 놓여있다″며 ″귀중한 한 표를 공존과 평화의 세상을 만드는 데 확실하게 행사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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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또 “범죄 걱정 없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 확대’ 등을 비롯한 여성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특히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강력하게 대응하고, 범죄 수익은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몰수하겠다”고 말해 지지자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밖에도 이날 이 후보 선대위가 내놓은 여성 공약에는 ▶데이트폭력처벌법 제정 ▶자동육아휴직 등록제 도입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도입 ▶산부인과 명칭 변경 등 여성의 주거·안전·건강 관련 정책이 두루 포함됐다. 전날(2일) 마지막 TV토론에서도 이 후보는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의 성폭력 범죄와 뒤따랐던 당 인사들의 2차 가해에 대해 “국민들의 회초리의 무서움을 알고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한 뒤 윤 후보를 “페미니즘이 무엇인가”, “여전히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생각하나” 등 젠더이슈로 몰아붙였다.
이 후보가 선거 막판 여성 표심에 바짝 공을 들이는 것은 최근 2030 여성 표심에 긍정적 변화가 있다는 선대위 차원의 판단이 배경이다. 지난 1일 우상호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흐름 등을 근거로 “20~30대 여성이 이재명 쪽으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터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여성 유세에서 "귀엽다"는 지지자들의 연호에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화답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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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각 유세 중엔 이 후보를 지지하는 2030 여성 7431명의 지지선언도 있었다. 이들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박지현 선대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은 ‘그나마 여가부의 지원을 받아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 여가부가 사라져 지원을 받지 못할까 두렵다’ 등의 성폭력 피해자의 사연을 대독한 뒤, “왜 피해자가 대통령 후보가 낸 공약 때문에 불안에 떨어야 하나”라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추적해 고발한 ‘추적단 불꽃’의 활동가로, 지난 1월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했다. 박 위원장은 이 후보에 대해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를 해결하고 공감하는 후보”라고 말했다.
한편 야권 단일화는 당장 이 후보의 사전투표 일정에 영향을 미쳤다. 이 후보는 당초 강원도 유세를 하는 4일 오전 속초에서 투표를 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오전 선대위 긴급회의를 통해 최대 승부처인 서울 소공동 주민센터로 장소를 바꿨다. 영동·영서를 넘나들려던 4일 강원 유세 일정도 다소 축소돼 홍천→춘천을 찾은 뒤, 경기 남양주, 서울 광진·강동 등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심장부 서울에서 야권 야합에 맞서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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