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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슈 로봇이 온다

치킨 로봇부터 대체육까지…푸드테크 이끄는 K스타트업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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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비트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로봇 카페 ‘비트’는 주문부터 커피를 받는 모든 과정이 무인으로 운영된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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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만든 치킨·피자, 대체 커피, 새송이버섯 고기, 비건 전용 채식….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도 이제 옛말인 듯하다. 식품 시장에 뉴페이스 출현이 잇따른다. 음식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초개인화 등 최신 기술을 결합한 푸드테크(Foodtech) 산업이 발달하면서다.

푸드테크는 누구나 하루 세 끼를 먹는다는 생활밀착형 특성 덕분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2에서는 처음으로 푸드테크가 전시 카테고리에 추가됐다. 서울대는 지난해 푸드테크학과를 신설했다. 학계와 산업계 모두 푸드테크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푸드테크가 각광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음식은 만국 공통어’기 때문이다. 원천 기술이나 킬러 서비스만 잘 만들면 글로벌화에 유리하다는 얘기다. 국내 스타트업 중 역대 가장 비싸게 인수된 음식 배달 주문 중개 앱 ‘배달의민족(약 5조원)’이 대표 사례다. 제2의 배민을 꿈꾸는 K스타트업은 어떤 곳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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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무인화

▷주문·조리·서빙·배달도 척척

‘로봇·무인화’ 분야는 푸드테크에서 가장 ‘뜨거운’ 종목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비대면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스타트업 중에서도 성과를 내는 기업이 많다. 과거에는 ‘기술 과시’ 수준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며 의미 있는 매출을 기록 중이다.

로봇·무인화 스타트업은 크게 음식·식품 조리(생산)와 서비스 2가지로 나뉜다.

먼저 식품 조리는 ‘커피’ 분야가 활발하다. 다른 음식에 비해 조리법이 비교적 간단해 관련 스타트업이 많다.

‘비트코퍼레이션’은 무인 로봇 카페 ‘비트(b;eat)’를 운영한다. 비트는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을 받아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들어주는 무인 로봇 카페다. 2018년 인천공항에 첫 모습을 드러낸 이후, 현재 160개점까지 늘렸다. 그동안은 보안 등의 문제로 기업 내 식당, 대학교 등 특수 상권에만 입점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카페 수요가 늘며 일반 상권으로 영토를 적극 확장하는 분위기다.

라운지랩은 카이스트 출신 황성재 대표가 설립한 로봇 푸드테크 스타트업이다. 커피를 추출하는 협동 로봇 ‘바리스’를 적용한 무인 카페 ‘라운지X’와 아이스크림 가게 ‘브라운바나’를 운영한다. 라운지랩 관계자는 “핸드드립 커피는 바리스타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는 한계가 있다. 로봇인 바리스는 오차 없이 정밀한 커피 맛을 유지한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치킨과 피자 시장에서도 로봇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로보아르테’는 치킨 조리용 협동 로봇을 개발 중이다. 치킨 반죽부터, 튀기는 과정을 로봇이 해낸다. 최근 GS리테일과 ‘편의점 치킨 조리 협동 로봇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인 보급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직영점인 ‘롸버트치킨’도 현재 6호점까지 늘렸다. 연내 싱가포르와 미국 뉴욕 등에도 직영점을 낸다는 계획이다.

피자 업계에서는 ‘고피자’가 주목받는다. 로봇이 구운 1인용 화덕 피자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카이스트 출신 임재원 대표가 창업했다. 인력 투입이 필요 없는 자동 화덕 ‘고븐’으로 3분 만에 피자 6개, 1시간 내에 100개 이상 피자를 만들어낸다고. 경쟁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1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구글 출신 하정우 대표가 설립한 ‘베어로보틱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홀 서빙용 자율주행 로봇이 주력 제품이다. 배달의민족, 메쉬코리아 등 배달 전문 스타트업들과 협업하며 서빙 로봇을 보급 중이다.

▶출근 후 식사까지 해결

▷배달 2.0 스타트업 속속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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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로보아르테의 치킨 로봇은 가장 힘든 ‘튀김’ 과정에서 인간의 수고를 덜어준다. 아래: 베어로보틱스의 서빙 로봇 ‘서비’는 자율주행 라이다 기술을 탑재해 정밀도를 높였다. (GS25, 베어로보틱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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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1세대 배달 앱은 주로 B2C 사업에 집중했다. 식당과 가정 내 외식 소비자를 연결하는 사업 모델이 주력이었다. 최근 등장한 배달 2.0 스타트업은 다르다. 이미 포화된 개인 배달 시장 대신 ‘기업’으로 목표를 바꿨다. 연간 소비 규모만 20조원에 달하는 기업 ‘식대’ 시장이 타깃이다.

새로운 직원 복지 영역으로 떠오른 간식 특화 스타트업 ‘스낵포’가 대표 사례다. 기업에서 간식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사무실 간식 정기 배송, 특별 간식 서비스, 행사용 간식 등 다양한 간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조사로부터 직납 받아 직접 유통하기 때문에 편의점 대비 평균 20~30% 저렴하다. 삼성, SK, 카카오 등 주요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고객사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직원들이 좋아할 만한 간식을 골라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인기다. 간식 큐레이션을 스낵포에 맡기는 고객사 비중이 99.77%에 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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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디스는 기업 식대, 복지몰 관리를 돕는 각종 서비스로 각광받는다. (벤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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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디스는 식대 관리 시장을 파고들었다. 종이 식권, 외상, 법인 카드 등 기업의 전통적인 식대 지급 방식을 모바일 앱 서비스로 바꾼 ‘모바일 식권’을 내세우며 주목받았다. 이후 기업 복지 포인트몰 운영을 돕는 ‘복지 대장’, 회사 앞으로 식사를 배달하는 ‘배달 대장’ 등 새로운 서비스를 연달아 선보여 사세를 키웠다.

O2O 푸드테크 플랫폼 ‘식신’의 모바일 전자식권 서비스 ‘식신e식권’도 비슷한 사례다. 종이 식권, 사원 카드, 법인 카드 대신 앱 하나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450여 고객사와 1만여 가맹점 간 중개 역할을 한다(지난해 말 기준).

식신은 맛집 추천 앱 ‘식신’과 온라인 식품몰 ‘식신마켓’도 운영 중이다. 식신 앱은 길거리 음식부터 최고급 레스토랑까지 다양한 맛집과 연계해 맛집 추천, 배달, 식권, 예약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식신마켓은 전국 유명 맛집 조리법으로 만든 간편조리식품(HMR)과 간식·디저트, 농수산 신선식품, 건강식품, 식단관리 식품, 캠핑 식품 등을 판매한다. 이처럼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갖춘 식신은 올해 푸드테크 1호 특례상장을 추진 중이다.

복잡한 유통 구조를 간소화한 직거래(D2C) 플랫폼도 각광받는다. 생산자는 판로 확장, 구매자는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윈윈이다.

‘미트박스’는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이다. 지난해 말 기준 약 200개사 판매자가 4400개 이상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구매자는 25만명 이상 회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거래액은 3200억원 이상을 기록, 전년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다. 미트박스는 올해 풀필먼트센터 건립 등 물류 서비스 고도화를 계획하고 있다. ‘정육각’은 도축한 지 4일 이내 돼지고기를 비롯해 축산, 수산, 밀키트 등의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D2C 스타트업이다. 수도권 등지는 당일배송과 새벽배송으로, 수도권과 일부 도서를 제외한 전국에는 택배로 배송한다. 김포와 성남의 스마트팩토리에 고객 주문이 들어온 이후부터 생산을 시작해 포장까지 직접 완료하는 ‘온디맨드’ 생산 시스템을 적용했다.

외식 데이터 전문 스타트업 ‘데이터온’도 있다. 외식 사업자의 온·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 통합해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식 경영관리 서비스 ‘M-RMS(Restaurant Management System)’가 대표적이다. 모기업 매드포갈릭부터 축적된 20년 이상의 외식 사업 운영 데이터 활용 경험과 외부 주요 환경 변수를 반영해 개발된 AI 의사 결정 지원 서비스로, 메뉴 판매와 식자재 수요 예측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외식 사업자의 식자재 오발주로 인한 폐기량을 30% 이상 낮추고 식자재 재고 관리와 주방 조리의 효율화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체식·비건 공략 스타트업

▷성장세 내세워 해외도 공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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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컴퍼니가 개발한 대체육 언리미트는 고기 맛을 90% 가까이 재현해 인기가 많다. (지구인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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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며 ‘대체식’ 스타트업도 약진하고 있다.

‘지구인컴퍼니’는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트’가 반향을 일으키며 이 분야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고기 식감이나 조직감을 90%까지 구현해내며 ‘식물성 고기’의 한계를 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파리바게뜨, 도미노피자, CU 등과 함께 언리미트 대체육을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을 넘어 홍콩, 중국, 호주, 미국 등 수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위미트’는 자체 개발한 ‘고수분 대체육’ 기술로 품질 높은 대체육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고기보다 맛있는, 고기 없는 미식 경험’을 슬로건으로 내세운다. 대표 제품은 새송이버섯을 재료로 만든 ‘위미트 프라이드’. 기존 대체육이 가진 향과 식감 문제를 크게 개선해 호평받았다. 지난해 하반기 시드 라운드 투자를 유치하며 본격적인 사세 확장에 나섰다.

리하베스트는 국내에서 다소 생소한 ‘푸드 업사이클링’을 주력으로 한다. 음식 생산 중 버려지는 부산물을 재활용해 식품을 만든다. 맥주, 식혜 생산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로 만든 고단백 간식 ‘리너지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현재는 OB맥주와 손잡고 글로벌 간편식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250만 비건 인구를 겨냥한 ‘채식 플랫폼’도 있다. 박상진 대표가 창업한 ‘비욘드넥스트’다. 비건 소비자에게 식당·음식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채식한끼’, 비건 제품 전용 온라인 쇼핑 사이트 ‘채식한끼몰’을 운영한다. 채식한끼는 사용자 주변에 위치한 비건 식당 정보를 알려주고, 비건끼리 만나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기능도 제공한다. ‘비건 라이프’ 실천을 위한 필수 앱으로 통한다.

인터뷰 |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

IT·BT·CT 접목한 ‘K푸드’ 한국 대표 산업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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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지난해 푸드테크학과를 신설했다. 식품산업군에 10개월 이상 재직한 직원 등 현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재교육형 계약학과다. 푸드테크학과 주임교수를 맡은 이기원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는 “교육과 연구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지만 산업과 연계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에 맞는 인력을 배출하는 맞춤형 교육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Q 국내 푸드테크 산업 경쟁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A 우리나라는 푸드테크 산업 경쟁력 자체는 그리 높지 않다. 단, 푸드테크 관련 IT·바이오 기술 경쟁력이 뛰어나다. 우리나라 소비자도 이런 기술을 활용한 제품 수용도가 높다. 푸드테크는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문화기술(CT) 세 가지가 접목돼야 시너지가 난다. 이를 잘 활용하면 푸드테크 산업이 머지않아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표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Q 푸드테크 기업들이 더 개선해야 할 점은.

A 해외는 기본적으로 푸드테크 산업에서 기술을 중시하는 경향이 많다. 반면 국내 식품업계는 식품 관련 원천 특허 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남이 만든 기술을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제조 노하우는 있지만, 글로벌화에 필요한 원천 기술이 부족하다. 원천 기술 개발 시도를 늘리는 한편, 기존 식품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 기술을 식품과 융합하고 사업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푸드테크협의회’ 같은 조직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Q 초개인화 기술이 발달하면 우리는 식품을 어떻게 소비하게 될까.

A 개인 맞춤은 누군가 나를 코칭해주는 것이다. 나의 모든 데이터를 가진 스마트폰 앱이 그 역할을 할 것이다. 가령 30대 남성이라면 그에 알맞은 칼로리와 영양분이 있는 식단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이런 맞춤 식단 추천이 일상화될 것이다. 개인 생애 주기의 건강관리에 대한 솔루션이 맞춤형 식품 산업의 핵심이다.

Q 전통 외식 산업계의 반발이나 정부 규제 가능성도 있을 텐데.

A 푸드테크 산업을 경쟁자 관점이 아닌, 소비자에게 효용을 주는가에 집중해서 봐야 한다.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 방향이 맞다. 단, 그로 인한 이익을 특정 기업이나 개인이 독차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통 산업을 어떻게 보호하고 또 신산업으로 이동시킬 것인가는 정부와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푸드테크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글로벌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

[노승욱 기자,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8호 (2022.03.02~2022.03.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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