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톡소다에 연재된 웹툰 `연모`. |
K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주는 '진격의 웹툰' 시장에 서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2월 들어 국내 양대 서점인 교보문고와 예스24가 나란히 웹툰 시장 진출과 웹툰 플랫폼 인수를 발표했다. 웹툰 시장의 성장으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넘는 비상장사) 등극에 성공한 전자책 서점 리디와 함께 3대 서점들이 네이버·카카오라는 '빅2'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웹툰 시장은 2020년 1조538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올해는 2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2020년 기준 해외 콘텐츠 매출도 12.1%를 돌파할 만큼 국외 시장도 넓어지고 있다.
교보문고는 7일 웹소설 플랫폼 '톡소다'의 웹툰 서비스를 정식 오픈했다.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한 톡소다는 30만명의 독자를 보유한 플랫폼. 톡소다 웹툰은 로맨스, 판타지, 액션·무협 장르에서 약 4000종의 콘텐츠를 공개하며 시작을 알렸다. 하반기까지 1만여 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 웹툰 시장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기다리면 무료' 방식을 도입했고, 로맨틱 드라마 '아기가 생겼어요', 인기 드라마 원작 만화 '연모' 등을 간판 작품으로 내세웠다. IP(지식재산권) 시대의 큰손으로 부상한 만화출판사 대원씨아이, 서울미디어코믹스, 학산문화사 등과 협업이 가능한 게 대형 서점의 강점이다. 교보문고 송기욱 콘텐츠사업단장은 "이젠 톡소다 웹소설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 우수한 원작 웹소설을 직접 웹툰으로 융합해 동시에 볼 수 있도록 작품 제작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인 7일 예스24도 웹소설·웹툰 플랫폼 '북팔'의 지분 77.4%를 약 183억원에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예스24 북팔에 연재된 웹툰 `하백의 신부`. |
2011년 설립된 북팔은 여성 취향 로맨스물의 강자로 판타지 분야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 '스토리24'라는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운영해온 예스24가 경쟁 플랫폼을 영입해 과점 효과를 얻으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예스24 관계자는 "기존에 운영하는 플랫폼과 외형적 통합 등은 없이 개별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면서 "각 채널의 리소스(자원) 중 상호 긍정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내부적 연계는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현재로서는 공개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북팔은 '조아라' '문피아'와 함께 웹소설 전문 플랫폼으로 과거 3강을 유지했던 전통의 강자다. 지난해 네이버는 약 6500억원에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한 데 이어 1082억원에 카카오·CJ를 제치고 웹소설 '문피아'를 인수한 바 있고, 카카오는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시'를 5000억원에 인수했다. 웹툰의 '원조'인 네이버·카카오가 인수·합병을 통해 웹소설 시장으로 '영토 확장'을 하고 해외 진출에 역점을 두는 동안 서점업계는 국내 웹툰 시장으로 '역습'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서점업계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도서 시장 이외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콘텐츠 플랫폼 시장의 후발주자인 서점들이 웹툰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리디의 웹툰 `상수리나무 아래`. |
2008년 전자책 서점으로 시작한 리디도 지난 21일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에서 전자책에 앞서 웹툰을 간판으로 내거는 사이트 개편을 하며 '웹툰 기업'의 정체성을 강화했다. 실제로 리디는 2019년부터 웹소설, 웹툰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기업가치가 급성장하고 있다. 웹툰·웹소설 유통을 시작한 2019년 매출은 1151억원에서 2020년에는 약 40% 증가한 1556억원을 기록할 만큼 신사업의 수혜를 받았다. 최근에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지분 10%를 투자하면서 1조50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유니콘'으로 등극했다. 후발주자 리디는 교보문고·예스24 매출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웹툰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기업가치 역전을 이뤘다. 향후 목표도 웹툰의 해외 시장 확장이다. 간판 웹툰 '상수리나무 아래'의 OST를 가수 에일리가 부르고,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광고를 할 만큼 공격적 마케팅을 하고 있다. 리디는 "GIC의 투자로 유입된 자금은 북미 웹툰 플랫폼인 '만타'를 키우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