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현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가 지난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과 이준서의 실격 처리에 대해 심판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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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연기를 마친 뒤 실망한 표정으로 링크를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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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일 막을 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편파판정으로 시작해 금지약물로 끝난 암울한 올림픽이었다. 개최국 중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자국 문화와 시스템의 우월함을 전세계에 알리려 했다. 하지만 남은 것은 중국의 부정적인 단면과 올림픽의 우울한 현실이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예정보다 1년 늦게 치러진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로 치러진 ‘코로나 올림픽’이었다.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 결정을 내릴 때만 해도 베이징은 느긋했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22년 2월에는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거나 상황이 훨씬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막 직전 새로운 변이바이러스 오미크론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베이징 올림픽도 직격탄을 맞았다.
베이징 올림픽은 철저한 ‘폐쇄루프(Closed Loop) 올림픽’이었다. 올림픽 참가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베이징 시민들과 일절 접촉하지 못하도록 아예 분리하는 방역 체계를 구축했다. 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외부와 단절된 시설에만 머물러야 했고 정해진 동선 안에서만 움직여야 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라는 명분으로 과도한 통제와 추적이 진행됐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 사이에선 “마치 감옥에 있는 것 같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올림픽은 세계 평화를 강조하는 ‘지구촌 대축제’다. 하지만 정작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외교적인 갈등이 불거졌다.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 내 인권 상황을 문제 삼아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올림픽에 선수단은 파견하되 정부 대표단은 보내지 않았다. 올림픽 정상외교는 사라졌고 개회식은 썰렁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발발 우려도 베이징 올림픽의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개회식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중국은 개회식에 한복을 입은 조선족 여성을 출연시켜 국내 반중 감정에 불을 질렀다. 중국은 56개 소수 민족 고유의 의상을 소개하려는 의도였다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동북공정의 야욕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개회식의 하이라이트인 성화 최종 주자로 크로스컨트리 스키선수 디니거 이라무장(21)을 선정한 것도 입방아에 올랐다. 이라무장은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대표적인 인권 탄압 사례로 지적하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출신 선수였다. 이는 서방의 ‘외교적 보이콧’을 조롱하고 반박한 중국의 메시지였다.
올림픽이 시작하자마자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심판 판정과 홈텃세였다. 가장 큰 잡음은 한국의 강세 종목인 쇼트트랙에서 이어졌다. 5일 열린 2000m 혼성계주에서 중국은 준결승에서 선수 간 터치를 하지 못했음에도 실격당하지 않고 오히려 결승까지 올라 금메달을 따냈다. 한마디로 코미디 같은 상황이었다. ‘중국의 블루투스 신기술이 쇼트트랙에도 적용됐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7일 남자 1000m에서는 어처구니없는 판정으로 우리 선수들이 잇따라 탈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황대헌(23·강원도청), 이준서(22·한국체대)가 준결승에서 1, 2위로 레이스를 마치고도 석연치 않은 실격을 당했다. 두 선수의 황당한 탈락으로 중국선수들이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조차 1위로 들어온 샤올린 샨도르 류(27·헝가리)가 실격 판정을 받으면서 2위로 들어온 중국 선수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분노한 한국 선수단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를 검토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헝가리 등 다른 나라들도 공개적으로 판정을 문제삼았다. 그 이후 쇼트트랙에서 중국에 유리한 판정 시비가 눈에 띄게 사라졌다. 중국 선수에게도 실격 판정이 내려지자 오히려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질 정도였다. 국내에선 ‘베이징 올림픽’을 빗대 ‘눈뜨고 코베이징 올림픽’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판정 논란은 쇼트트랙만이 아니었다. 스키점프에선 ‘헐렁한 유니폼을 입었다’는 이유로 우승후보들이 실격 처리되는 일이 벌어졌다. 스노보드 종목에서도 일관성 없는 채점과 명백한 오심이 불거지는 등 판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회 후반에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 피겨선수 카밀라 발리예바(16)의 금지약물 논란이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이번 대회 참가 선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발리예바는 여자피겨 최고의 선수로 주목받았다. 압도적인 기량으로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피겨 단체전 금메달을 견인했다.
이후 추악한 진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국내 대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된 사실이 밝혀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발리예바가 참가한 피겨 단체전 시상식을 연기했다. 발리예바의 개인전 출전은 막을 수 없었다. CAS는 발리예바가 미성년자이고 도핑검사 결과를 늦게 받았다는 이유로 대회 출전을 허락했다. 하지만 발리예바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부담을 이기지 못한 듯 4위에 그쳤다.
발리예바의 도핑 양성 파문은 러시아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때 국가 주도의 도핑 샘플 조작 및 은폐 사실로 IOC 징계를 받는 상황에 벌어진 일이라 더 충격을 던졌다. 이번 발리예바의 사례를 거울삼아 앞으로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출전 가능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에서 열린 올림픽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다. 올림픽의 진정한 가치와 정신을 회복하기 위한 전면적인 반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회는 막을 내렸지만 베이징 올림픽이 남긴 숙제는 산더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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