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예바(오른쪽)는 도핑 위반 논란을 뚫고 출전했지만, 부진 끝에 눈물만 흘렸다. 미국 태생의 중국 대표 주이는 경기 중 실수로 비난을 받자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김경록 기자,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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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얼음의 축제’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20일 막을 내렸다. 한복 공정 문제를 시작으로 도핑 파문에 이르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베이징올림픽을 현장에서 취재한 김효경(스포츠팀), 김경록(포토팀), 안희수(일간스포츠) 기자가 3주간의 여정을 정리해봤다.
김효경(이하 효경)=한국 선수단 첫 메달 소식이 늦게 나와 초반엔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김민석이 동메달을 딴 이후 조금 달라졌고, 쇼트트랙 황대헌이 금메달을 획득한 뒤 공동취재구역에도 활기가 돌았다. 그 전까지는 선수들이 인터뷰도 사양했다.
안희수(희수)=체험 기사를 많이 썼는데, 대부분 방역 방침이나 현황이 주제였다. 편파 판정과 도핑, 국가 간 알력 다툼 등 부정적인 이슈도 많았다. 지구촌 축제로 불리기엔 미흡한 대회였다.
3주 동안 베이징 겨울올림픽 취재 현장을 누빈 안희수·김효경·김경록 기자(왼쪽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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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경록)=한국 선수단의 주요 종목이 빙상인데다 설상·썰매 종목이 열린 장자커우는 꽤 멀어서 자주 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 쇼트트랙 최민정이 (1000m 은메달을 획득한 뒤) 울 때는 나도 울컥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피겨스케이팅 김예림도 기억난다. ‘피겨 장군’이란 별명이 붙은 걸음걸이도 기억에 남는다.
효경=러시아 피겨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가 모든 이슈를 삼키지 않았나.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도 뜨거운 주제였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러시아로 귀화했기 때문에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인 지도자가 외국에 나가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심, 편파 판정과는 별개로 ‘스포츠에는 국경이 없다’고 한 김선태 감독 말에 공감한다.
희수=여자컬링 ‘팀 킴’ 스킵 김은정이 기억에 남는다. 예선에서 탈락한 뒤 애써 눈물을 삼켰다. 한·일전에서 승리했고 강호 영국도 꺾었는데, 아쉽게 됐다. 두 나라는 결승전에 올랐다. 충분히 잘했는데 김은정은 마치 죄인 같은 표정을 지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선 팀이다. 그가 어깨에 짊어진 무게가 무척 커 보였다.
효경=일본 컬링 대표팀 스킵 후지사와 사츠키도 눈물을 보였다. 스킵은 컬링 팀의 리더다. 리더의 무게감은 스포츠에서 더 극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
희수=대회 초반부터 폐쇄 루프 효과를 의심했다. 내부 방역은 분명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토록 철저한 통제가 몇 주간 이어지다 보니 ‘어쩌면 이 폐쇄 루프 안이 가장 안전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상당히 요란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 방역 효과는 있었던 것 같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메달 순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효경=이번 대회는 국가가 주도하는 올림픽이라 어떻게 보면 ‘모든 운영 시스템들이 굉장히 원활했다’는 느낌이다. 지난해 열린 도쿄 여름올림픽은 서류 처리 등 사무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다. 어떻게 해서든 올림픽을 성공시키려 하는 중국의 의지를 느꼈다.
경록=이번 대회 최고 스타는 일본 남자 피겨스케이팅 하뉴 유즈루 같다.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기자회견을 따로 열고, (메달리스트들이 주로 나서는)갈라에도 초청받았다. 경기장 밖에 하뉴를 보고, 응원하려는 팬들이 인산인해였다. 하뉴가 좋아하는 곰돌이 푸 인형을 들고 있었다.
효경=프리스타일 스키 구아이링(에일린 구)의 인기도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중국 기자들 사이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TV에서도 광고 모델로 자주 볼 수 있었다.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중국인이 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으니 중국인에게는 영웅일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태어난 중국 피겨스케이팅 대표팀 주이는 비난을 받았다. 단체전에서 수차례 넘어진 선수다. 중국인의 ‘성적 지상주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희수=코로나 방역 강화를 위해 자동화 조리 장비를 사용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식당 내부에서 서빙이나 계산을 돕는 건 모두 사람이었다. 방역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본다.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효경=올림픽은 세계인의 화합과 친목을 다지는 대회인데, 갈수록 경쟁만 부각된다. 중국의 한복 공정이나 편파 판정은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행동이었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이 이런 모습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희수=부정적인 이슈가 시선을 끈 건 사실이지만, 대회 중반 이후 올림픽 열기가 살아났다. 김연경, 김연아 등 영향력이 큰 스포츠 스타들이 태극전사들을 향해 응원 메시지를 보낸 점도 인상적이었다.
효경=젊은 세대들이 편파판정이나 오심을 보며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크게 냈다. 젊은 세대가 공정이라는 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베이징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베이징=김효경·김경록·안희수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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