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입주 30년을 맞은 성남 분당신도시에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성남 분당구 전경.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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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기 신도시가 입주 30년을 맞은 가운데 성남 분당신도시 시범 단지들이 최근 재건축 추진위를 결성해 주목을 받고 있다. 분당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고양 일산·안양 평촌·군포 산본·부천 중동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전체에 재건축 바람이 불 수 있어서 시장 관심이 높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일대 19개 시범 아파트 단지들은 지난해 말 ‘분당 재건축 연합 추진위원회(이하 연합추진위)’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재건축 사업 추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삼성·한신, 우성, 한양, 현대 등 시범 단지를 중심으로 시작된 연합추진위에 상록마을 우성, 한솔마을 한일, 파크타운 서안, 삼익, 롯데, 대림, 까치마을1단지, 까치마을2단지, 청솔마을 서광, 아름마을 두산, 삼호 등 분당구 일대 단지들이 참여하면서 현재 총 19개 단지로 늘어났다.
그동안 분당에서 진행되는 정비사업은 리모델링이 주력이었다. 분당신도시 일대 단지 평균 용적률(대지 면적에서 건축물 연면적의 비율)은 184%, 입지가 좋은 단지들은 대부분 190~200% 수준으로 높기 때문이다. 현행 1기 신도시 용적률 법정 상한선은 300%에 그쳐 재건축을 추진하더라도 용적률 여유분이 부족하고 사업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과거에는 재건축 가능 연한(30년)을 못다 채운 단지가 많았던 점도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리모델링 사업이 큰 진척을 보이지 못한 사이 많은 단지가 입주 30년을 채우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차라리 재건축을 해보자”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연합추진위가 결성되는가 하면 이곳 추진위에 추가로 합류하는 단지도 속속 등장했다. 사업성 확보를 위해서는 토지 용도 변경은 물론 용적률 상향이 불가피한 만큼 연합추진위는 용적률을 법정 최대로 상향 조정해줄 것을 지자체에 요청하고 있다.
연합추진위 관계자는 “12만가구가 동시에 노후화되고 있지만 전세난 우려 등으로 동시 멸실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모든 단지 재건축을 마치는 데까지 오래 걸리기 때문에 첫 단지의 빠른 재건축 시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과거 시공 당시 내진 설계가 이뤄지지 않았고, 주차 대수 부족으로 화재에 취약한 것도 순차적인 재건축 필요성으로 언급했다.
연합추진위는 구체적 일정도 제시했다. 2024년으로 예정된 정비예정구역 지정을 올해로 앞당겨 2030년 첫 입주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용적률 상향 적용, 안전진단 등 규제 완화 등을 성남시와 경기도에 요구했다.
지난해 먼저 재건축 추진에 들어간 서현 삼성·한신(1781가구), 우성(1874가구), 한양(2419가구), 현대(1695가구) 등 시범 단지 4곳의 경우 성남시가 용적률을 최고 280%까지 허용해줄 경우 충분히 재건축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들 단지는 200%에 조금 못 미치는 용적률을 적용받아 지어졌다. 통합 재건축으로 새 아파트 단지 구성이 가능해지면 재건축 사업이 경제성을 확보한다는 계산이다.
▶재건축 가능해질까?
▷李·尹 ‘용적률 500%’ 앞다퉈 공약
오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재건축 기대감이 더 커졌다. 최근 여야 대선 후보들은 앞다퉈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을 내놓으면서 아파트 재건축과 리모델링의 가장 큰 장벽인 용적률 상한 등 각종 규제책이 완화될 가능성이 커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만들어 재건축·재개발 안전진단 기준과 리모델링 안전성 검토 기준 등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후보는 지난 1월 24일 경기도 공약 발표에서 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 등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해 재건축과 리모델링 안전성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신도시 재건축·재개발 지역에 최고 용적률이 500%까지 허용되는 ‘4종 일반주거지역’을 신설해 적용하고 종상향 등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역시 종상향을 통한 용적률 추가 혜택을 약속했다. 윤 후보는 지난 1월 초 공약 발표에서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용적률 상향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토지 용도 변경과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한 1기 신도시 정비사업으로 최대 10만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확한 상향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토지 용도 변경과 종상향으로 조정이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두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표현은 조금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1기 신도시 최고 가능 용적률을 높여주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양당 후보 공약대로 1기 신도시에 최고 500% 용적률이 적용되면 재건축 일반분양 물량도 넉넉해진다. 그만큼 재건축 사업에 뛰어드는 단지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선 이후 완화되는 용적률 상한이 주민 기대에 한참 못 미칠 경우 재건축 사업성은 여전히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부와 성남시가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점을 두고도 재건축 전망이 엇갈린다.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업이 꼭 라이벌 관계라고 할 수는 없지만 리모델링 추진을 원하는 주민이 많을수록 재건축 동의율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마침 최근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와 구미동 무지개마을4단지가 이르면 올 하반기 분당에서는 처음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 후속 리모델링 단지에도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한솔마을5단지의 경우 당장 오는 2월 19일이면 가구별 분담금을 확정하는 총회를 연다.
최근 아파트값 전망이 불투명한 점도 정비사업 힘을 빼는 요인이다. 최근 성남을 포함한 경기권에서는 아파트 매매 가격이 하락한 지역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단지도 등장하며 혼재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둘째 주부터 성남 분당구(0%) 아파트 매매 가격 변동률이 보합세로 돌아선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분당파크뷰’ 전용 84.99㎡는 1월 신고가를 기록했다. 1월 6일 18억8000만원(20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같은 면적 매물 6채가 지난해 16억1000만~18억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시세가 더 오른 셈이다. 2년 전인 2020년에는 13억4000만~16억7000만원에 사고팔리던 아파트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수도권에서는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최근 아파트 입주가 이어진 성남(구도심 포함)은 한동안 거래 침체가 계속되면서 상승폭이 축소하거나 하락하는 모습”이라면서도 “다만 선거를 앞두고 정비사업 활성화, 광역교통망 개발 공약이 잇따라 발표된 것은 분당신도시 정비사업에는 호재”라고 덧붙였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6호 (2022.02.16~2022.02.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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