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주의 교육 받아온 20·30세대
“젊은층이 주동적으로 혐한(嫌韓)글 쓰고 있을 것”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에서 황대헌이 질주하고 있다. 황대헌은 레인 변경이 늦었다는 이유로 실격됐다. 2022.02.07 베이징=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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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 촉발된 중국 누리꾼들의 반한·혐한 정서가 도를 넘어섰다. 쇼트트랙 종목에서 판정 시비가 불거진 이후 이들은 한국 선수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밑도 끝도 없는 의미를 부여하며 트집을 잡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온라인 혐한’은 지난 7일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이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되면서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경기 직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황대헌 반칙’ ‘우다징이 치였다’ 등 적반하장의 해시태그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것이다.
실제로 한국 선수들이 반칙을 하지 않았음에도 ‘반칙’이라는 주장이 이어져다. 이들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한국이 반칙을 했다며 ‘남조선은 도둑국가’ ‘경기 방식이 더럽다’ 등 비난을 쏟아냈다. 웨이보에는 한국과 관련한 비난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누리꾼들은 지난 11일 여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최민정이 은메달을 딴 뒤 눈물을 보인 것에 대해서도 “다른 선수의 금메달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라며 황당한 해석을 내놨다. 선수 출신 왕멍 역시 최민정의 눈물에 “그의 실력이 거기까지”라는 발언을 내뱉었다.
시상대에 오르기 전 차민규가 보인 행동을 두고도 악성글이 이어졌다. 웨이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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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규가 시상대에 오르기 전 보인 행동을 두고도 트집을 잡았다. 지난 12일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은메달을 거머쥔 그가 메달 수여식에서 시상대 바닥을 손으로 쓸어내는 동작을 취하자 “판정에 불만을 가진 것이 아니냐”고 추측한 것이다. 이에 “자신의 무덤을 닦는 것” 등 조롱 댓글이 이어졌다.
일부 한국 선수가 베이징 올림픽 선수촌 내 음식에 대해 불만을 표한 것을 두고도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웨이보에는 “시합에서 떼쓰고 올림픽에서 식단 가지고도 이러나” “감지덕지 먹어야지. 맛없으면 내가 가서 먹을 테니 한국 선수들에 주지 마라” 등 비난의 글이 올라왔다.
전문가 “세뇌교육 받아온 세대서 애국 실천하는 것”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소장은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애국주의 교육을 받아온 세대가 주동적으로 애국을 실천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1994년 중국 공산당은 애국주의 교육 실시 강요를 발표했다. △공산당에 대한 충성 △당을 위한 개인의 희생정신 등을 골자로 한 내용이다. 공산당에 반기를 들지 않게 이때부터 세뇌 교육의 일종인 ‘관수법(灌水法)’을 사용한 것이다.
또 내용에는 ‘애국을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직접 실천해야 한다. 누군가 국가와 민족 등에 해를 끼치면 참지 말고 투쟁해야 한다’고도 적혔다. 김 소장은 “(유치원 때부터 받는) 애국주의 교육이 약 30년간 진행됐으니 20·30세대가 주동적으로 이러한(혐한) 글을 쓰고 있을 것”이라며 “지나치게 민족주의 교육을 한 게 중국 사회에만 머물지 않고 외부 사회로 나오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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