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다들 어렵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모두가 상상할 수 있는 무언가로 보여주고 싶어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게 됐어요."
줄기세포면 줄기세포, 로봇이면 로봇인데 왜 하필 줄기세포 로봇 '물고기'를 만들었냐는 질문에 이길용 하버드대 연구원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과학을 친근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여기서 '줄기세포 로봇 물고기'는 지난주 한국 연구진이 공개한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입니다. 인간 줄기세포로 심장 근육 조직을 만들었고, 이 조직으로 물고기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배터리 없이도 스스로 움직이는 이 로봇은 길게는 4달 정도 살아 움직였습니다. 로봇 물고기에 대한 '사이언스' 논문이 나온 11일, JTBC는 화상 인터뷰로 제1 저자 이길용 연구원을 만나 궁금한 점을 물어봤습니다.
|
이길용 하버드대 연구원팀이 개발한 줄기세포 로봇 물고기의 모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Q. 왜 '줄기세포'로 로봇을 만드나요?
줄기세포는 원석 같은 존재예요. 그걸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그중에서 특히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심장 세포로 유도한 다음에 그걸로 인공심장이나 다른 장기들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로봇 물고기는 그 중간 과정의 연구입니다.
지금까지 기계는 철 같은 금속으로 많이 만들었는데, 그건 사람들이 금속의 성질을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아직 세포 같은 생체 물질에 대해선 그만큼 완벽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생체 물질로도 더 정교한 기계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봅니다.
Q. 줄기세포 로봇 물고기는 어떻게 움직이나요?
물고기 모양 판 양쪽에 심장 근육 조직을 하나씩 붙였어요. 그리고 심장의 박동을 조절하는 페이스 메이커 조직인 '지 노드(G-node)'도 하나씩 붙였죠.
심장은 한쪽 근육이 수축하면 그 조직에서 수축했단 걸 인지하고 그다음엔 다시 늘어나요. 그러면서 심장 근육이 수축, 이완을 반복할 수 있죠. 이 원리를 로봇 물고기에 적용했어요. 로봇 물고기 한쪽 면에 붙인 심장 근육이 수축하면 반대쪽이 이를 감지하고 이완하고, 반대로 또 반복하면서 물고기가 헤엄치는 거예요. 이런 방식으로 줄기세포 로봇 물고기는 1초에 3번 정도 꼬리를 흔듭니다. 이전에 나왔던 줄기세포 로봇보단 10배 정도 빠르고, 실제 물고기의 움직임과 효율이 비슷한 수준이에요.
Q. 이 물고기 로봇을 어디에 쓸 수 있을까요?
앞으로는 인공심장이나 몸 안을 돌아다니는 건강 모니터링 로봇으로 활용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일단은 이번 물고기 로봇이 심장 줄기세포로 할 수 있는 가장 최첨단의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통 심장을 모사한다고 해도 특정한 하나의 기능을 모사하는 데 그치는데, 저희는 두 가지 기능을 모사하고 있습니다. 이게 인공 심장을 만들기 위해 거쳐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물고기 로봇을 더 작게 만들면, 사람 몸 안에서 돌아다니는 센서 로봇으로 개발할 수 있습니다. 몸 안을 돌아다니면서 질병이 있으면 알려줄 수 있는 이런 로봇으로 활용될 수 있겠죠. 이 로봇은 자기 세포로 만든 거라 부작용 걱정을 덜 수 있을 겁니다.
신수빈 기자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과학은 다들 어렵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모두가 상상할 수 있는 무언가로 보여주고 싶어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게 됐어요."
줄기세포면 줄기세포, 로봇이면 로봇인데 왜 하필 줄기세포 로봇 '물고기'를 만들었냐는 질문에 이길용 하버드대 연구원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과학을 친근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여기서 '줄기세포 로봇 물고기'는 지난주 한국 연구진이 공개한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입니다. 인간 줄기세포로 심장 근육 조직을 만들었고, 이 조직으로 물고기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배터리 없이도 스스로 움직이는 이 로봇은 길게는 4달 정도 살아 움직였습니다. 로봇 물고기에 대한 '사이언스' 논문이 나온 11일, JTBC는 화상 인터뷰로 제1 저자 이길용 연구원을 만나 궁금한 점을 물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