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이슈 로봇이 온다

고통 느끼는 반도체 개발…KIST, 휴먼로봇 앞당긴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논문이 게재된 어드밴스트 사이언스 표지.


인간을 닮은 로봇이 인간처럼 오감을 모두 느낄 날이 올까?

인간의 피부처럼 약한 자극에는 신호를 받지 않고, 강한 자극에는 계속해서 신호를 받는 반도체 전자소자가 개발됐다. 이를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할 경우 외부 자극에 고통을 느끼는 로봇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한계를 뛰어넘어 생체 신호를 모방해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극 크기에 따라 신호가 유지될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시각 센서와 결합할 경우 강한 빛만 받아들이고 약한 빛에는 적응하는 로봇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소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처럼 큰 소리는 받아들이지만, 작은 소리는 처리하지 않을 수 있다.

13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강종윤 첨단소재기술연구본부 본부장과 윤정호 전자재료연구센터 박사팀이 약한 자극에는 쉽게 적응하고, 위험한 자극에는 고통을 느끼는 반도체 전자소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자극 크기에 따라 적응 여부가 결정되는 소자가 개발된 것은 세계 최초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트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최신호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인체 신호를 전자소자로 모방하기 위한 기존 연구가 뉴런과 시냅스 등 일부 생체 특성을 모방하는 것에 치중돼 있다고 봤다. 외부 환경 변화를 인체가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를 밝혀내고, 이를 전자소자로 구현하기 위해 이번 연구가 시작됐다.

이번에 개발된 소자는 은 입자 양을 조절해 외부 자극 정도에 따라 뇌에 전달하는 생체 신호 강도를 조절한다. 전기적 자극에 따라 쉽게 이동하는 은 입자 특성이 활용됐다.

적은 양의 은 입자가 담긴 소자와 많은 양의 은 입자가 담긴 소자를 병렬적으로 연결하면 약한 자극이 들어왔을 때는 많은 양의 은 입자가 들어온 소자는 반응하지 않는다. 적은 양의 은 입자가 포함된 소자에는 약한 필라멘트가 형성되지만, 이내 열을 받아 끊어지며 신호가 멈춘다. 약한 자극에는 적응하는 것이다.

반면 강한 자극이 들어오면 적은 양의 은 입자가 포함된 소자는 사람이 인지할 수 없는 짧은 시간에 열을 받아 사라진다. 많은 은 입자가 포함된 소자가 형성한 필라멘트는 잘 끊어지지 않아 계속해서 신호를 발생시킨다. 전자 소자가 자극에 적응하지 않고 고통이 이어지는 것이다.

윤 박사는 "소자를 병렬적으로 구성하는 것만으로도 외부에서 가해지는 전압에 따라 어느 소자에 영향을 미칠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의 신체에서도 강한 자극을 받아들이는 뉴런과 일상적 자극을 받아들이는 뉴런이 따로 있어 자극이 들어오면 스스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자소자는 기존 한계를 뛰어넘어 생체 신호를 모방할 수 있어 인간 피부를 대신할 수 있는 인공피부나 인공장기, 인간처럼 감각을 느끼고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강 본부장은 "전자소자가 단순히 고통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인체에 무해한 약한 자극에는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적응하고, 인체에 유해한 강한 자극에만 고통을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전했다.

사람처럼 감각을 느끼는 로봇을 만들기 위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번 연구와 같이 자극을 받아들이는 방법뿐만 아니라, 인간의 두뇌처럼 로봇이 자극을 처리하도록 하는 것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만들어지기까지 중요한 과제다.

[정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