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규가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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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 중 하나다. 한국 여자 피겨의 살아 있는 전설 김연아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쇼트트랙 황대헌(강원도청)이 대표적이다.
큰 무대 체질의 면모를 보이는 또 한 명의 한국 선수가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은메달을 따낸 차민규(의정부시청)다. 그는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34초39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깜짝 은메달을 차지했던 차민규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메달 후보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와 부상 여파로 2020~2021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르지 못한 그가 2021~2022시즌 네 차례 월드컵에서 한 번도 5위 안에 들지 못하는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월드컵 1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서는 18위에 그치며 디비전 B(2부리그)로 밀려났다. 이후에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이번 올림픽 메달과는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차민규는 큰 무대에 강했다. 승부사 DNA가 살아난 그는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4년 전 은메달이 운으로 따낸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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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선수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대회에서 평소보다 좋은 성적을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압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4년에 한 번 열려 출전 기회를 잡는 것조차 어려운 올림픽은 더하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차민규에게 해당되지 않았다. 그는 평창 대회에 이어 다시 한 번 최고 레이스를 펼치며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2개 대회 연속 은메달을 따낸 만큼 '깜짝'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 차민규는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낸 비결로 노력을 꼽았다. 그는 "큰 대회인 만큼 더 노력하고 집중했다. 특히 스타트를 빨리 끊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게 결과로 이어져 기쁘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2개의 은메달을 따낸 선수가 되기까지 차민규는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고교 시절까지 쇼트트랙 선수로 뛰던 그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던 차민규는 2014년 소치 대회를 앞두고 대표 선발전에서 오른발 인대를 크게 다쳤다. 선수 생명이 끝났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그러나 차민규는 포기하지 않았다. TV로 소치 대회를 보며 이를 악물고 남들보다 두 배 이상 연습에 매진했다. 차민규 소속팀 의정부시청의 제갈성렬 감독은 "차민규의 큰 장점은 상대 선수를 신경 쓰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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