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 '올림픽'

첫 올림픽 끝낸 이시형 "어머니가 처음으로 제 경기를 보셨어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 연기를 펼치는 이시형.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시 달려야죠." 아쉬움 속에 끝난 첫 번째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이시형(22·고려대)은 좀 더 높은 곳을 향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시형은 지난 8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27위를 기록했다. 24명에게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에 서는 게 1차 목표였지만 이루지 못했다. 어머니가 주신 매실차를 먹고 긴장을 풀어보려 했지만 그의 기대대로 풀리진 않았다.

점프 실수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첫 점프 쿼드러프 살코에서 가산점(GOE)을 얻지 못하고 2.49점을 잃었다. 두 번째인 트리플 악셀도 쿼터랜딩(4분의1 회전)으로 인정됐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뒷점프를 붙이지 못했다.

이시형은 "경기가 끝나고 사실 힘들었다. 열심히 준비했고 좋은 성과는 아니었다. 역시 넘어진 부분이 가장 아쉽다. 이번 시즌에는 실수를 한 번도 안 했는데, 착지를 못해서 점수를 아예 받지 못했다. 국제 대회 경험이 부족하다고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 곳에 나온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강해졌다"고 했다.

그에게 시간을 쇼트프로그램 경기 전으로 돌리고 싶은지 묻자 "결과를 모르고 돌아간다면 비슷하게 벌벌 떨고 있을 거다. 그때는 왜 '즐기고 오라'는지 몰랐다"고 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대단한 선수들의 연기를 직접 보면서 나도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했다"고 돌이켰다.

피겨 스케이팅은 선수층이 얇다. 이른바 '비싼 운동'이기 때문이다. 레슨비, 대관료, 의상, 안무 비용이 많이 든다. 피겨가 좋아 시작했지만, 가정 형편이 여유롭지 않았던 이시형은 비용 문제로 해외 대회를 포기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꿈을 믿어준 어머니 덕분에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차준환이 세계선수권 10위에 오르고, 이시형이 네벨혼 트로피에서 5위에 오르면서 베이징으로 올 수 있게 됐다.

이시형은 "원래 어머니가 경기를 잘 못 보시는데, 이번엔 보셨다고 하더라. 올림픽이라는 링크에서 연기하는 모습만 봐도 자랑스럽다고 하셨다"며 말했다. 그는 "어머니께서 네가 그 자리에 선 것만으로도 자랑스럽다. 네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고 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이시형은 많은 응원을 받았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꿈을 키운 그의 노력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시형은 "처음 경기가 끝난 뒤 내게 실망했다. 그런데도 나를 격려해주셔서 '이런 응원을 받아도 되는 걸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네가 1등이라 응원하는 게 아니다. 네가 열심히 하기 때문에 응원해주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는 말을 듣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느꼈다"고 했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이시형은 11일과 12일 추가 연습을 신청했다. 11일엔 홀로 아이스 링크를 누볐다. 그는 "2주 뒤 전국체전이 있고, 3월엔 세계선수권(프랑스 몽펠리에)이 있다"고 웃었다. 세계선수권 역시 올림픽 다음으로 큰 무대고, 차준환과 이시형의 성적에 따라 다음 시즌 국제대회 출전권 수가 달라진다.

이시형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네벨혼 트로피를 제외하면 이번 시즌 국제대회 성적이 좋지 않았다. 계속 안 좋았는데, 세계선수권에선 잘 하고 싶다. 이번에도 올림픽을 준비했던 것처럼 열심히 준비하려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시형은 "언젠가는 지금의 노력이 보상으로 돌아올 거로 생각한다. 쇼트프로그램이 끝나고 힘들었지만, 그동안 열심히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억울해서라도 2016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시 달리겠다"고 했다.

베이징=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