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투구를 즐기는 미국 스타일이 내게 맞아"
스프링캠프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 밝히는 이정후 |
(고흥=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2020 도쿄올림픽을 통해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에 대한 일본 야구계의 관심은 한층 높아졌다.
일본 최고 투수인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상대로 도쿄올림픽에서 멀티 히트를 뽑아낸 장면이 일본 야구 관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정후에게 도쿄올림픽은 일본이 아닌 미국프로야구에 진출하겠다고 결심을 굳힌 계기가 됐다.
이정후는 11일 키움의 스프링캠프지인 전남 고흥 거금야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해외 진출을 꿈꾸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 123경기에서 타율 0.360, 7홈런, 8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60으로 활약하며 타격왕과 함께 리그 최우수선수(MVP) 투표 2위에 올랐다.
현재 KBO리그에선 강백호(kt wiz)와 더불어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장 유력한 선수로 꼽힌다.
이전부터 해외 진출 의사를 밝혀온 이정후는 이제 두 시즌을 더 소화하면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정후는 "선배님들(강정호, 박병호, 김하성)이 해외 진출을 할 때 구단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며 "특히 제일 친했던 (김)하성이 형이 미국에 가는 것을 보면서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다. 하성이 형이 많은 조언을 해주고 '너도 나올 수 있다'고 격려해줬다. 그러면서 조금씩 해외 진출의 꿈이 커졌다"고 소개했다.
바람의 아들과 손자 |
이정후는 과거 메이저리그보다는 일본프로야구에 가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은 아버지인 이종범 LG 트윈스 2군 감독이 뛰었던 곳이다.
국내 무대를 평정한 이종범 LG 2군 감독은 1998시즌을 앞두고 주니치 드래건스와 계약하며 일본 리그에 진출했다. 1998년생 이정후가 태어난 곳도 일본이다.
이정후는 과거 인터뷰에서 일본에 진출,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을 채워서 아버지의 응어리를 풀어주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일본보다는 메이저리그 진출 쪽으로 결심을 굳혔다.
그는 "키움에 와서 처음 미국 애리조나 캠프를 갔을 때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쓰는 시설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그때만 해도 사실 멋있다는 생각을 한 정도였다. 하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야구를 하면서 그런 곳에서 야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공이 빠르고, 얼마나 좋은 공을 던지고, 얼마나 변화가 심한 공을 던질지, 내가 대처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해외에 나갈 때 실패를 생각하고 나가는 선수는 없겠지만 안되더라도 한번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올림픽] 첫 타석부터 안타 치는 이정후 |
해외 진출 행선지가 선명해진 계기는 지난해 도쿄올림픽이었다.
그는 "프리미어12도 나갔지만, 올림픽에는 더 수준급의 투수들이 왔다. 메이저리그에서 올스타까지 간 투수도 있었다"며 "미국 투수들이 물론 좋은 공을 던지지만 일본 투수들보다 대처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 투수는 변화구 싸움을 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 미국 투수들은 강한 공을 던지지만, 공격적으로 대결한다. 나도 공격적인 타자라서 미국이 더 잘 맞을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아들로 KBO리그 데뷔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온 이정후는 이제는 미국, 일본 야구계가 주목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미국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지난해 12월 향후 메이저리그에서 뛸 가능성이 있는 해외 유망주 랭킹을 꼽았다.
이정후의 미래 가치는 80점 만점에 50점으로 전 세계 유망주 중 공동 2위이자 타자 중에선 1위였다.
이정후는 "그런 관심을 기사로만 접해서 크게 와닿는 것은 없다. 더 열심히 해서 그런 평가에 어울리는 선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2년 동안 내가 해야 할 일만 묵묵히 하면 도전할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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