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 선수 클로이 김(미국)이 10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 파크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전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서 등 뒤로 성조기를 펼쳐 든 채 환호하고 있다. 그는 이날 결선에 94.00점을 기록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그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이 부문 2회 연속 우승의 위업을 세웠다. [AFP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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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인종차별도 눈 위를 날아오르는 클로이 김의 점프를 낮출 수는 없었다. 재미동포 '스노보드 여제' 클로이 김(22·한국명 김선)이 10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이 된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받은 선수는 클로이 김이 최초다.
클로이 김의 적수가 될만한 이는 이번에도 없었다. 9일 예선전에서 한 차례 넘어지고도 여유롭게 전체 1위(87.75점)로 결선에 오른 클로이 김은 1차 시기에서 유일한 90점대인 94.00점을 받았다. 2위인 도미타 세나(일본·86.00점)과 8점이나 차이가 나는 점수였다. 이후 클로이 김은 2차와 3차에서 넘어졌지만 세 차례 시기 중 가장 좋은 점수를 최종 점수로 택하는 방식이기에 그대로 금메달을 확정했다. 2차 시기에 스페인의 케랄트 카스텔레가 2번째 90점대인 90.25점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따냈고, 도미타가 최종 88.25점으로 동메달리스트가 됐다.
2연패 위업을 달성하며 인터뷰 장소인 믹스드존을 통과하는 데만 40분이 걸릴 정도로 큰 관심을 받은 클로이 김은 아파하는 표정과 함께 '아이고, 내 엉덩이'(Ow my butt)라는 게시물을 SNS에 올리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1차 시기에서 세 바퀴를 도는 프런트, 백사이드 1080도를 연달아 성공한 뒤 2,3차에서 1260도를 돌으려다 실패한 것을 스스로 풍자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클로이 김은 "2018년 평창에서는 세 바퀴를 도는 1080을 많이 보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흔한 기술이 됐을 정도로 다른 선수들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며 마냥 여유로운 우승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행복한 미소를 지었지만 그동안 아픔도 많았다. 2000년생인 그는 10대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지만 금메달이 인종차별의 면죄부가 되어주진 못했던 것이다. 김종진씨와 유보란씨 사이에서 태어난 2세대 아시안으로 여전히 미국에서 인종 차별을 당한다고 고백했고, 부담스러운 마음에 금메달을 부모님 집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했었다고 밝힌 적도 있다. 결국 클로이 김은 2019년 프린스턴대에 진학한 이후로는 선수 생활을 한동안 쉬기도 했었다. 스스로 "올림픽의 저주"라고 말했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큰 경기를 앞두고 언제나 미역국을 끓여줄 정도로 헌신적인 부모의 사랑 속에 클로이 김은 인종에 대한 증오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다시 스노보드를 타겠다고 밝힌 뒤 멋진 복귀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미끄러운 식감을 가진 미역국이 시험이나 경기를 앞두고 피해야하는 음식이라는 미신이 있긴 하지만 어차피 언제나 눈 위를 미끄러져내리는 스노우보더에게 미역국은 사랑의 표현이자 승리의 증표로 자리매김했다. 클로이 김은 "나도 이제 지난 올림픽보다 더 성장했고, 많이 배웠다"며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 오지는 못했지만 코로나19 속에서도 국가대표로 나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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