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올림픽 2연패를 이룬 클로이 김이 성조기를 펼쳐들고 활짝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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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스노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1차시기를 마친 재미동포 클로이 김(22·미국·한국명 김선)이 허리를 굽혀 무릎을 꿇고 슬로프에 입을 맞췄다. 고개를 든 그는 연신 “오 마이 갓”을 외쳤다. 전광판에 찍힌 점수는 94.00. 금메달을 예감한 그는 활짝 웃으며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클로이 김의 직감은 정확했다. 이후 2·3차시기가 이어졌지만 그의 점수를 추월하는 경쟁자는 나오지 않았다. 금메달. 그것도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역사상 최초로 2018 평창에 이어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남자부에서는 ‘황제’ 숀 화이트(36·미국)가 2006년 토리노와 2010년 밴쿠버 대회를 석권하며 2연패를 이룬 바 있다.
10일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고난도 점프 연기를 선보이는 클로이 김. [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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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 예선에서 87.75점을 받아 1위로 결선에 오른 클로이 김은 표정도 몸도 가벼웠다. 결선 1차시기에 공중에서 세 바퀴(1080도)를 도는 고난이도 기술을 성공시키며 일찌감치 치고 나갔다.
2차·3차시기는 자신을 뛰어넘는 무대였다. 두 번 모두 넘어져 성공하진 못했지만, 여자 선수들에게 꿈의 영역으로 불리는 4바퀴 회전(1440도)을 시도했다. 박재민 KBS해설위원은 2차시기에서 1440을 시도하다 실패한 클로이 김에 대해 “회전수가 부족했던 게 아니라 오히려 4바퀴 이상을 도는 바람에 균형을 잃고 넘어진 것”이라며 놀라워했다.
클로이 김은 평창 금메달 이후 어려움을 겪었다. 인생의 목표가 사라진 것에 대한 허탈함, 유명인사로 거듭난 부담감에 부상까지 겹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미국 내 일부 인종주의자들 사이에서 아시아계 인종차별의 타깃이 됐던 것도 스트레스를 키웠다. 한때 스노보드를 그만두기도 했던 그는 지난해 컴백과 함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다시금 도전에 나섰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는 클로이 김과 입상자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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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모델로 등장해 “평창올림픽 금메달을 부모님댁 쓰레기통에 던졌다”고 고백해 화제를 낳은 그는 베이징 하프파이프마저 정복하며 ‘당대 최고’를 입증했다.
11일 열리는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은 디펜딩챔피언 숀 화이트와 일본인 ‘히라노 삼총사’의 맞대결로 주목 받는다. 올림픽에서 세 차례(2006·10·18) 금메달을 목에 건 화이트는 “베이징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하고 비장한 각오로 이번 대회에 나섰다. 이번이 네 번째 금메달 도전이다.
메달리스트에게 제공되는 베이징올림픽 마스코트 기념품을 들고 활짝 웃는 클로이 김.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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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이후 2년 가까이 푹 쉬고 2020~21시즌 복귀한 화이트는 컨디션 회복에 애를 먹었다. 발목 부상에 코로나19 확진 악재가 겹쳐 올림픽 개막 직전 가까스로 출전권을 따냈다. 기대보다 우려가 많은 상황에서 화이트는 멋지게 다시 일어섰다. 지난 9일 겐팅 스노파크에서 열린 예선전에서 장기인 더블 맥트위스트 1260(몸을 비틀어 세 바퀴 반을 회전하는 고난이도 기술)을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86.25점을 받아 전체 4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화이트의 라이벌은 올 시즌 월드컵 랭킹 1위 히라노 아유무(24·일본)다. 4년 전 평창에서 화이트(97.75점)에 간발의 차로 밀려(95.25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9일 예선에선 93.25점으로 화이트를 제치고 전체 1위에 오르며 기선 제압을 했다.
올림픽에서 4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하프파이프 황제 숀 화이트.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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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노에겐 든든한 지원군도 함께 한다. 공교롭게도 성이 같은 히라노 루카(20), 아유무의 친동생인 히라노 가이슈(20)가 그들이다. 각각 월드컵 랭킹 2위와 7위로, 예선에서 각각 3위와 9위에 올랐다. Top10 순위표에 세 명의 히라노가 이름을 올려 화이트를 포위한 형국이 됐다.
화이트는 “은퇴를 앞둔 내 마음은 슬프지만 기쁘기도 하다”면서 “다음번 이곳에 왔을 땐 경기와 성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멋진 경쟁자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도전을 마음껏 즐기겠다”고 다짐했다.
숀 화이트의 강력한 경쟁자로 주목 받는 일본의 히라노 아유무.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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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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