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노보드 알리고 싶었어요. 제 기량 다 못 보여 아쉽긴 하고요"
성치 않은 몸으로 분전…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예선 20위 기록
이나윤 |
(장자커우[중국]=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국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나윤(19·수리고)은 지난해 10월 스위스에서 훈련 도중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 인대가 완전히 파열되면서 올해 베이징 올림픽 출전의 꿈은 그대로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
무릎을 많이 써야 하는 스노보드 종목의 특성상 불과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에 십자인대가 파열된 몸으로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나윤은 9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예선에 출전했다.
그의 경기는 성치 못한 무릎 때문에 점프 높이나 회전수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부족했으나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쳐 22명 중 20위에 올랐다.
2차 시기에서는 34.50점으로 22명 중 중위권인 14위를 기록했다. 2차 시기에서 넘어진 이 종목 최강 클로이 김(미국)보다 좋은 점수였다.
이나윤의 경기모습. |
이나윤은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부상 때문에 원하는 만큼은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 몸 상태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부상 당시를 떠올렸다.
"기술을 하고 내려오다가 오른쪽 발부터 떨어지며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는 이나윤은 "전방 십자인대가 완파되고 반월판도 다쳐 병원에서 수술을 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그의 의지가 다친 몸보다 더 강했다.
이나윤은 "그때만 해도 올림픽 전까지 남은 두 차례 월드컵을 뛰어 평소 성적만 내도 올림픽 출전이 유력한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무릎을 다치면서 월드컵에 빠지면 올림픽에도 뛰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수술을 미루고, 재활로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나윤은 "다행인 것이 그 전부터 인대가 조금씩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인대 파열의 충격이 덜했다고 한다"며 "갑자기 파열되면 무릎에 피나 물이 차올라 바로 수술을 해야 하는데, 제 경우에는 이전부터 몸이 안 좋은 인대에 적응하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으나 이나윤은 수술대 대신 월드컵이 열리는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나윤은 "수술을 받으면 올림픽은 바로 못 나가는 것"이라고 월드컵 출전을 강행한 이유를 설명했다.
월드컵 최고 성적이 16위인 그는 꾸준히 16∼20위 안팎을 유지했으나 부상 이후 기량을 발휘할 수 없게 되면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월드컵에서는 26위, 28위로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이나윤은 "그래서 올림픽에 못 나가는 줄 알았다"며 "전혀 예상치 못하게 올림픽에 나오게 돼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지금 몸 상태를 "평소의 50%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지금 이 상태로는 점프를 더 높이 하기도 어렵고, 기술도 540도 이상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상급 선수들이 1천80도까지 도는 것에 비하면 절반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장자커우 선수촌에서 기념촬영한 이나윤 |
이나윤에게 "몸 상태만 정상이었다면 상위 12명이 나가는 결선 진출도 가능했겠다"며 아쉽지 않으냐고 묻자 자신의 부상 이후 여정을 쭉 설명하던 감정이 북받친 이나윤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는 눈물을 참아가며 "부상으로 생긴 4개월 공백기에 재활 대신 훈련으로 실력을 더 키웠다면 결선에 무조건 간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결선 근처까지 가거나 희망이 있었을 것"이라며 "아쉽기는 하다"고 털어놨다.
그토록 원하던 올림픽을 뛴 이나윤에게는 이제 다시 선택의 시간이 돌아왔다.
그는 "수술을 할지, 아니면 재활로 버틸지는 계속 부모님이나 선생님들과 의논 중"이라며 "종목 특성상 무릎에 한 번 칼을 대면 예전 기량을 되찾기 어렵다는 얘기가 많아 고민이 크다"고 밝혔다.
이나윤은 "수술을 받기로 하면 이후 재활과 치료에 1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며 "이번 대회에 나온 선수 중에 30대 나이 선수들도 있고, 부상 이후에도 재활로 기량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좀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힘든 몸을 이끌고도 올림픽에 나온 이유를 묻자 그는 "저희 종목이 한국에서 선수층도 얇고, 비인기 종목이니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며 "한국에서도 스노보드 종목에 올림픽에 뛰는 선수가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래도 조금은 그렇게 한 것 같아 기쁘기도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다음 올림픽 출전을 꿈꾸고 있다"며 희망을 이야기한 이나윤은 "일단 무릎 상태를 어떻게든 끌어올리고, 기량은 원래 제 기량으로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으니 예전 기량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다짐했다.
그림에도 소질이 있다는 그는 "다쳤을 때나 힘들 때 그림을 그리면 마음도 편하고 시간도 잘 간다"며 어쩌면 다가오는 비시즌에는 그림을 많이 그리게 될지도 모를 자신의 일상을 소개했다.
다시 4년 뒤에는 올림픽 코스의 새하얀 설원에서 멋진 비행과 연기를 하는 꿈과 희망을 그리는 시간이 될 것 같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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