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남자 1,000m 실격→1,500m에서 금메달
"절실하게 벽 두드리면 안 될 것 없어…응원 떠올리며 힘내"
[올림픽] 황대헌, '태극기 휘날리며' |
(베이징=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아무도 제게 손대지 못 하게 하는 전략을 세웠어요."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 황대헌(23·강원도청)은 흠 없는 완벽한 질주로 한국 선수단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첫 금메달을 따낸 뒤 이렇게 말했다.
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9초219의 기록으로 스티븐 뒤부아(캐나다·2분9초254), 세묜 옐리스트라토프(러시아올림픽위원회·2분9초267)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레이스 초반 뒤에서 기회를 엿보던 황대헌은 결승선 9바퀴를 남기고 아웃코스로 거침없이 추월, 1위로 올라선 뒤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7일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중국 선수 두 명을 추월하는 깔끔한 레이스를 펼치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을 당했던 그는 이틀 만에 보란 듯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땄던 황대헌의 첫 올림픽 금메달이다.
황대헌은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1,000m 경기도 깔끔한 경기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더 깔끔한 경기를 준비했다. 깔끔한 경기 중에 가장 깔끔하게 경기를 하는 것을 전략으로 세웠다"고 말했다.
[올림픽] 황대헌의 금빛 질주 |
'충격의 실격' 이후에도 황대헌은 씩씩하게 훈련에 나섰다.
그는 1,000m 경기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장애물이 반드시 너를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니다. 벽을 만나면 돌아가거나 포기하지 말라'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말을 인용해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은 가볍지 않았을 터다.
"나도 사람이니까 안 괜찮았다"며 웃은 황대헌은 "'괜찮다, 괜찮다' 하면 사람이 괜찮아지기도 하지 않나. 결과가 어떻게 되든 계속 벽을 두드렸다. 절실하게 벽을 두드리면 안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뒤돌아서서 포기하지 않고, 두드리면 언젠가 활짝 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마음으로 (조던의 명언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다짐대로 최고의 레이스를 펼친 황대헌은 "판정은 심판의 몫이다. (1,000m에서) 깨끗하게 했지만, 깨끗하지 못했으니 그런 판정을 받았을 거다. 그래서 한 수 배웠다"며 "더 깔끔하게 아무도 나에게 손을 대지 못 하게 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정정당당한 승자의 자신감이 묻어나는 우승 비결이었다.
더불어 국민의 응원도 힘이 됐다고 밝혔다.
[올림픽] 코치 품에 안기는 황대헌 |
메달을 딴 뒤 머릿속이 하얘졌다는 황대헌은 "지금까지 노력한 것들, 운동한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다음으론 나를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국가대표라는 자리가 무엇보다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자리다. 이런 안 좋은 상황 속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높은 자리에 오르게 돼 영광스럽다. 너무나도 많이 응원해주셔서 든든하고 따뜻해 힘을 냈던 것 같다"며 "동생에게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을 봤는데 따뜻한 말이 정말 많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승자의 여유를 되찾은 황대헌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또 이날 준결승에서 박장혁(스포츠토토)과 경기를 한 뒤 페널티를 받은 중국의 런쯔웨이를 향해서도 "런쯔웨이가 (경기를) 돌아봐야 할 것 같다"며 '사이다 발언'을 잊지 않았다.
ahs@yna.co.kr
[그래픽] 베이징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 - 쇼트트랙 황대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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