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한국선수 2명 실격하자 중국선수 3명 결승으로…우연일까

황대헌·이준서 정상 추월에도 실격…中 선수 구제

박장혁은 中 선수 스케이트 날에 손가락 부상

7일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8강전 경기에서 박장혁이 넘어지며 부상을 당해 치료를 받고 있다. 2022.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2022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중국 베이징이 한국 쇼트트랙에 '악몽의 땅'으로 변했다. 연달아 찾아오는 억울한 상황에 한국 선수들이 고개를 떨굴 때, 공교롭게도 중국 선수들은 웃었다.

대한민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박장혁(스포츠토토)과 이준서(한국체대), 황대헌(강원도청)은 전원 억울한 상황으로 인해 1000m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상황을 꼼꼼히 살펴보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박장혁과 이준서, 황대헌은 7일(한국시간) 오후 중국 베이징의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1000m 준준결승을 전원 통과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후 악몽과 같은 일들이 펼쳐졌다.

먼저 준준결승에서 부상을 당한 박장혁이 준결승을 기권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박장혁은 준준결승 레이스 도중 몸싸움을 벌이다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시겔과 부딪혀 넘어졌다.

엎친 데 덮쳐 미끄러지는 과정에서 중국의 우다징과 또 한 번 충돌했는데 이때 왼쪽 손가락에 약간의 출혈이 났고, 결국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7일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에서 황대헌이 경기를 마치고 있다. 황대헌은 1위로 골인 했지만 레인변경 반칙으로 실격했다. 2022.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비디오 판독 결과 박장혁은 어드밴스를 획득하며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지만 부상으로 준결승을 기권해야 했다.

준결승에서 박장혁과 함께 1조에 속한 황대헌은 동료 박장혁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결연한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컨디션은 좋았고 기량은 남달랐다.

황대헌은 레이스 초반 4명 중 3위에 자리했다. 호시탐탐 추월 기회를 엿보던 황대헌은 4바퀴를 남기고 인코스를 파고 들어 순식간에 중국의 런쯔웨이와 리원룽을 제치고 선두로 치고 나섰다.

황대헌은 이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황대헌은 웃을 수 없었다.

비디오 판독 결과 황대헌이 뒤늦게 코스를 파고 들었다는 판정이 내려지며 허무하게 결승 진출 기회를 날렸다. 황대헌 대신 중국 선수 2명이 나란히 결승에 올랐다.

황대헌이 중국 선수들을 추월할 때 특별한 이상 장면은 없었다. 오히려 추월을 당한 리원룽이 뒤에서 황대헌에게 고의로 손을 내미는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판정은 중국에 유리하게 내려졌다.

7일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에서 1위로 골인한 황대헌 선수의 실격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굳은표정을 짓고 있다. 2022.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황대헌 실격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한 번 허무한 소식이 날아 들었다. 이번 피해자는 이준서였다.

2조에서 출발한 이준서는 2바퀴를 남기고 인코스 공략에 성공, 2위로 올라섰다. 이후 깔끔하게 레이스를 마친 이준서는 결승행을 직감하고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그러나 페널티를 받아 탈락했다. 이준서가 헝가리의 리우 샤오앙과 접촉 과정에서 레인 변경 반칙을 했다는 판정이었다. 당시 상황을 돌려 봤을 때 이준서의 별다른 이상 행동은 볼 수 없었기에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준서가 탈락한 자리를 중국 우다징이 채우며 결승에 올랐으니 기막혔다. 결과적으로 한국 선수 2명이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탈락하면서 중국 선수 3명이 결승 무대를 밟았다.

이후 중국은 결승에서 또 한 번의 판정 시비 끝에 런쯔웨이가 금메달을, 리원룽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이 황당한 판정에 울고 억울한 부상으로 신음할 때 중국 벤치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한편 앞서 여자 500m 준준결승에 나섰던 최민정(성남시청)은 레이스 도중 넘어지면서 조기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이했다.

최민정의 경우 판정의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모로 이날 베이징은 한국 쇼트트랙사의 악몽으로 남게 됐다.

7일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중국 런쯔웨이가 우승을 차지해 김선태 감독, 안현수 코치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2022.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ggod6112@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