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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국정농담] 기자회견 포기에 가족모임 자제, 선거 민심 굳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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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文, 중동서 오자마자 "국민들 설 모임 자제해야"

양산 가려던 계획도 취소···김 총리도 거듭 호소

재택근무 중엔 갑자기 "신년 기자회견 안 한다"

"오미크론 대응 집중···지나친 공포 경계하자"

대체 일정 없어 뒷말···알고보니 순방단이 확진

대선판서 文존재감, 명절 대화 변수 모두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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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오미크론 변이 효과로 하루 1만명을 훌쩍 넘어서면서 방역과 청와대 대응이 대선 정국에 또 다시 변수가 됐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가 국민들에게 설 연휴 이동과 가족 모임 자제를 연일 호소하면서 명절 간 민심 변화가 약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1월 마지막 주로 계획했던 신년 기자회견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갑자기 포기했다. 문 대통령의 직접 소통에 따른 선거 영향도 크게 줄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등의 최근 지지율 흐름이 자칫 굳어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명절 변수 약화가 현 추세의 증폭을 일단 차단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공식선거운동 기간을 코앞에 두고 들이닥친 오미크론 변수가 각 후보들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도 대선 정국에 또 하나의 관심사가 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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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재택근무 중 돌연 “신년 기자회견 안 한다”

지난 24일 문 대통령은 갑자기 1월 마지막주에 계획했던 신년 기자회견을 없던 일로 하겠다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중동 3개국을 6박8일 간 돌아보고 22일 귀국한지 이틀 만에 나온 결정이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방역 지침에 따라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재택근무를 실시한다”며 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 신년 기자회견을 사실상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응에 집중하겠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올해에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인들에게 자유롭게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준비 해 왔다”면서도 “이번 주 중 일정을 계획했으나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 기자회견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설 연휴가 끝나면 바로 2월15일부터 대통령 공식선거운동 기간이다. 3월9일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 될 때까지 어렵다”며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퇴임 전 소회를 밝히는 기자간담회는 예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27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일단 오미크론 대응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후에 대선이 바로 있어서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다”며 “아무래도 좀 더 논의는 해봐야겠지만 취소라기보다는 조금 뒤로 밀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이 결정은 여러 뒷말을 낳았다. 신년 기자회견을 취소한 문 대통령이 눈에 띄는 대체 외부 일정을 소화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업무에 복귀한 26일 청와대 내에서 내부 참모회의와 ‘오미크론 대응 점검회의’를 열었다. 모두 ‘비공개’였다. 27일에도 오미크론 방역 현장 방문을 비롯한 외부 일정이 전혀 없었다. 알려진 내부 일정도 없었다. 이날은 북한이 올 들어 여섯번째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날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28일에도 문 대통령은 방역 관계자들을 전화 통화로 격려했다.

문 대통령이 외부에 알릴 수 없는 오미크론 대응 작업을 내부에서 분주히 진행했을 가능성은 물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임기 말 활동량이 비교적 많은 지도자로 분류된다.

다만 문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임기 마지막 기자회견 취소 결정을 국민들이 납득할 정도로 뚜렷했는가는 논란으로 남았다. 방역 관련 지침 전파나 대국민 당부는 참모의 입을 통하기보다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본인이 직접 소통하는 게 외려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청와대 해명과 달리 설 연휴 마지막 날(2일)은 공식선거운동 기간 시작일(15일)과 무려 13일이나 차이가 난다. 설 이후에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국정 소회를 나눌 수 있음에도 이 가능성조차 사라졌다. 대선 이후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까지 꾸려진 상태에서는 문 대통령 기자회견에 관심을 가질 국민들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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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귀성 계획도 취소···총리까지 “국민들, 설 모임 자제해야”

문 대통령은 나아가 중동에서 복귀한 직후 국민들에게 백신 접종과 설 연휴 이동 자제를 권고하기도 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4일 “오미크론 확산세가 매우 빨라 우세종이 됐고 단기간에 확진자가 폭증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준비해 온 오미크론 대응체계로 신속히 전환하고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새로운 검사체계와 동네 병·의원 중심 재택치료 등 정부의 오미크론 대응 내용과 계획을 충분히 국민들에게 알리고 의료기관과도 협력하길 바란다”며 “국민들께서도 백신 접종 참여와 마스크 착용, 설연휴 이동·모임 자제 등 오미크론 대응에 동참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김부겸 국무총리의 거듭된 호소로 이어졌다. 김 총리는 같은 날 대국민담화에서 “설 연휴를 안전하게 보내야만 오미크론과의 싸움에서 승기를 확보할 수 있다”며 “정말 송구스럽지만, 이번 설에도 모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설 연휴에 많은 사람이 지역 간에 활발히 이동하고 서로 만나게 된다면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지난해 추석만 해도 연휴가 끝나자마자 확진자 수가 38%나 급증한 일을 생생히 기억한다. 본인이나 연로하신 부모님께서 3차 접종을 마치지 못하셨다면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고향 방문을 피해 달라”고 역설했다.

김 총리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만3000명을 넘어선 26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 겸 안전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도 “설에는 가능하면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며 “특히 본인과 부모님 중 어느 한쪽이라도 3차 접종을 마치지 못한 경우에는 만남을 미뤄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재차 호소했다. 29일부터 방역의 최우선 목표를 확진자 관리가 아닌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감소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28일에도 중대본 회의에서 “고향 방문 등 이동을 가급적 자제해주실 것을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전국의 공직자, 공공기관 임직원부터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데 솔선수범해 달라”고 당부했다.

27일에는 박 수석이 문 대통령이 설 명절 이동 자제를 직접 솔선수범 한다는 사실도 알렸다. 문 대통령은 설 명절에 경남 양산에 가려던 귀성 계획을 취소하고 관저에 머물며 오미크론 변이 상황 대응에 집중하기로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설과 추석, 부모님 기일에도 휴가를 사용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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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잘하리라 믿는다...국민들 지나친 공포 경계해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서자 문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의 움직임도 다급해졌다. 재택근무에서 복귀한 문 대통령은 26일 오전 참모회의부터 열고 “오미크론 대응체계의 전국 확대와 관련한 준비를 빠르게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논의하고 준비해 왔으니 잘 하리라 믿는다”며 “동네병·의원 코로나 검사·치료체계도 처음 시행하는 것이니 초기에는 부족한 점도 있을 것이니 의료계와 잘 협의해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자가진단키트의 경우 초기에 단기간, 지역별 수급 불안 가능성도 있으니 이 부분을 잘 챙기라”며 “학교 방역관리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각료들이 참석하는 ‘오미크론 대응 점검회의’를 열고 “확진자 수가 폭증하는 상황이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오미크론 대응도 비교적 잘해 왔다”며 “본격적인 방역 성적표는 지금부터이고 K-방역 성과도 오미크론 대응에 달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최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만 국민들이 지나치게 공포에 빠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며 “오미크론에 대해 길게는 한달 전부터 준비했는데 그 진행 상황을 국민들에게 자세하고 자신 있게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병상 확보, 검사체계 전환, 고령층 3차 접종 집중, 먹는 치료제 세계에서 가장 빨리 확보 등을 우리 정부가 잘한 일로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오미크론 증가 속도에 따라 병상 확보는 여전히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소아 병상을 충분히 확충하도록 해야 한다”며 “신속항원검사를 위한 자가진단키트도 생산물량이 충분해 보이지만 일시적으로 수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자체 선별진료소 전달 등 수급체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초기에 세밀하게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무상지원도 검토하길 바란다”며 “검사 키트의 구매 비용을 낮추는 방안, 설 연휴 기간 방역·의료진 휴식 보장 및 사기 진작 방안 등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김 총리도 2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정부는 허둥대고 있지 않다”며 정부 방침이 오락가락한다는 일각의 비판에 반발했다. 김 총리는 “신속하게 변화하는 정부의 방역 대응에는 국민 여러분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며 “혼란스러워하지 마시고 함께 차근차근 대응해 나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28일에도 SNS에 “K방역이 오락가락한다든지 실패했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이는 2년 넘게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국민과 방역 당국·의료진의 노력을 폄훼하는 모진 말”이라며 “불신과 불안을 조장하는 자극적 언어로 방역을 흔들고 국민의 신뢰를 깨지는 말아 달라”고 발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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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순방단 확진···대통령 존재감, 가족 대화 변수 모두 줄어

오미크론 변이 창궐과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대응이 고작 40일 정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사가 됐다.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대선을 앞두고 현 정부가 마지막으로 국정 성과를 홍보할 수 있던 기회였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말이다. 또 직전 중동 3개국 순방 성과를 크게 알릴 수 있었던 계기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각종 조사에서 40%대에 안정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나온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이를 포기했다는 것은 마지막 신년 기자회견의 파급 효과가 작거나, 심지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정을 낳았다. 문 대통령이 오미크론 대응에 직접 뛰어들 여지는 작지만, 비상 방역 국면에서 기자회견으로 불필요한 잡음을 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도발 문제, 베이징 동계올림픽 불참 결정,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의 뒷배경 논란,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사퇴 논란, 여야 대선 후보 관련 입장 등은 문 대통령에게 모두 대답하기 부담스러운 사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민주화 이후로 문 대통령이 국민·언론과의 직접 소통을 가장 즐기지 않는 지도자라는 평가도 많다.

중동 순방단에 확진자가 발생한 점도 취소 사유로 추정됐다. 청와대는 언론과 야당이 강한 의심을 보이자 순방 과정에서 소수 인원이 감염됐음을 뒤늦게 인정했다. 다만 문 대통령 밀접 접촉 가능성과 재택 근무·기자회견 취소와의 연관성은 모두 부정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27일 구두 논평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차례 순방에서는 격리를 일절 하지 않다가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3일간의 자택 격리를 마쳤다”며 “청와대와 대통령은 자택 격리의 경위에 대해 국민께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청와대는 ‘상황이 엄중하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며 마지막이 될 신년 기자회견까지 취소했다”며 “실정으로 가득한 정권의 상징인 대통령을 최대한 등장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냐”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오미크론 확산으로 이번 설 명절에도 이동이 제한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명절 민심도 변수로서의 의미가 옅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 존재감, 가족 간 정치 의견 교환 등의 변수가 모두 약화되는 것이다.

다만 이 후보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은 현 대선 판세가 그대로 굳어지는 상황은 청와대에 여전히 고민거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설 이후부터 공식선거운동 기간 전까지 나타날 단일화 논의, 민심 변화 등에 따라 각 후보들은 물론 정부의 전략도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권 교체는 곧 ‘문재인 정부는 실패한 정부’로 해석될 수 있다. 당장은 오미크론 방역에서 성과를 내 ‘K-방역 신화’를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정도가 정권 재창출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으로 예상된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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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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