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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흔들리는 증시, 유로존이 대안 될까? 美 대비 저평가 EU...명품·금융株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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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증시가 흔들린다.

코스피지수는 1월 중순 들어 2900선이 무너졌다. 미국 S&P500지수도 연초 이후 1월 19일까지 5.5% 하락했다.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1월 5일(미국 현지 시간) 공개된 후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조기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의사록에는 연준이 앞서 예상한 시점보다 일찍 혹은 빠르게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연준이 보유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 긴축을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됐다.

글로벌 증시가 맥을 못 추자 투자자 고민은 깊어진다.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투자 대피처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증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매경이코노미

미국 금리 인상 가속화, 재정 긴축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힘을 못 쓴다. 전문가들은 유로존이 투자 대피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낸다. 사진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유럽중앙은행 건물. (유럽중앙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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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로존인가

▷ECB, “금리 인상 당분간 안 한다”

유로존으로 눈을 돌려보라는 조언이 나오는 첫 번째 이유는 통화 정책이다. 돈줄 죄기에 나선 미국과 달리 유럽중앙은행(ECB)은 아직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ECB 발표에 따르면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은 올해 3월 종료되지만 자산매입프로그램(APP)은 지속된다.

인플레이션 역시 아직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 뛰었다. 통계 산출을 시작한 1997년 이후 가장 높다. 물가가 큰 폭으로 뛰자 시장에서는 ECB가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ECB는 당분간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필립 레인 ECB 이사회 이사는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21년 말 물가 상승률이 높을 것이라는 것은 예견했다. 올해에는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재정 정책은 단기가 아니라 중단기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보다 지속적으로 높을 것이라는 징후는 감지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경기 회복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의견에도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유로존 경제는 반등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평을 받았다. 미국은 2021년 2분기 경제 규모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유로존은 3분기 기준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이동 통제 정책, 공급망 차질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그만큼 반등 여력이 크다는 뜻도 된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글로벌 주식 스트래티지스트)는 “유로존 소매 판매가 증가세다.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실업률이 소비력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로존 건설 경기도 반등하고 있다. 설비 투자 선행지표도 개선세다. 공급망 차질이 정점을 통과한다면 제조업 부활도 가시권에 들어올 수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러시아발 지정학적 위험 등이 예상하는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유로존 회복세가 돋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은행 역시 1월 11일 올해 유로존 GDP가 4.2%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 GDP 예상 성장률인 3.7%,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4.1%보다 높다.

“유럽 증시는 금융과 산업재, 필수 소비재 등의 비율이 높다. 성장주가 증시를 주도하는 장세에서는 주목받지 못하는 업종이다. 반대로 성장주 부진이 예상되는 국면에서는 관심을 모을 수 있다. 자산 배분 차원에서 투자를 고려해볼 만한 시점”이라는 육진수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이사 의견도 일리가 있다. 2020~2021년 가파르게 뛰며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는 미국 증시와 달리 유로존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적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기대감을 반영하듯 최근 유로존 증시는 양호한 움직임을 보인다. 유로존 대표 지수 유로스톡스50은 1월 19일 기준 1개월간 3.92% 뛰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0.77%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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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ETF로 손쉽게 투자

▷피델리티 유럽 3년 수익률 54%

유로존에 투자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펀드나 ETF를 통해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 중인 설정액 10억원 이상 유럽 주식형 펀드는 최근 1개월간 수익률 2.84%를 기록했다(1월 17일 기준).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가장 인기 많은 해외 투자 지역인 북미 주식형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3.38%)을 낸 것과 대비된다. 국내 주식형 펀드(-1.63%)와 비교해도 나은 성적표다.

개별 상품을 보면 ‘TIGER 유로스탁스 배당30’ ‘우리G 알리안츠 유럽배당’ ‘한화유럽대표’가 최근 성과가 좋다. 각각 1개월 수익률 6.94%, 6.17%, 5.36%를 기록했다. ‘TIGER 유로스탁스 배당30은 ‘Euro Stoxx Select Dividend 30 Index’가 기초지수인 ETF다. 프랑스, 독일 등 유로존 국가에 상장된 주식 중 배당률이 높은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1월 18일 기준 네덜란드 금융 기업 NN그룹, 프랑스 보험사 악사, 벨기에 통신사 프록시무스 등이 포트폴리오 내 비율이 높다. 우리G 알리안츠 유럽배당도 유럽에 상장한 배당주가 주요 투자 대상이다. 한화유럽대표는 유로존 19개국을 넘어서 유럽연합 전체에 투자한다.

‘피델리티 유럽’ ‘KB스타 유로 인덱스’ ‘KB 유럽 셀렉션’은 장기 투자자에게 쏠쏠한 수익을 안겼다. 피델리티 유럽은 3년 수익률 54.23%를 기록했다. 5년 수익률은 무려 76.96%다. 시가총액이 10억~100억유로인 중형주 중 저평가된 기업을 주로 담는다. KB스타 유로 인덱스는 유로스톡스50지수를 따른다. KB 유럽 셀렉션은 경기에 민감하지 않고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 인수합병(M&A) 등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이슈가 있는 기업을 주로 편입한다. 3년 수익률은 KB스타 유로 인덱스 53.39%, KB 유럽 셀렉션 41.44%다.

▶은행 업종, 실적 대비 주가 낮아

▷‘세계 1등’ 명품도 상승세 기대

투자 성향이 공격적이라면 주식 직접 투자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용하는 증권사, 투자 국가에 따라 온라인 매매가 안 되고 오프라인 주문만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유로존 증시에서 눈여겨볼 만한 분야로는 명품 산업이 거론된다. 명품은 유럽이 글로벌 선두 주자 지위를 보유한 시장이다. 루이비통, 크리스찬디올, 불가리 등을 판매하는 프랑스 LVMH, 에르메스, 구찌와 보테가베네타 등을 보유한 케링을 비롯한 대표 명품 기업 대다수가 유로존 증시에 상장됐다. 전망도 좋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는 “2021년 주요 명품 기업 이자·세전이익률은 21%로 추산된다. 전년도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 2025년까지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본다.

금융 업종도 상승세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동희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팀장은 “주요국 통화 정책 정상화에 따른 채권금리 상승세가 은행 업종 수익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역사적으로 매우 낮고 배당수익률이 높다는 점, 자사주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ING그룹, BNP파리바, 크레디아그리콜 등 유로존 주요 금융주 주가는 최근 1개월간 10% 이상 뛰었다(1월 19일 기준).

산업재 역시 예의 주시할 만한 섹터로 언급된다.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027년까지 사회기반시설과 디지털 인프라 구축, 기후 사업 등에 3000억유로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4호·설합본호 (2022.01.26~2022.02.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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