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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거래절벽에 꽁꽁 언 시장… 영끌·빚투서 분위기 급반전 [뉴스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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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부동산 시장 주요 변수는

정치 이벤트·대출규제 등 이슈 산적

매매수급지수 하락… 눈치 보기 지속

주택 연구기관들은 상승 쪽에 무게

대선·지방선거 결과 따라 정책 주목

재개발·재건축發 집값 상승 가능성

코로나 지속·금리 인상 등도 변수

공급확대 실현까지는 상당한 시일

수도권 공급량은 수요 못 따라가

전셋값 불안 잠복… 하반기 악영향

세계일보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단지 모습. 이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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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부동산 시장은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등의 신조어가 널리 퍼지며 주택 매매 건수가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던 2020년 여름과는 정반대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이 극심한 거래절벽에 빠졌다. 지난해 14.97%로 2002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집값 상승률(KB국민은행 시계열 통계 기준)도 최근 상승폭이 꾸준히 줄어들며 조만간 변곡점을 맞닥뜨릴 상황이다. 그럼에도 올 한 해 부동산 시장 전체 방향을 두고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관측이 나온다. 오는 3월 대통령 선거와 6월 지방선거 같은 정치 이벤트를 비롯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와 기준금리 변동, 대출 규제 영향 등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충격파를 줄 변수들이 산적해 있어서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집값 변동의 선행지표로 알려진 거래량, 매매수급지수 등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4만2219건으로 2012년(4만1079건)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1월 5796건으로 6000건에 육박했던 거래량이 11월에는 1000건대까지 급감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급 수준을 지수화한 매매수급지수의 경우 이달 셋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 수치가 91.2까지 떨어지며 2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찍었다. 매매수급지수는 100 아래로 떨어질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고, 대중들의 인식도 집값 하락설에 조금씩 힘이 실리는 기류다. 세계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에 ‘현재보다 오를 것’이란 응답은 24.9%에 그친 반면 ‘현재와 비슷할 것’과 ‘현재보다 내릴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34.8%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각종 주택 관련 연구기관은 올해도 집값은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올해 전국 집값 상승률 예상치를 5.0%로 제시했고, 주택산업연구원과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각각 2.5%와 2.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뿐 아니라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도 올해 집값이 수도권은 5.1%, 지방은 3.5%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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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이 분분한 배경에는 불과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변수가 있다. 여야 대선후보 대부분 주택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부동산 세제를 비롯한 규제 분야에 대해선 상당한 시각차가 있다.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가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걷는 토지이익배당급제와 개발이익 국민환원제 등 부동산 투기 근절과 공공성 확보에 초점을 맞춘 반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대출 규제 완화 등 규제 폐지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 등이 이슈로 부각될 경우 수도권 구축 아파트 단지나 빌라 등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선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부동산 개발 방식이나 세금 정책 전반이 좌우되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가장 큰 변수로 볼 것”이라며 “6월 지방선거와 맞물려 재개발·재건축 정책도 달라질 수 있고, 보유세 완화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여부 등에 따라 시장에 매물이 얼마나 풀리는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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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확산세와 기준금리 변동도 집값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20년과 지난해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여파로 시중에 막대한 자금이 풀렸고, 부동산 시장은 유동성을 단시간에 빨아들이면서 강세장을 유지한 측면이 있다. 향후 세계 각국의 금융당국은 단계적으로 유동성 관리에 나서면서 기존의 저금리 기조를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올라가면 부동산 시장의 자금과 투자 수요가 빠져나가면서 집값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나 경기회복 상황에 따라 유동성 회복과 금리인상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만큼 하락 전환 시점을 예단하긴 어렵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은 채무 상환 부담을 증가시키고 수요자의 위험 선호 약화로 이어져 결국 부동산 구매수요 관망과 거래량 감소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대출 규제까지 맞물리면서 당분간 부동산 구입심리가 제약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수급불균형과 전세시장 변수도 남아 있다. 정부가 공급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긴 하지만, 3기 신도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데다 신규 주택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의 공급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R114가 집계한 올해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은 31만4303가구로, 지난해 대비 10.3% 늘었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에는 오히려 35.8% 줄어든 2만520가구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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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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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시장 불안이 계속되면 집값 안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0년 7월 말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기존 세입자 중 상당수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연장한 2년의 추가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매물이 신규로 전세시장이 풀릴 예정이다.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에서 보증금을 대폭 올릴 경우 급등한 전셋값이 주택 매매가격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서울에서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 물량이 감소하면서 가격도 강세를 유지했다”며 “올해 들어 안정을 찾고 있긴 하지만,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이후 체결되는 신규 계약부터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하반기에 전세 불안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vs 정책 실패… 엇갈린 진단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30여 차례 부동산 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당초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사실상 실패했다. 집값 상승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워낙 많은 탓에 정부가 당초 의도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시장이 흘러가는 경우가 잦았던 결과다. 현 정부 들어 집값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에 대해서도 개별 연구에 따라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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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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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주택 관련 연구기관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집값 변동을 좌우한 가장 큰 변수로는 금리설과 수급불균형설이 맞붙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금리를 비롯한 글로벌 경기상황과 유동성 등 대외적인 원인에 무게를 싣는 반면, 민간 연구기관은 수요 억제에만 중점을 둔 규제 위주의 정부 정책이 수급조절 실패를 불러일으키면서 주택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국토연구원은 지난달 발행한 ‘주택가격 변동영향 요인과 기여도 분석’ 보고서를 통해 현 정부 들어 집값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을 금리로 꼽았다.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한국부동산원 지수를 분석해 집값 상승에 대한 기여도를 측정한 결과, 실질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가 46.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전월 주택가격(26.4%), 실질 제조업 생산지수(24.1%), 전체 주택 준공물량(2.1%), 세대수(0.7%) 등의 변수가 차례로 영향을 미쳤다. 민간 통계인 KB 지수에 대한 분석 결과에서도 실질 CD 금리가 49.8%로, 집값 상승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공급부족 요인(준공물량)이나 1인가구 증가(세대수) 등 수요 증가 요인은 금리 요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에 기여한 수준이 높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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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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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은 지난해 9월에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이 언론 보도 탓이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2017년 이후 서울에서 최고가 경신과 관련한 언론 보도가 증가하면서 부동산 기대심리를 부추겨 집값이 상승했다는 취지다.

민간 연구기관인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달 14일 ‘주택시장 전망’ 발표회에서 정부의 정책 실패가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 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부의 잘못된 수요·공급 예측 방식으로 주택 매매·전세시장 모두 공급부족이 지속되면서 필연적으로 가격 상승이 뒤따랐다는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주택가격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금리 변화나 경제성장률보다도 수급지수가 집값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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