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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만남’ 원하는 부모…쉬고싶은 자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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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명절’ 꿈꾸는 젊은 세대

전문가 “부모는 여유를, 자식은 솔직하게 말해야”

동아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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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오면 서운…명절인데 모여서 밥 한 끼 먹어야지”
“언제든지 볼 수 있는데…꼭 명절까지 봐야하나”


올해도 어김없이 민족 대명절 설을 앞두고 부모 세대와 결혼한 자식 세대의 ‘연휴 갈등’이 일었다. 명절에는 무조건 가족들과 식사라도 해야 한다는 부모들과, 조용히 쉬고싶은 자녀들의 입장이 충돌한 탓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명절 모임 규모가 다소 축소됐음에도 세대간의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를 20여일 앞두고 커뮤니티 게시판과 맘카페 등에는 연휴 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뜨거운 주제다. 한 회원이 “이번에 시가와 친정에 다들 가실 예정이냐”는 질문을 던지면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다” “가까이 살아서 자주 보는데 명절까지 봐야하냐” 등 며느리들의 토로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명절이 곤혹스러운 것은 남성들도 마찬가지다. 한 기혼 남성은 고민 상담 카페에 “아내가 우리집(시가)에서 음식 만드는 게 부당하다고 해서 (내가) 전 부치기, 설거지 등을 한다. 차라리 회사에 가는 편이 낫겠다”고 토로했다. 또 주말 포함 5일의 연휴 기간에 양가를 오가면, 실질적으로 쉴 시간은 없다는 불만도 많다.

실제로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성인남녀 30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명절 스트레스 여부’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7.3%가 ‘(코로나 이후)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답했다. 정부에서 연휴 기간 만남 자제를 권고해 가족과 친지 등과 왕래가 줄어든 것이 되레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답을 낸 것이다.

반면 부모 세대에서는 명절에 오지 않겠다는 자녀들의 연락이 달가울 리 없다. 경기 지역 한 맘카페에는 “아들·며느리가 이번에는 오지 않고 집에서 쉬겠다고 하더라. 와서 밥 한 끼 먹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이냐”고 씁쓸해했다. 또다른 회원도 “차례까지 다 없앴는데 대체 뭐가 힘들어서 안 온다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설캉스 늘어났지만…‘부모 동행’ 여부 두고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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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앞두고 귀성보다 ‘휴식’을 택한 이들도 많다. 숙박 플랫폼 ‘여기어때’에 따르면 설 연휴인 이달 2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호텔에 2박 이상 묵는 연박 상품 예약 건수는 지난해 대비 11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자 대규모 가족 모임이 아닌 조촐한 가족 여행을 택한 ‘설캉스’(설날과 바캉스를 합친 신조어)족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행 아닌 여행이 된 이들은 불편함을 토로했다. 서울의 한 맘카페 회원은 “연휴에 차례를 안 지내고 시부모와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벌써부터 숨이 막힌다”고 했다. 모름지기 여행이란 ‘힐링’을 위해 떠나는 것이지만, 시가 식구와 함께 떠나며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없게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정부가 설 연휴를 앞두고 사적 모임 제한 인원을 4인에서 6인으로 완화한 것이 ‘갈등의 씨앗’이 된 집안도 있다. 맘카페 한 회원은 “연휴에 4명만 모일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에 시부모가 오지말라고 해서 급하게 여행 계획을 잡았는데 6명까지 만날 수 있게 되자 같이 여행 가자고 하시더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돈 쓰면서 쉴 수 없게 된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한국가족상담연구소 김선영 소장은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명절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부부가 각자의 부모에게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것을 조언했다. “불편하더라도 아들은 본가에, 딸은 친정에 당당하게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는 편이 좋다”고 했다. 또 부모 세대에는 “먼저 자식에게 오지말 것을 얘기해주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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