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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농민에 은퇴 권유?... 윤석열, 농촌을 붕괴시킬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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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이 본 대선후보 농업공약 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농지이양은퇴 직불금'

저는 군청소재지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조차 없는 산골에 귀농해 22년째 친환경 인증을 받고 농사를 짓고 있는 농사꾼입니다. 2006년엔 농림부장관으로부터 신지식농업인장을 받았고, 농업인 정보화능력 경진대회에 참가해 농촌진흥청장으로부터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나름 성공한 농사꾼입니다.

넓게는 1만5000평(약 4만9500㎡)을 경작하기도 했으나, 두 차례의 암 수술과 두 차례의 시술로 건강이 안 좋아진 후로는 8000평(2만6400㎡)의 밭을 임차해 농사짓는 순수임차농(純粹賃借農)입니다. 2020년까지는 '경작사실 확인서'만으로 직불금을 받았지만, 지난해부터는 농업경영체등록 시 농지임대차계약서를 필수 제출서류로 하겠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침에 의해 직불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마을 이장(里長)이기도 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들이 각종 공약을 발표하는 가운데 지난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농업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농사꾼의 입장에서 대선후보들의 농업공약을 평가하고자 합니다. 이번 기사에선 윤석열 후보의 공약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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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 농업공약 보도자료. ⓒ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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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식량안보와 기후변화를 책임지는 국가기간산업이자 미래성장산업이다.
농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대폭 늘려 농업인에게는 안정적인 소득과 행복한 삶을,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게 하겠다."

위와 같은 말로 시작한 윤석열 후보의 농업 공약의 핵심은 '청년농직불금, 식량안보직불금, 탄소중립직불금, 조건불리지역직불금, 고령중소농 농지이양은퇴직불금 등 다양한 선택형 직불 프로그램을 도입해 농업직불금을 현재 2조5000억 원에서 5조 원으로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0년 이상 2ha(6000평) 이하의 농지에서 농사를 지어온 70세 이상 고령중소농이 농지은행에 농지를 매도·장기임대할 경우 '농지이양은퇴 직불금'을 도입해 월 50만 원씩 최대 10년간 지원하겠다는 공약입니다.

국민의힘은 "영농에서 은퇴하고자 하는 고령중소농의 생활안정을 꾀하고 예비 청년농업인의 농지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국민의힘에 따르면 은퇴 후에도 자급을 위해 1000㎡(0.1헥타르) 이하의 농지는 경작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합니다.

이미 2020년부터 공익직불제로 흡수돼 사라진 조건불리지역직불금을 부활시키고, 현재 실시되고 있는 농지연금제도의 문제를 개선해 농지연금이 아닌 농민연금을 도입하는 대신 농촌과 농민의 삶을 파괴할 '농지이양은퇴 직불금' 도입을 자랑스럽게 공약으로 내건 것입니다.

저는 기자회견장 현장 영상을 보면서 윤석열 후보가 농업·농촌의 가치도, 농민의 현실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 은퇴 후 요양원 갈 수 있는 여건"... 국민의힘이 못 본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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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환경·농업 공약 발표 당시 모습. 윤 후보 옆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는 한두봉 고려대학교 교수.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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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부문은 사회복지 사각지대입니다. 4대보험이 없습니다. 국민연금 가입률이 35%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나이가 아흔이 돼서도 농사를 지어야 하는 환경을 후보님께서 해결하고자 농지이양은퇴 직불금을 마련했습니다. 이제는 그분들이 은퇴해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가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일반론적인 대답을 한 윤 후보의 옆에서 '농지이양은퇴 직불금' 공약의 구체적인 의미를 설명한 한두봉 고려대학교 교수의 답변 중 일부입니다.

그런데 현황은 어떨까요. 대한민국의 농가 연령분포 등을 살펴본다면 쉽게 "이젠 그분들이 은퇴해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갈 수 있는 여건"을 운운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통계청의 2019년 농림어업조사 결과 발표를 보겠습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전국의 농가 경영주(100만7158가구) 중 70세 이상은 전체 농가의 45.82%인 46만1531가구입니다. 그중 2헥타르(ha) 미만 농지를 경작하는 경영주는 42만2189가구로 전체 농가 경영주의 41.91%를 차지합니다. 70세 이상 중 91.47%가 2헥타르 미만을 경작합니다.

'65세 이상'은 전체 농가의 61.97%(62만4179가구)를 차지합니다. 이중 2헥타르 미만의 농지를 경작하는 경영주는 55만9230가구입니다. 전체 농가의 55.52%, 65세 이상 경영주 중 89.59%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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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청, 2019 농림어업조사, 경영주연령별농가.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1EA1019&conn_path=I3 ⓒ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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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농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상에게 적용할 유력 대선후보의 공약 치고는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만약 윤석열 후보가 당선돼 농업 공약이 실행이 옮겨진다면 그의 임기 내에 전체 농가의 절반에 가까운, 42만(2022년 70세 이상)에서 최대 55만(2027년 70세 도래) 가구의 경영주가 '농지이양은퇴 직불금'의 대상이 됩니다.

전체 농가의 절반에게 '직불금을 줄 테니 요양원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국민의힘 스스로 말하는 '튼튼한 농업, 활기찬 농업, 잘사는 농업'에 부합하는 일일까요? 그리고 고령의 중소농민이 이 정책을 얼마나 반겨해 참여할까요?

농사꾼인 저는 농업·농촌의 가치를 파괴하고, 농민의 노동과 삶을 무시하는 공약으로 평가합니다. '직불제'는 복지 차원의 지원이 아니라 이미 농민이 노동으로 실현한 가치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농민이 실현한 가치의 규모가 궁금하다면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농업과학기술원이 발표한 보고서 <농업의 다원적 기능 평가 - 연구성과 및 적용>을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아래 표를 보면 구체적 수치가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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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적 공익기능의 변화, <농업의 다원적 기능 평가 - 연구성과 및 적용>에서 인용. ⓒ 농업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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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적 공익기능의 경제적 가치 변화, <농업의 다원적 기능 평가 - 연구성과 및 적용>에서 인용. ⓒ 농업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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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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