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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재래시장 설 대목에도 한숨 "코로나에 지갑도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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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강주희·박성준 기자 = 설 연휴를 앞둔 28일과 29일 이틀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은 장을 보려는 사람과 상인 등으로 북적였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식재료들이 빼곡히 정리된 가판대 위로 상인들의 흥정소리가 울려 퍼졌고 제수용품을 사려는 시민들이 손이 바삐 움직였다.

언뜻 대목을 맞은 시장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년 명절보다 인파가 줄어든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변이인 오미크론까지 빠르게 확산되면서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도 우울한 대목을 맞았다.

이 곳에서 20년간 수산물 가게를 운영해 온 김모(62) 씨는 "명절 때면 도깨비시장이 됐는데 지금은 아니지 않냐"며 "옛날과 비교하면 매출이 절반에도 못 미치니 장사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토로했다. 코로나 이전과 같은 매출은 기대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김 씨는 차례상에 올라가는 참고기, 민어, 부세 등을 보기좋게 매대 중앙에 올려놨다. 동대포를 담은 박스와 말린 아귀, 명태포도 가게 한 켠에 놓여있었지만 찾는 손님은 드물었다. 김 씨는 "생선은 생물이라 명절 당일에 차는 사람이 있다"면서도 "안 팔리면 폐기처분이니 손해가 늘까 걱정된다"고 했다.

남대문 그릇도매상가 C동에서 주방용품을 파는 최모(48) 씨도 코로나에 닫힌 소비심리가 아쉽긴 마찬가지다. 최 씨는 "지나가는 사람은 많아 보여도 그냥 보고 지나간다"라며 "여기에서 장사한 지 15년, 20년이 넘는데 손님들한테 들어와서 한 번 보시라고 말하는 것도 이제는 민망할 정도"라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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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시민들이 제수용품을 구매하고 있다. 2022.01.28 filte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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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영동전통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시장 입구의 '설 명절 이벤트 할인행사'라고 적힌 현수막이 무색할 만큼 명절 대목과 거리가 먼 분위기였다.

길목을 따라 길게 늘어진 영세점포 매대에는 곶감, 인삼, 한과 등이 진열됐지만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명절 선물세트나 과일바구니를 내놓은 과일 가게는 손에 꼽힐 정도였고, 골목 안쪽에 있는 일부 점포들은 '임대문의'라고 적힌 안내문을 붙여놓거나 일찌감치 문을 닫기도 했다.

떡집 장사를 하는 이모(55) 씨는 명절 분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며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명절 특수 같은 건 없고 오히려 손님이 더 안 온다"며 "지금은 아예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씨의 말처럼 이날 시장을 찾은 손님의 발길은 뜸했다.

인쇄소 직원 박모(49) 씨는 "몇 년 전만 해도 명절이면 손님이 북적였는데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코로나까지 겹쳐 보시다시피 텅 비어있는 상황"이라며 "전체적으로 소비가 줄었고 온라인 주문이 많아 시장에는 손님이 더 없다"고 전했다.

영동전통시장에서 20여 분 거리에 떨어진 강남시장 상인들 역시 "명절 특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방앗간을 운영하는 조모(55) 씨는 "원래 명절 특수가 크게 있는 건 아니지만 이번 설은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다"며 "예전엔 여기가 시장이었는데 지금은 다 밥 먹으러 오는 사람뿐"이라고 털어놨다.

반면 소비자들은 코로나로 껑충 뛴 물가에 지갑 열기가 무섭다는 반응이다. 연휴를 앞두고 사야할 물건은 많은데 갑자기 오른 장바구니 물가에 구매가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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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강남구 영동전통시장 점포 매대에 제수용품이 진열돼 있다.2022.01.28 parksj@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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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공덕시장에서 만나 강희선(45) 씨는 "재래시장이 마트보다 더 저렴한 것 같아서 나왔는데 (마트보다) 더 비싼 것도 있다"면서 "연휴니깐 시장도 더 올려서 팔지 않겠냐. 안 오른 게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박선영(52) 씨는 "뉴스에서는 물가가 안 올랐다고 하는데 뭐가 안 오른지 모르겠다"며 "고추장, 된장도 다 올랐고 동네시장 물가도 다 오른 마당"이라고 쏘아붙였다.

국민이 느끼는 체감 물가와 다르게 정부는 연이틀 '물가 하락'을 강조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관계장관회의에서 "물가는 1월 설 성수품 가격이 공급확대 등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설 성수품 가격이 추가 하락할 수 있도록 공급확대, 할인행사 등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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