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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킹메이커' 설경구, 누군가의 뮤즈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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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뮤즈가 되는 것은 성장과 신뢰를 동반한다. 변성현 감독의 뮤즈가 된 배우 설경구는 요즘, 다시 성장하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 감독을 향한 믿음을 밑거름으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데 두렵지 않다.

'킹메이커'(감독 변성현)는 독재를 타파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과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의 이야기다. 설경구는 故(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삼은 김운범을 연기했다. 김운범은 독재를 타파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선거판의 여우라 불리는 서창대와 만나 대선 후보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설경구가 '킹메이커'에 출연한 결정적인 이유는 변성현 감독이었다. 앞서 설경구는 변성현 감독의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에 출연해 일명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수식을 얻을 정도로 인기를 끌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불한당' 촬영 중 '킹메이커' 시나리오를 받았다는 설경구는 평소 좋아하지 않았던 정치 이야기에 끌리지 않았다. 그러나 변성현 감독의 정치 이야기라면 다를 것이라는 강한 믿음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은 설경구는 김운범보다 서창대 역에 더 매력을 느꼈다. 김운범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삼은 인물인 만큼 부담이 컸고, 단순하게 겁도 났다. 오히려 서창대의 모티브인 엄창록은 알려진 바가 없어, 운신의 폭이 넓은 쪽을 선택하고 싶었다.

"김운범은 외로운 캐릭터예요. 뭔가 같이 하는 것 같고,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는 것 같지만 리액션이 위주죠. 연설하는 장면 빼고는 자신의 주장을 강렬하게 펼치지도 않아요. 이런 점에서 운신의 폭이 좁고, 입체적이지 않다고 느꼈어요. 실존 인물에 대한 부담감이 더해져 피하고 싶었는데, 변 감독의 마음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더라고요. '그냥 해야 된다'고 해서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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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운범 역을 맡게 된 설경구의 숙제는 실존 인물과 캐릭터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거였다. 초기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김운범이라는 이름 대신, 김대중의 이름이 그대로 쓰였다. 설경구는 캐릭터 이름이 김대중이었으면, 자칫 연기가 모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변경을 제안했다.

"실존 인물을 아예 무시할 수 없고, 그렇다고 성대모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어요. 중간 지점에서 계속 충돌하면서 캐릭터를 만들 수밖에 없었죠. 처음에는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한다는 설정이 있어서 열심히 배웠는데, 사투리가 진하면 지역 정치인의 한계에 부딪힐 것 같아서 결국 걷어내기로 했어요. 이것도 아예 다 걷어낸 건 아니고, 어느 정도 남기는 걸로 타협하게 된 거예요."

김운범의 캐릭터를 잡은 설경구는 이선균과의 호흡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케미를 보여주기 위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잘 맞았다는 설경구와 이선균. 말하지 않아도 통했던 건 서로를 향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이들이 서로를 믿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오랜 인연 덕이었다.

"아주 오래전 제가 연극하던 시절이었어요. 그때 한창 포스터를 붙이고 있었는데, 연극원 학생이었던 이선균이 저를 봤다고 하더라고요. 제 공연인 '지하철 1호선'도 원년 때 봤고요. 전 공연 뒤풀이에서 이선균을 처음으로 봤어요. 이선균은 워낙 주변 배우들 사이에서 좋은 사람으로 유명해요. 이선균을 욕하는 사람을 못 봤을 정도니까요. 쿨하고 흔들림 없으며 자기 자리를 딱 지키는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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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에 이어 '킹메이커', 그리고 차기작인 '길복순'까지. '변성현 감독의 뮤즈'라고 불리는 설경구는 벌써 세 번째로 변 감독과 함께하고 있다. 설경구는 기본적으로 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고, 그와 함께 있으면 성장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나이에도 성장하더라고요. '불한당' 다르고, '킹메이커' 다르고, 지금 찍고 있는 '길복순'이 또 달라요. 변 감독의 작품은 어떻게 나올지 늘 궁금한 마음이 있는데, 이런 마음 때문에 계속 같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행히 변 감독도 저한테 계속 '같이 하자'고 하고요. '길복순' 속 제 역할은 크지 않지만, 분명 저의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변 감독이 있기 전, 설경구는 신인 시절 이창동 감독의 뮤즈였다. 이 감독과 영화 '박하사탕', '오아시스'를 찍으면서 충무로에 존재감을 나타낸 설경구다. 이 감독이 사실주의라면, 변 감독은 만화 같은 매력이 있다. 설경구는 이 감독에게 받은 사실주의 표현법이 변 감독의 독특한 만화적 표현법으로 바뀌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이창동 감독님은 다큐와 창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시는 분이에요. 그런 분이 제 신인 시절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거죠. 그래서 전 모든 걸 사실적으로 풀려고 했어요. 그런데 변 감독은 영화적으로 풀더라고요. 변 감독을 이해하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그러다가 '이런 재미도 있구나'를 처음 느낀 거예요. 영화에 대한 이해의 폭도 함께 넓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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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범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도 정도를 걸으려고 노력한다. 때문에 결과보다 과정을 우선으로 하는 서창대와의 갈등은 필연적이었다. 설경구도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한다고.

"직업적으로도 그렇고 작업할 때 과정들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결과를 떠나서 과정이 즐거웠던 작품들이 만족도가 높더라고요. 결과가 나오려면 어쨌든 과정이 있는 거잖아요. 전 제가 맡은 작품을 어떻게든 해내고 싶어요. 거창하진 않지만 신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를 위해선 과정이 중요하죠."

'킹메이커'는 '올바른 목적을 위해 올바르지 않은 수단이 정당할 수 있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설경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실천하며 살고 있고, 일상의 삶을 살고 있기에 올바르지 않는 수단은 없다"고 말했다. 순수함의 극치인 영화 현장은 올바른 목적과 올바른 수단이 동시에 일어나는 곳이라 그저 행복할 뿐이다.

현혜선 기자 sunsh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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