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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설날의 맛, 셰프의 킥(Kick) [설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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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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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한식대첩>, MBN <알토란>, EBS <최고의 요리비결> 등 국내 요리 관련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인 한식 요리 연구가부터 본업보다 요리 솜씨로 잘 알려진 가정식 장인까지 5인의 전문가가 소소하지만 특별한 명절 요리팁을 공유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이보은, 임성근, 김영빈, 정종철, 심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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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돌아오는 명절, 매번 같은 레시피의 음식이 차려진다. 볶아먹고 비벼먹고 섞어 끓여야 그 끝이 보이는 명절 잔반 처리는 더 이상 풍요로운 날의 상징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 세대 이상 똬리를 틀 듯 집안에 자리 잡은 명절 음식 루틴은 쉽게 바꾸기 어려운 법이다. 익숙한 것이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

한식업계 요리 장인들의 명절 주방을 살짝 엿봤다. 그들이 제안하는 작은 팁과 특제 레시피가 올해는 확 달라진 ‘명절의 맛’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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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국물의 떡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떡국과 만두를 미리 삶거나 쪄서 육수에 넣는 것이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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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순·정나겸 모녀 요리연구가의 떡국 “떡, 따로 삶아 넣는 게 포인트”

우리집은 떡국을 끓일 때 맹물에 한 번 삶은 떡을 넣는다. 그러면 1차적으로 전분이 제거되면서 떡국을 끓여놔도 국물이 맑고 깨끗하다. 혹시 떡이 풀어지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쫄깃한 쌀떡은 두 번 끓여도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

만두피는 번거롭지만 집에서 직접 빚는 것이 우리 집안 철칙이다. 시판용 냉동 만두피보다 월등히 맛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얄팍하게 피를 빚어 만두를 만들면 정말 맛있다.

만둣국을 끓일 때도 떡과 마찬가지로 밀가루 전분 탓에 국물이 걸쭉하고 탁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쪄낸 만두를 끓는 육수에 넣는다. 그렇게 하면 만두가 쉽게 깨지지 않아 깨끗한 만둣국을 만들 수 있다.

육수는 어떻게 끓일까? 질 좋은 고기를 사용하면 별다른 팁 없이 어떻게 끓여도 맛있는 국물이 완성된다. 단, 우리집 비법은 국물 간을 맞출 때 다양한 염분을 섞어 감칠맛을 내는 것이다. 굵은소금, 가는소금, 집간장, 양조간장 최소 4가지 염분을 섞는다. 액젓은 쿰쿰한 맛을 내기 때문에 떡국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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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찜을 위해 고기를 연육할 때는 과육보다는 즙만 넣으면 더 연하고 단맛이 잘 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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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은 요리연구가의 갈비찜 “연육할 때 ‘즙’만 넣고, 파인애플은 적당히”

갈비찜은 원재료인 갈비를 깨끗이 씻는 것이 첫 번째 원칙이다. 정육점에서는 기계로 뼈를 자르기 때문에 살집 부분에 미세한 뼛가루들이 남아 있을 수 있어 비벼가며 씻어내야 한다. 핏물빼기도 중요하다. 물에 너무 오래 담그면 육즙이 빠져나오고, 짧게 담그면 핏물이 그대로 고여 있어 잡내가 남는다. 고기를 물에 담근 후 15분마다 한 번씩 핏물의 상태를 봐가며 물을 갈아준다.

이제 손질한 갈빗살을 부드럽게 할 차례다. 대부분 가정에서는 사과, 배, 양파 등을 갈아 넣지만 과육을 면보자기에 짜서 즙만 넣으면 고기가 더 연해지고 단맛이 잘 밴다. 파인애플은 고기 단백질을 분해하기 때문에 많이 넣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갈비 4㎏(4인 가족 기준)에 배, 사과, 양파 하나씩만 즙을 짜 넣으면 충분하다. 이렇게 30분 연육 작용을 거치고 난 후 간장 양념을 더하는 것이 정석이다. 한꺼번에 다 넣으면 간장이 연육 작용을 방해할 수 있다.

갈비는 센 불에 3분 정도 익힌 다음 중간불로 10분 익히면 고기에 간이 배어 얼추 익는다. 이때 꾸밈 채소인 무, 당근, 밤을 넣는다. 이 채소들은 모서리를 다듬어 넣는다. 뚜껑을 닫고 30분 푹 익힌 후, 마지막으로 뚜껑을 열고 국물을 끼얹어가며 센 불에 익히면 윤기 나는 맛깔스러운 갈비찜이 완성된다. 다소 귀찮고 시간이 걸리지만 갈비찜은 정성이 들어가는 만큼 맛이 있어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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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생선은 상온 해동보다 소금물에 넣어 녹이면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전을 부칠 때 달걀물에는 소금을 넣지 않는 것이 깔끔한 전 부치기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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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한식조리장의 전 “전 부칠 땐 달걀물에 소금 넣지 마세요”

생선전은 해동이 중요하다. 보통 냉동된 생선포에 소금과 후추를 뿌린 후 상온에서 해동하는데 그러면 전에서 비린내가 난다. 해동할 생선포를 소금과 맛술(물 두 컵 기준, 소금 ½큰술, 맛술 4큰술)을 넣은 30도 미지근한 물에 담근다. 그러면 생선 본연의 수분기가 싹 빠지면서 소금 간이 배고 맛술의 감칠맛이 나쁜 냄새를 잡아준다. 해동된 포는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한 후 후추를 뿌리고 밀가루와 달걀물을 살짝 입혀 지진다.

동그랑땡이나 전을 부칠 때 달걀물은 필수다. 간을 맞춘다고 달걀물에 소금을 넣기도 하는데 그러면 달걀이 삭아버려 재료에 달걀옷이 잘 묻지 않는다. 얇게 부쳐야 하는 달걀지단엔 소금을 넣지만, 전을 부칠 때는 원재료에만 간을 한다. 이번 설에는 달걀 없이도 고소하게 부칠 수 있는 ‘녹두 애호박전’을 해보는 건 어떨까.

▶‘겉바속촉’ 녹두 애호박전

재료: 애호박, 녹두(겉피 벗긴 것도, 안 벗긴 것도 좋다. 색에 차이가 날 뿐 맛은 좌우되지 않는다), 밀가루, 소금 약간, 식용유

1 두툼하게 썬 애호박을 소금 간 한 물에 데쳐 식힌 뒤 밀가루를 살짝 묻혀둔다.

2 녹두는 물에 불린 후 믹서로 곱게 간다. 달걀물 정도로 농도를 맞춘 녹두에 소금 간을 한다.

3 애호박에 달걀물 대신 전분 덩어리인 녹두 간 것을 묻혀 팬에 지지면 ‘겉바속촉’ 애호박전이 완성된다. 달걀물에 부친 전보다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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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나물이 빠지면 왠지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옥주부가 간단하고 빠르게 만드는 나물 반찬 레시피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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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부’ 정종철의 삼색나물·제육볶음 “기름진 명절, 톡 쏘는 매운맛”

명절 간소화 식단으로 삼색나물이 필수는 아니지만, 기름진 명절상에 영양 밸런스를 맞춰주는 것이 나물 반찬이다. 사실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나물 만큼 간단한 음식도 없다. 도라지는 소금과 설탕을 버무린 후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데친다. 팬에 식용유와 들기름을 섞어 두른 후 소금, 설탕, 간 마늘을 넣고 2~3분 볶으면 완성된다. 고사리는 국간장과 맛소금으로 무친 뒤 팬에 볶는다. 거의 완성될 즈음 들깨가루를 한 스푼 넣고 1~2분 더 볶는다. 시금치는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살짝 담갔다 빼는 것이 팁이다. 3~5초 정도다. 찬물에 행궈 식힌 후 물기를 꼭 짠다. 간 마늘, 가는소금, 참기름, 조미료 ½스푼을 넣는다. 우리집은 명절 상차림 잔반으로 지루해질 때쯤 제육볶음을 해먹는다. 이번 설에는 음식을 만드느라 수고한 이들에게 매콤한 제육볶음에 막걸리 한 잔 대접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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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부’ 정종철은 매운맛과 불맛을 가득 담은 제육볶음을 명절 ‘후식 요리’로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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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부표’ 제육볶음

주재료: 돼지고기 뒷다리살 600g, 양파 ½개, 대파 1대, 당근 ¼개, 고춧가루 3스푼, 식용유 2스푼, 통깨, 청고추, 홍고추 약간씩

양념장 재료: 진간장 5스푼, 맛술 4스푼, 굴소스·매실액 2스푼, 간 마늘·소고기맛 조미료 1스푼, 참기름 ½스푼, 조미료 ⅓스푼, 후춧가루 적당량

1 양파는 깍뚝, 당근은 나박썰기 하고 대파는 송송 썬다.

2 양념장 재료는 미리 섞어둔다.

3 식용유 두른 팬에 돼지고기 뒷다리살(혹은 앞다리살)을 볶는다.

4 고기 기름이 배어나오면 고춧가루와 손질한 채소를 모두 넣은 뒤 중불에서 볶는다.

5 고기가 70~80% 정도 익으면 준비해둔 양념장을 넣고 잘 뒤섞으며 완전히 익힌다.

6 고명으로 통깨와 어슷 썬 청고추·홍고추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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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빈 요리연구가가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 가능한 저당·저열량·저낭비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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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재’ 김영빈 요리연구가 “올해는 저당·저열량·저낭비 레시피 어때요?”

명절 이후 늘어난 체중도 걱정이지만 평소보다 몇 배 증가한 음식물쓰레기도 골치다. 굳이 명절까지 푸짐한 고칼로리 음식을 먹을 필요가 있을까. 장 볼 때나 조리할 때 한 번 더 신경 쓰면 이런 걱정을 줄일 수 있다.

▶ 인공조미료 대신 과일이나 채소 활용하기

손 큰 주부들이나 대가족이 모이는 집은 계획적인 장보기를 해도 좀처럼 장바구니가 줄어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태가 좋지 않은 과일이나 채소는 갈아서 설탕이나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 대신 활용 가능하다. 갈비찜이나 불고기, 잡채 등 단맛이 필요한 음식에는 과일을 갈아 넣고 전이나 튀김에는 양파나 감자, 당근 등을 갈아 넣으면 훨씬 감칠맛이 좋아진다.

▶ 저열량 전·부침은 에어프라이어·오븐 활용하기

프라이팬에 전이나 고기를 굽다보면 기름 사용량이 만만치 않다. 전이나 고기를 에어프라이어나 오븐팬에 넣고 가볍게 오일스프레이를 뿌려주면 기름 사용량도 줄이고 가벼운 맛의 명절 음식을 만들 수 있다. 또 전을 부칠 때 밀가루나 달걀옷을 얇게 묻히는 것도 기름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이다.

▶ 비가식부도 알뜰하게 활용하자

무 껍질, 대파 뿌리, 양파 껍질 등 채소의 비가식부는 채수를 끓이거나 육수를 뽑을 때 넣으면 풍미가 좋아진다. 과일의 껍질도 채수를 끓일 때 넣으면 은은한 단맛이 나는 맛국물을 만들 수 있다. 감칠맛이 더해지면 소금이나 기타 조미료를 덜 사용해 저염 식단을 만들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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