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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노인·장애인 폭력도 대응" 연휴에도 가동 논산 학대신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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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사수 위해 사회적 약자 피해 대응은 기초단체에 맡겨야"

연합뉴스

논산시 학대신고대응센터
[논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논산=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며칠째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미음만 간신히 떠먹고 계시는데, 저러다 어떻게 되시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이달 초 충남 논산시 학대신고대응센터(학대센터)로 혼자 사는 70대 여성을 긴급 구조해 달라는 이웃 신고가 접수됐다.

학대센터가 충남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 조사한 결과, 이 여성은 1997년 이혼한 뒤 지역을 옮겨 타인 명의로 이십 년 넘게 살아왔는데 최근 설암으로 건강이 악화하면서 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신원조회를 거쳐 본래의 이름을 되찾아준 뒤 말소된 주민등록을 갱신하고,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신청한 데 이어 노인요양원에 입소하기까지 모든 지원 과정이 원스톱으로 진행됐다.

현장에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고, 행정 지원까지 연계할 수 있는 기초자치단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관련 법에 따라 노인 방임 등 폭력에 대한 대응 업무는 광역자치단체 소관 사항이다.

이에 따라 충남지역 노인 학대 신고가 접수될 경우 충남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이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도내 15개 시·군의 전체 피해 사례를 대상으로 조사에서부터 분리 조치, 통합 사례관리까지 맡다 보니 현장에 신속하게 출동하기가 쉽지 않다.

논산시는 이에 따라 아동은 물론 노인·장애인·여성 피해에 대한 대응 업무까지 가능하도록 지난해 5월 전국 최초로 학대센터를 설립했다.

연합뉴스

논산 학대신고대응센터 사무실
[논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3월 16개월 입양아 학대 사망사건(정인이 사건)으로 인해 아동 학대 신고 업무가 기초단체 업무로 넘어온 것을 계기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과 함께 경찰 등 인력을 보강해 10명으로 전담팀을 꾸렸다.

이번 설 연휴에도 2인 4개 조로 나눠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면서 아동 학대·폭력 신고가 접수될 경우 경찰과 동행 출동해 응급조치와 현장 조사를 하며, 피해대상 보호 조치 등을 지원한다.

또 노인·장애인·여성 폭력 사례가 접수될 경우 노인보호전문기관, YWCA가정폭력상담소,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 유관기관과 연계해 돕는다.

우철호 시 학대센터 온가정지킴팀장은 29일 "사회적 약자 보호 업무에서는 골든타임 사수가 중요한 데다 어차피 추후 사례 관리 등 행정 지원 역할은 기초자치단체가 맡아야 하는 만큼, 원스톱으로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시 자체 사업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8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와 함께 사는 20대 지적장애인이 집기류를 부수는 등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천안에 소재한 충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즉각 출동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학대센터가 주민센터 사례관리팀과 함께 현장에 나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장애인 쉼터에 입소하기 전까지 지낼 임시 거처도 마련해줬다.

관련 업무가 광역 단체 담당이다 보니, 논산시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3명에 대한 인건비 외에 나머지 예산은 시비로 충당하고 있다.

우철호 팀장은 "그나마 우리는 학대 전담 공무원이 1명에 불과한 인근 지자체보다는 사정이 낫다"며 "교대 근무가 어려워 담당 공무원이 업무 핸드폰을 갖고 퇴근하는데, 개인적인 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노인·장애인·여성 등에 대한 학대 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현행법상 광역 위탁 사무로 돼 있어 관할 지자체는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정부가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고, 기초자치단체가 사회적 약자 피해 관련 업무를 맡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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