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최대실적에 성과급 vs 버틸 힘도 없다… 더 잔인해진 코로나 두 번째 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기업은 줄줄이 최고실적, 성과급 경쟁
자영업자는 눈물의 삭발식..."대출 갚을 길 없어"
한국일보

대전지역 노래방 업주들을 중심으로 한 자영업자 50여 명이 27일 대전시청 1층 로비에서 영업시간 제한 방침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각종 대출을 갚을 길이 없다. 오늘부로 자영업자 파산을 선언한다.”

설 연휴를 앞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상헌 코로나피해영업총연대 공동대표가 삭발식을 앞두고 이렇게 외쳤다. 민 대표를 따라 자영업자 10명이 ‘소상공인 죽으면 중산층도 죽는다’, ‘손실보상 100% 지급’ 등 팻말 사이를 걸어 나와 삭발했다. 지켜보던 시민들 사이에선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같은 날 현대자동차는 7년 만의 최대 연간실적을 발표했다. 117조 원대 매출은 코로나19 발생 이전(2019년 약 106조 원)보다 높았다. 2020년의 코로나 실적 충격에도 지난해 1,000만 원 안팎의 성과급을 챙겼던 현대차 직원들은 올해 더 많은 성과급을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두 번째로 맞는 근로계층의 2022년 설 풍경이 지난해보다 더 잔인하게 엇갈리고 있다.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들은 코로나 쇼크 첫해의 충격에서 벗어나 지난해 줄줄이 사상 최대 실적을 신고하고, 직원들의 성과급 수준을 경쟁하듯 높이는 중이다. 반면 지난해 코로나 방역조치 완화 도중 델타변이 쇼크로 좌절했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최근 오미크론 본격 확산을 맞아 아예 희망의 끈조차 놓아 버릴 지경이다.

이동과 만남을 제약하는 코로나19는 기업의 성과를 사회 곳곳으로 전달하는 이른바 '낙수효과'마저 잔인하게 끊어버렸다. 코로나발 빈부 격차가 점점 회복 불가 영역에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기업은 최대 실적, 성과급 잔치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실적은 '사상 최고'가 수두룩하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역대 최대 매출실적을 거뒀고,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을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소비와 재택근무에 따른 가전 수요 증가 등이 수혜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조만간 실적을 발표할 한화, SK 등 대기업도 대부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이 점쳐진다.

이에 따른 성과급도 두둑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 임직원에 기본급의 300%, 반도체연구소 등에 200%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고, SK하이닉스도 특별 기본급의 300% 수준 성과급을 확정했다. LG화학 석유화학본부 임직원은 지난해의 2배인 기본급의 평균 850%를 성과급으로 받았고, 27일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도 이날 기본급의 4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아직 성과급 규모가 결정되지 않은 기업 임직원들도 '역대급' 실적에 걸맞은 성과급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소외층의 씁쓸한 시선들


하지만 이런 성과 잔치에서 소외된 계층에겐 박탈감이 배가된다. 자영업이 대표적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자영업자가 폐업 후 신청하는 ‘노란우산’ 해지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4만8,394건으로 2007년 이후 최대치였다.

정부의 500만 원 선지급 손실보상금에조차 소상공인연합회는 "선지급 형태는 좋지만 규모가 부족하다" "오후 9시 영업제한으로 장사가 거의 안 돼 월급은커녕 고정비 나가는 것도 빠듯하다" 등을 호소하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42)씨는 “요즘 폐업할지 고민이 많은데 연말 연초 때 받던 성과급이나 연차보상금이 그립다”며 “대기업의 실적 잔치 기사를 보면 지금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든다”고 씁쓸해했다.

대기업 부장 B(45)씨는 “승진이 쉽지 않아 회사를 그만둘까 고민했는데, 창업한 친구들이 힘겨워하는 얘기에 다닐 수 있을 때까지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고 전했다.

대기업의 실적과 성과급 소식을 다룬 기사에는 "좋겠다. 대기업은 돈잔치해서. 중소기업 다니는 사람은 명절 선물도 못 받았다" "(성과급 논의도 좋지만) 협력사도 좀 챙기시지" 등의 부러움과 시기 섞인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기업이 성장하면 경기가 부양돼 국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효과는 코로나19 이후 아예 사라졌다”면서 “대기업이 역대급으로 잘돼도 우리는 생존을 위협받는 게 그 방증 아니겠느냐”고 씁쓸해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