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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지역감정까지 노골 선동 李, 이익만 되면 못 할 게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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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7일 광주시 동구 충장로를 방문, 즉석연설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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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광주에서 유세를 하며 “박정희 정권이 자기 통치 구도를 안전하게 만든다고 경상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전라도는 일부 소외시켜서 싸움을 붙였다”고 했다. “제가 13살에 공장을 갔더니 이상하게 관리자는 경상도 사람, 말단 노동자는 다 전라도 사람이었다”며 그 원인이 박 정권의 지역 차별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상도에 집중 투자했으면 지금 전국 소득 최하위가 대구이겠나. 작은 공장 하나의 예를 어떻게 일반화하나. 여권의 텃밭이라는 호남의 지지율이 미진하다는 판단에 급하게 광주를 찾은 이 후보가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선동해 표를 모으려 한 것뿐이다.

이 후보는 당 경선 때도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번도 없었다”고 지역주의적인 발언을 해 문제가 됐다. 당시 호남 출신 이낙연, 정세균 후보가 “낡은 지역 대립 구도” “용납 못할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발언”이라고 비판했었다.

그런데 이 후보는 출마 선언 직후 안동 등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해서는 “지금은 영남이 역차별 받는 상황” “한때 수혜를 받았을지 모르지만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방 소외 불균형 발전의 피해자”라고 했다. 여기서는 이 말로 지역감정을 선동하고 저기 가서는 그 반대되는 말로 지역감정을 선동하고 있다.

불과 10여 일 전 이 후보는 야당을 겨냥해 “남녀 갈등, 세대 갈등 조장은 세상을 흑과 백으로만 나누고 국민을 둘로 갈라놓는다는 점에서 제2의 지역주의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서로에 대한 증오를 부추겨 상대가 가진 작은 것을 빼앗게 선동하며 자신은 뒤에서 정치적으로 큰 이득을 취하는 나쁜 정치의 전형”이라고도 했다. 거리 유세에선 “처절한 편 가르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했다. 지금 스스로 적나라한 지역감정 선동 발언을 쏟아내는 이 후보와 ‘국민을 둘로 갈라놓는 지역주의’를 강력히 비판한 이 후보는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다.

다음 대통령의 최대 책무 중 하나가 갈라질 대로 갈라진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다. 국민 통합은 정치의 목적 그 자체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선 지역 갈등이 가장 심각한 국민 통합 저해 요인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지역주의를 없애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선동하고 있다. 대통령이 돼서 하겠다는 것이 무엇인가. 선거법은 ‘누구든 선거운동을 위해 특정 지역을 비하 모욕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 정신에 따라 선관위는 이 후보에게 경고하고 재발 방지를 요청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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