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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사설] “코로나 투명하게 밝히라” 지시 文, 자신 문제가 되자 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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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중동 3개국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2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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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22일 대통령의 중동 3개국 순방을 따라갔던 수행원들이 코로나에 걸렸다고 한다. 귀국 후 코로나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들이 대통령과 전용기로 함께 귀국했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순방팀 감염 사실을 먼저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이 3일간 자가 격리를 하고 26일부터 출근한 배경을 언론이 취재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대통령이 감염 위험에 노출됐는지 여부는 국민이 알아야 할 문제다. 세계 각국은 관련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해 왔다. 트럼프 미 대통령, 존슨 영국 총리가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는 물론, 미 백악관 참모들의 확진과 대통령과의 접촉 가능성 등도 실시간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코로나 관련 사실을 숨김없이 국민에게 밝히라고 여러 차례 지시해 왔다. 코로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최근 30명 가까운 직원의 확진 사실을 밝혔다. 그런데 정작 문 대통령 자신은 거꾸로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자신에게 부담이 되거나 껄끄러운 일이면 국민에 알려야 할 일도 쉬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북한이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우리 공무원을 해상에서 총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사실은 이틀 뒤에야 공개했다. 그 사이에 종전선언을 강조한 대통령의 유엔 화상 연설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오징어잡이 승선원들을 살해하고 NLL을 넘어와 귀순 의사를 밝혔던 북한 선원 두 명을 강제 북송한 사실은 국회에 출석한 청와대 관계자 휴대전화 문자를 언론사 카메라가 포착한 뒤에야 국민들이 알게 됐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은 미국 언론들이 보도한 뒤에야 “우리 군도 실시간으로 포착했다”고 뒤늦게 털어 놓기 일쑤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때 “한중 관계에 기여했다”며 보내온 조전도 유족이 먼저 알고 문의하자 그때야 밝혔다. 시 주석이 정권 편 사람을 추모하는 조전을 보냈으면 그랬겠나.

청와대 측은 코로나 확진자 발생에 대해 “묻지 않아서 밝히지 않은 것뿐”이라고 했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서 밝힐 필요성을 못 느꼈다는 식으로 둘러대고 있다. 자랑거리라면 숨겼겠나. 그러니 시중에 “관광 순방이라는 말을 듣는 대통령 외유 때 코로나에 노출된 것이 드러나면 비판이 커질까봐 숨기려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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