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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 중국이 늙어간다… 주거-교육비에 출산 기피[글로벌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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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자 수 60년만의 최저… 中 고령화 비상등

1000명당 출생 7.5명 역대 최저

저출산 되레 부추긴 출산장려책

경제대국 야심에도 먹구름

동아일보

중국 베이징의 공원 벤치에서 노인들이 쉬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가 2억 명을 넘어서며 전체 인구의 41.2%를 차지해 처음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사진 출처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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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지난해 출생자 수가 6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선진국까진 갈 길이 먼데 벌써부터 ‘출생자 급감’과 ‘빠른 고령화’라는 난제를 만났다. 풍부한 노동력으로 ‘세계의 공장’이라 불렸던 중국이 직면한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늙어간다

인구대국 중국이 ‘출생자 급감’과 ‘빠른 고령화’라는 두 가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국과의 패권 다툼 등으로 경제 성장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인구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수뇌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생산가능 인구가 늘수록 경제성장에 유리하다는 ‘인구 훙리(紅利)’는 그간 중국의 고성장을 이끈 핵심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훙리’는 보너스를 뜻한다.

특히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 내외였을 때 고령화를 맞이한 주요 선진국과 달리 중국은 이제 겨우 1만2000달러대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드는 와중에 고령화로 인한 각종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 지출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 역대 최저 출생, 고령사회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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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의 인구 1000명당 출생인구는 7.52명으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최저치였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자는 1062만 명, 사망자는 1014만 명으로 한 해 전보다 불과 48만 명의 인구가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인구 또한 14억1260만 명으로 간신히 14억 명을 유지했다.

1062만 명은 대기근 시기인 1961년 이후 60년 만의 최저치다. 지금보다 사회 인프라가 현격히 낙후됐던 당시에도 1187만 명이 태어났는데 60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그때보다 출생자가 적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 특유의 ‘고무줄 통계’를 감안할 때 지난해 진짜 출생인구가 949만 명에 그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16년 1786만 명에 달했던 중국의 출생인구는 2017년(1723만 명), 2018년(1523만 명), 2019년(1465만 명), 2020년(1200만 명)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내년에 통계가 나오는 올해 인구는 자연 감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출생인구 감소로 고령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지난해는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가 14.2%(2억56만 명)로 고령사회에 진입한 원년이 됐다.
○ 주거·교육비 등으로 출산 포기 뚜렷해

이런 현상이 나타난 가장 큰 이유는 젊은이들이 주거비, 교육비 등의 압박으로 결혼과 출산을 원하지 않거나 사실상 포기하기 때문이다. 베이징대가 지난해 전국 34개 대학의 졸업생 2만 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사 졸업생의 평균 월급은 5825위안(약 109만 원)에 불과했다. 이 돈으로는 어지간한 선진국보다 비싼 중국 대도시의 집값과 학비를 충당할 수 없다.

세계 국가·도시 비교 통계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소득 수준을 고려한 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PIR)에서 중국 대도시는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남부 경제 중심지 선전과 수도 베이징의 PIR는 각각 46.3, 41.7이다. 평범한 직장인이 40년 이상 한 푼도 안 쓰고 월급을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역시 집값이 높기로 유명한 서울이 28.86임을 감안할 때 중국 대도시에서 집을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중국에서 출세의 발판으로 여겨지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나 명문대에 들어가려면 학업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중국판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오카오(高考)’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학부모들이 들이는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경제매체 스다이차이징(時代財經)은 중국 자녀 1명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들어가는 사교육비를 평균 52만 위안(약 9200만 원)으로 추산했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최근 중국의 지난해 1인당 GDP가 1만2551달러(약 1506만 원)라고 보도했다. 1인당 소득보다 6배 이상 많은 돈을 지출해야 대학을 보낼 수 있는 셈이다. 중국 초중고 학생의 75% 이상이 과외 등 사교육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 잘못된 정책이 화 키워

당국의 인구 정책이 위기를 증폭시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978년 ‘한 자녀 정책’을 도입한 중국은 38년이 흐른 2016년에야 뒤늦게 2자녀 정책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5월에는 3자녀 정책마저 꺼내들었다. 하지만 2자녀, 3자녀 정책 모두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북동부 산둥성은 1991년 5월부터 8월까지 대규모 낙태 캠페인 ‘100일간 아이 없기’를 실시했다. 당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가 원하는 출산율 지표를 만들기 위해 첫째 아이를 임신한 여성에게도 낙태를 강요했다. 30여 년이 흐른 현재 대가를 치르고 있다. 산둥성 당국은 2019년에만 총 50억 위안을 출산 장려 보조금으로 사용했지만 출산율 증가 효과는 거의 없었다.

WSJ는 중국이 한 자녀 정책을 실시할 때만 해도 당시 정책 결정자들은 ‘출생률이 떨어지면 그때 가서 정책을 변경하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했지만 잘못됐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국이 태세를 전환하는 동안 한 자녀 정책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고 인구 통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설명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또한 출산 억제 정책 당시 정관 수술을 독려했던 당국이 현재는 정관 수술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 역시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불임 수술을 강요했던 중국이 사회 안정과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급락하는 출산율을 되돌리려 애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 보여주기식 대책으로 일관

최근 지방정부들이 앞다퉈 내놓는 출산 장려책이 오히려 여성 취업을 가로막아 저출산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궁런(工人)일보 등에 따르면 최근 20여 개 성(省)은 출산휴가를 대폭 연장했다. 현재 중국의 법정 출산휴가는 98일임에도 지역에 따라 최대 190일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남성에게도 육아휴가 명목으로 15∼30일을 쉴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지방정부가 출산휴가 연장의 후속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휴가 기간 중 급여, 대체 인력의 급여 등에 따른 비용을 기업 혼자 떠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여성 채용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여성들 또한 출산휴가 연장 때문에 취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취업을 준비 중인 쑹(宋)모 씨는 궁런일보에 “최근 두 차례 봤던 면접에서 ‘향후 2년간 출산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출산휴가가 늘어나면 기업들이 여성 고용을 더 꺼리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지난해 ‘중국 여성 직장 현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10명 중 6명이 구직 과정에서 결혼 및 출산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지난해 7월 당국이 사교육 규제 정책 ‘솽젠(雙減)’을 도입한 것도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부모의 사교육비와 학생들의 숙제 부담을 동시에 줄이고 공교육을 강화하자는 뜻이다. 하지만 극소수 부유층은 여전히 사교육의 수혜를 누리는 가운데 서민에게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 여성이 학교와 직장에서 성과를 거두도록 압력을 받고 있지만 아직 가부장적인 문화가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아직 중국에서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엄마’라는 문화적 기대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 사회 갈등으로도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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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톈탄공원에서 노인들이 삼삼오오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출생자 수는 1062만 명으로 6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 출처 타임트래블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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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의 주범으로 30, 40대 초반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자)가 비판받는 등 인구 문제가 사회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도 나타난다.

2020년 현재 바링허우 중 미혼 남성과 여성은 각각 약 700만 명, 약 250만 명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바링허우는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짝을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정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바링허우가 애국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 출생자)나 링링허우(零零後·2000년대 출생자)보다 비애국적이다. 일에 대한 열정과 근성도 없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신랑왕은 2000년대 이후 주요 경제사회적 문제를 진단할 때 바링허우식 사고방식과 태도 때문이란 비판이 무수하게 나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바링허우 세대는 부모 봉양과 자식 교육을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세대보다 오히려 많은 부담을 지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한 자녀가 부모 둘을 봉양해야 하는 데다 평균수명 증가로 과거보다 부모 봉양 기간 또한 훨씬 길어졌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자녀 교육비는 천정부지로 솟아 바링허우 세대를 짓누르고 있다.
○ 美와 패권 다툼에도 악영향

인구 문제가 경제 성장과 미국과의 패권 다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이 한때 연 8%대 이상의 고성장을 구가하며 ‘세계의 공장’으로 군림했던 것은 거대한 노동인구의 영향이 컸다. 싼값에 양질의 노동력을 쉽게 구할 수 있었으므로 전 세계의 생산기지가 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노동인구 감소, 고령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 증가는 향후 경제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이 2035년경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고령화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전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건강보험, 연금 등 사회적 지출이 늘어나면서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웨이푸셴라오(未富先老)’ 즉 부유해지기 전에 먼저 늙어버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시중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두 자녀 정책으로의 전환이 많이 늦었다”며 “2025, 2026년부터 생산가능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때쯤 중국의 1인당 GDP가 1만5000달러 내외일 것이며 이 정도 소득 수준으로는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한 각종 비용 부담을 해소하기 어려워 잠재 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서봉교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또한 “당국이 높은 교육비가 출산율 저하의 주범이라며 사교육을 금지했지만 오히려 이런 숨 막히는 사회 통제 분위기, 권위주의 통치 등이 젊은층으로 하여금 출산을 재고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최근 한 경제학자가 온라인에 쓴 ‘출생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현금 지원, 세금 감면, 보육 확대 등에 313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자’는 글이 당국의 검열로 사라졌다. 올해 하반기 제20차 공산당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지을 시 주석의 정책 실패를 부각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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