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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할머니에 밟히고 던져진 아기백구…사람들 보자 꼬리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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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출동하자…"나는 개 키우지 않는다" 황당 변명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대전에 거주하고 있는 할머니가 어린 백구를 상습적으로 때린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제보자의 신고로 백구가 무사히 구조됐다. 얼굴을 밟히고 찬물에 던져지는 등 모진 학대를 당했지만, 백구는 자신을 구조하러 온 사람들을 보자 반갑게 꼬리를 흔들었다.

27일 한 제보자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상습폭행 당하는 아기백구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대전에서 일어난 일이라 밝힌 작성자 A씨는 “강아지가 울부짖는 소리가 매일 들려 옥상에서 들여다봤는데 폐지 줍는 할머니가 본인 집 마당에 아기 백구를 묶어놓고 발로 차고 던지는 등등 학대를 일삼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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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백구의 학대 사실을 처음 제보한 A씨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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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영하권 날씨의 눈오는 날에는 마당에서 찬물로 목욕을 시켰고 강아지가 움직이면 물에 젖은 수건이나 손으로 폭행했다. 밖에서 때리면 소리가 크니까 집안으로 데리고 가서도 구타했다”면서 “강아지의 비명소리에 아침잠을 깬다. 매일 듣는데도 그때마다 다리가 떨리고 화가 난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A씨가 함께 게재한 영상과 사진 속에선 할머니가 백구의 얼굴을 발로 짓밟자 백구가 낑낑대며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또 찬물이 담긴 큰 대야에 백구를 마구잡이로 던지고 빗자루로 때리는 등 충격적인 장면이 이어졌다.

참을 수 없었던 A씨는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리고 경찰에 신고했다며 “지자체 공무원이 3번 출동했으나 번번이 그냥 돌아갔다. 할머니가 집에 없는척하거나 폐지를 주우러 갔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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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백구의 학대 사실을 처음 제보한 A씨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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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고, 할머니는 범행 이유를 묻는 경찰의 질문에 “나는 개를 키우지 않는다”, “키우다 힘들어서 누구 줬다”, “지금은 키우지 않는다” 등의 헛소리를 했다.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다던 할머니의 말과 다르게 집 수색에 나선 경찰은 신발장에 50cm 정도 되는 줄에 묶여 있던 백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경찰은 현장사진과 할머니의 간단한 인적사항을 조사해 돌아갔고 A씨도 함께 진술서를 작성했다. A씨가 영상을 보여줬지만 경찰은 “동물학대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외상흔적이 없어 학대라고 보기 어렵다”등의 얘기를 했다.

이에 A씨는 지구대가 아닌 경찰서 소관으로 사건 접수하고 돌아왔다. 그로부터 3일을 지났지만 할머니는 또 백구를 발로 밟으며 학대를 하고도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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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당시 백구의 모습.(사진=A씨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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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 할머니가 3년 전에도 황구를 지속적으로 학대했으며, 그 황구는 결국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할머니는 A씨의 만류에도 “내 집에서 내 개 내가 때리는데 무슨 상관이여. 신고할 거면 해”라고 뻔뻔하게 나올 뿐이었다.

끝으로 A씨는 “구해주지 못한 황구한테 너무 미안해서 아직도 죄책감을 갖고 살고 있다. 그래서 아기백구만큼은 꼭 구해주고 싶다”며 “구조를 한다고 해도 또 다른 강아지를 데리고 와 똑같은 짓을 반복할 것”이라고 누리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해당 글을 올린 후 백구의 사연은 온라인상에 빠르게 확산했고, 다음 날인 28일 A씨는 백구의 구조 소식을 전했다.

A씨는 “추후에도 이와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모니터링은 직접 하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계정에 올리겠다. 많은 분들께서 관심 가져주셔서 백구가 일찍 구조된 것 같아서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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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구조하러 온 사람들을 보고 좋아하는 백구.(사진=유튜브 채널 ‘스나이퍼 안똘’ 화면 캡처)


백구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했던 ‘스나이퍼 안똘’이라는 이름의 동물보호가는 이날 유튜브 채널에 ‘미친할매 기다려’라는 제목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백구의 구조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개했다.

안똘과 일행이 등장하자 겁에 질린 듯 집에서 나오지 않던 백구는 이내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꼬리를 흔들고 배를 까는 등 애교를 부렸다.

할머니와 대화를 시도한 안똘이 범행 사실을 추궁했지만, 할머니는 “내가 언제 때렸냐. 내가 때리는 거 봤냐. 나도 강아지 키우는 거 힘들고 몸도 아프다”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안똘은 오랜 설득 끝에 할머니로부터 ‘강아지 포기 각서’를 받아냈고, 백구의 이름을 ‘빛나’라고 새롭게 지었다. 입양 문의는 동물단체 케어 측에 문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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