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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설 연휴 고향 대신 분향소로...“백신 탓 아닌지 제발 살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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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피해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정치적인 목적은 전혀 없다”

조선일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 앞에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가 설치한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있다./손유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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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에 사는 회사원 배상섭(42)씨의 동생 배상철(당시 39세)씨는 지난해 11월 19일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주유소에서 혼자 일하던 중 갑자기 쓰려졌다. 손님이 동생을 발견해 구급차를 불렀지만 동생은 결국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배씨의 동생은 사망 이틀 전인 17일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지난해 중순 얀센 백신을 접종하고 추가 접종을 한 것이다. 배씨는 “동생은 특별히 아픈 곳 없이 건강했다”며 “‘백신을 빨리 맞아야 타인에게 피해도 주지 않고 일상생활도 무리 없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등 접종에도 긍정적인 편이었다”고 주장했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부검이 진행됐고, 최근 국과수의 부검 결과가 나왔다. 배씨는 “부검감정서에 ‘사망 2일 전 mRNA 기반 백신을 접종했고, 이는 염증에 관련된 표지자의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배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모른다. 배씨는 “아버지도 몸이 아프셔서 요양원에 들어가 계시다”며 “혹시나 동생이 죽었다는 사실을 말한다면 충격 받아 줄초상 날까봐 두려워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배씨는 이번 설에 아버지를 찾아봬도 동생 이야기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서울 중구 청계광장 앞에는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가 지난 11일 설치한 것이다. 보름 넘게 도심 한 복판에 설치돼 있다. 이날 오후 찾아간 가로 5m, 세로 5m 크기의 천막 안에는 조화와 영정사진 73개가 놓여 있었다. 영정사진 밑에는 ‘우리의 죽음은 대한민국 정부의 인재입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코백회 관계자는 “설을 맞아 29일 이곳에서 합동 차례를 지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은 “정치적인 의도는 없다. 내 가족이 어떻게 세상을 떠난 건지 제발 속시원하게 알려 주길 바랄 뿐”이라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니냐”고 했다.

지난해 숨진 진모(당시 52세)씨의 영정 사진도 있다. 진씨는 작년 8월 26일 화이자 1차 백신을 맞고 같은 해 9월 8일 세상을 떠났다. 접종 이후 그는 ‘체한 것 같다’ ‘가슴이 답답하다’ ‘왼쪽 등이 아프다’ 등 통증을 호소했다고 한다. 9월 7일 밤 그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가족들에게 “파스를 가져오라”고 소리쳤다. 가족들과 인근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코로나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해 기다렸다. 그러다 갑자기 그는 앞으로 고꾸라지며 쓰려졌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그의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딸 진모(27)씨는 “아빠는 결국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이후 부검진단서를 방역당국에 제출했지만, 지난해 11월 질병청으로부터 “백신 접종과 인과성 인정이 어렵다”는 내용의 문서를 받았다. 딸 진씨는 “고혈압이 있는 것 외에는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었고 건강했다”며 “인과성이 없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보건소에서는 생계지원비 신청 방법을 알려줬는데, 돈 때문에 이러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앞으로도 계속 자료들을 제출해 아빠의 죽음 원인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진씨 가족은 집에서 조용히 명절을 보낼 생각이다. 딸 진씨는 “아빠의 죽음 이후 엄마가 살이 8kg이나 빠지는 등 엄마의 건강도 걱정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지난 설까지만 하더라도 가족들이 같이 식사했지만, 이번에는 아빠에 관한 이야기도 적게 하며 조용히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김두경 코백회 회장은 “납득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정말 이유를 알고 싶어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백신과 무관하다는 말뿐이지 제대로 된 충분한 설명이 없다는 게 가장 원망스럽다”고 했다. 코백회 측은 “백신 안정성을 재검토하고, 백신 피해자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때까지 천막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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